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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판결 16번째 이야기이다.

① MBC "트루맛쇼 상영금지"에 법원 "이유없다"(6.1.서울남부지법)
② 같은 실형선고 신정환은 법정구속, 이성진은 구속 면한 까닭(6.3. 서울중앙지법/ 6.9. 서울남부지법 )
③ '남편 살인미수'사건 배심원은 무죄, 재판부는 유죄(5.30.광주지법)

<트루맛쇼> 상영금지 '기각'... "언론사 감시 비판, 쉽게 제한해선 안 돼"

MBC가 <트루맛쇼>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해서 논란
▲ 영화 <트루맛쇼> 포스터 MBC가 <트루맛쇼>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해서 논란
ⓒ B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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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백만 원만 내면 이렇게 훌륭한 스타들을 모시고 15분 동안 (TV맛집 프로그램에) 식당광고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저렴하다." - 영화 <트루맛쇼>의 대사 중에서

시사·고발프로그램을 만든 방송사가 방송 내용 때문에 특정단체들에게 방송 금지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거꾸로 방송사가 다른 매체를 상대로 상영금지 소송을 거는 일도 있을까. 흔치 않지만, 있다. 최근엔 MBC가 그 주인공이다.

MBC가 "대중들에게 선보이면 우리가 명예훼손을 당할 수 있는 영화"라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여 법정에 선 영화가 있었다. 바로 <트루맛쇼>이다. 이 영화는 방송사 맛집 프로그램에 얽힌 부당한 뒷거래를 고발한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특정 프로나 배우 얼굴, 인터뷰 등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에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보냈다. 그중에는 MBC의 맛집프로 출연을 놓고 식당과 홍보대행사가 흥정(?)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MBC는 "허위사실이며 우리와 관계없다"며 펄쩍 뛴 것이다.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상영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요지를 추리자면 이렇다.

"<트루맛쇼>의 상영을 금지하기 위해선 △ 표현내용이 MBC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으로 진실이 아니거나 △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 MBC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맛집 프로가 돈을 받고 음식점을 출연시켜준다는 취지의 내용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일관된 주제로 삼은 영화의 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일부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만으로는 상영을 금지할 정도는 아니다."

법원은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한다"며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인용했다. MBC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송은 서막에 불과하다. 이번 소송은 본 재판이 아니라 영화상영을 막아달라며 임시로 제기한 가처분일 뿐이다. 방송사, 제작사, 홍보대행사, 그리고 이 영화에 본의 아니게 등장하는 배우들이 가만 있겠는가. 앞으로 명예훼손, 초상권, 손해배상 줄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겠다. 이달 초 개봉한 이 영화를 관객들이 본다면 그 수익금은 소송비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1심서 징역형 받은 이성진·신정환... 왜 신정환만 구속?

연예인들이 형사법정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해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빚고 방송에서 퇴출된 신정환씨가 법정구속까지 되고 말았다. 신씨는 작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필리핀 세부에 위치한 한 호텔 카지노에서 억대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서울중앙지법은 3일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 신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병원에 누워있는 신정환
 병원에 누워있는 신정환
ⓒ 신정환 팬카페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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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신씨가 약 열흘 동안 2억 원대의 도박을 한 것으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이미 상습도박으로 2차례 전과가 있는데다 돈이 떨어지고 방송녹화일정이 있는데도 현지에서 거액을 빌려서 도박을 할 정도로 도박중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어 신씨가 ▲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벌어들인 재산을 카지노에서 탕진하여 대중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준 점 ▲ 범행 후 입국을 미루며 도망하는 모습을 보인 점 ▲ 연예인의 도박은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해하여 사회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형선고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신씨는 1심 판결선고일인 3일 법정에서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으며 현재 항소한 상태다.

한편 사기죄 등으로 기소된 가수 이성진씨도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이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씨가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이 2억 원이 넘는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았고,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사기와 도박)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는 "돈을 빌린 것은 인정하나 사기는 아니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이번주 중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 이씨가 사기죄의 유무죄를 첨예하게 다투고 있으므로 상급심의 신중한 판단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고 ▲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함이 상당하고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심 판결 당일 신씨가 구속된 반면, 이씨는 구속을 면하게 된 것은 왜일까. 

먼저 징역형이 선고된다고 곧바로 구속되지는 않는다.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피고인을 구속하려면 판사가 별도로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재판 도중에는 판사의 영장이 있어야만 구속된다. 다만 징역형의 판결이 확정되면 그때는 영장없이, 검사가 형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수감된다.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치열하게 유무죄 공방을 벌이거나, 사기나 횡령 등 금전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때 구속을 하면 상소심에서 피고인이 검사에 맞서 법정공방을 하는 게 힘들고, 금전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도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으나 이런 사정 때문에 한 사람은 항소를 하고도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되고, 한 사람은 일단 법정구속을 면하게 된 것이다.        

음료수병 농약사건, 누가 농약을 넣었을까?

2010년 가을, 어느 농촌마을. 40대 부부인 A(남편)씨와 B씨가 살고 있었다. A씨는 밭일을 가기 위해 평소대로 부엌 출입문 부근에 놓아둔 1.5리터 음료수병을 들었다. 평소에 마실 물을 담아두던 병이었다. 잠시후 그 물을 마시던 그는 갑자기 쓰러졌다. 물속에 농약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병원에 옮겨진 A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누가 농약을 넣었을까. 경찰은 아내 B씨를 의심했다. 수사 결과 평소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고 A씨가 아내 B씨를 자주 폭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검찰은 B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법정에 세우게 된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배심원들은 뜻밖에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것도 만장일치였다. 아내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인데 요지는 이랬다.

"제가 음료수 병에 농약을 탄 건 맞아요. 그건 남편이 하도 저를 때려서 차라리 제가 자살이라도 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그러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만…….

게다가 저는 농약을 아주 조금밖에 넣지 않았어요. 남편을 살해할 의사도 없었고요. 그런데 살인미수라니, 너무 억울해요. 다른 사람의 범행일수도 있고 남편 A의 자작극일 수도 있어요. 그 사람과 난 이혼할 예정이거든요."

배심원들이 무죄로 뜻을 모은 것과는 달리, 법원은 유죄로 결론내렸다. 법원의 판단으로는 "B씨가 남편을 살해할 뜻으로 농약을 넣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 B씨가 음료수병에 농약을 탔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적이 있고, ▲ A씨가 농약을 마신 뒤 위 세척을 할 당시 말을 제대로 못하고 병원 침대에 배변을 할 정도여서 자작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살인죄는 살인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죽이겠다는 뜻이 없었다면 다른 죄가 인정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살인(또는 미수)은 아니다. 그러면 계획적인 살인 의도가 있어야 죄가 되는 걸까. 그동안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살인죄에 있어서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
 
법원은 "B씨가 농약을 타서 남편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골탕 좀 먹어봐라'는 생각이 있기는 하였다고 진술한 사실을 감안하면, 적어도 A씨가 농약물을 먹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즉 B씨에게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B씨가 A씨에게 잦은 폭행을 당한 점을 참작,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검찰과 B씨 모두 불복, 항소한 상태다. 참고로 현행법상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평결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태그:#신정환, #법정구속, #농약, #트루맛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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