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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날씨가 더워졌다. 이런 때에 서점은 스릴러와 추리소설들이 득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 보인다. '밀리언셀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다.

베스트셀러가 '정답'은 아닐지라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물며 밀리언셀러라면 더 하지 않을까? 100만부가 판매됐다는 책들의 타이틀도 화려하다. 오랜만에 서점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몇 십 년 만에 강남 왔다가 대로 한복판에서 길을 잃는 '김서방'처럼 될지도 모르겠다.

밀리언셀러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순문학들이다. <헬프>와 <자유>가 그 주인공. 미국에서 300만 부 판매됐다는 캐서린 스토켓의 <헬프>는 지금도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약 2년에 걸쳐 베스트셀러 행진 중이다.

이유가 뭘까? 소설은 1960년대의 미시시피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절은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었다. 특히 인권이 그랬고 미국은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시시피 주는 아니었다. 그곳은 전통적으로 보수였다. 가장 극렬한 곳이었다.

<헬프 1> 표지
 <헬프 1> 표지
ⓒ 캐서린 스토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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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들은 민주적으로 흑인들을 가정부로 고용하지만, 주는 돈은 쥐꼬리만 했다. 인간적인 대우는 더했다. 백인들은 흑인들과 같은 화장실 쓰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 뭔가 없어지기만 해도 흑인들을 의심하고 구타했다. 그리고, 체포했다.

그런 곳에서, 젊은 백인 여성 스키터가 책을 쓰기로 한다. 흑인 가정부들을 인터뷰하는 책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혀가 잘리는 시절이었다. 과연 어떤 흑인 가정부가 위험을 무릅쓰며 인터뷰해줄까? 그럼에도 집필은 시작된다. 2명의 흑인 가정부, 아이빌린과 미니가 그녀를, 실상은 흑인 가정부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헬프>는 인종차별, 남녀차별, 계급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에 세 명의 여성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 모습은 <앵무새 죽이기>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어느 부분들을 연상케 한다.

동시에 그만의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다.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있어요?"라고. 용기와 믿음, 그리고 정의를 갈망하는 시대이기 때문일까. 영미권 소설은 국내에서 푸대접받는 경향이 많지만, <헬프>는 좀 다를 것처럼 보인다. 꿈꾸던 어떤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 표지
 <자유> 표지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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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또 다른 밀리언셀러 <자유>는 어떨까? 미국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자유>는 각종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2010년 최고의 화제를 모은 소설 중 하나다. 작품과 별도로 조너선 프랜즌의 인기 또한 대단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에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라고 소개됐을 정도다. 참고로 <타임> 표지에 소설가가 실린 건, 조너선 프랜즌이 스티븐 킹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자유>는 미네소타 주에 살고 있는 어느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보기에 그 가정은 편안해 보인다. 월터와 패티 부부는 안정적으로 보였고 그들의 자녀 제시카와 조이 또한 부모 속을 썩이지 않을, 바람직한 아이들로 자라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이야기가 바뀐다. 아내는 어떤 욕망을 느꼈고, 방황한다. 그러는 사이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고 큰 실망을 느낀다. 그는 진실한 사랑을 꿈꿨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고 믿었지만, 모든 것이 부질없어 진 것이다.

세대차이로 인한 자녀와의 갈등은 어떤가. 결코 평탄하지 않다. 누군가의 욕망은 누군가에게는 짐이 되었고, 누군가의 자유는 누군가에게는 실망감이 되었다. "그대의 자유를 선용하라."라는 문구가 소설 사이에서 보이지만, 누구도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너선 프랜즌은 그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면서 이야기를 묵직하게 만들어 나가는 데 그 솜씨가 남다르다. 묵직함의 끝에서 느껴지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소설의 힘을 더하고 있다. 인생의, 그리고 자유의 본질을 묻는 순문학의 업적이다.

<갈레 씨, 홀로 죽다> 표지
 <갈레 씨, 홀로 죽다> 표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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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독자들이 기다렸던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도 밀리언셀러의 이름으로 서점에 등장했다. 전 세계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고 5억 권 이상 팔린 시리즈다. 영화로도 50편 이상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매그레 시리즈'는 총 75권을 선보일 예정이며 그 시작으로 <수상한 라트비아인>, <갈레 씨, 홀로 죽다>, <생폴리앵에 지다>,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가 출간됐다.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매그레 시리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기교는 아무래도 심심하게 여겨지는 감이 없지 않다. 'CSI'드라마가 일상적으로 여겨지는 시대이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 자체가 그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기에 그런 것 같다.

그보다는 매그레 반장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만의 '분위기'가 돋보인다. 절대적으로 약자를 옹호하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을 몸소 보여주는 매그레 반장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다른 소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표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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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작가의 밀리언셀러도 눈길을 끈다.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이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이 출간된 것이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은 시리즈의 성격으로 보면 일종의 '시즌2'와 같다. 그간의 저자 공백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책을 펴내며'에서 밝히듯 '초심'으로 돌아간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6권에서 답사하는 지역은 '경복궁' 등의 서울은 물론이고 순천과 거창, 그리고 백제 미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부여 일대다. 누군가가 자금성의 '뒷간'밖에 안 된다고 평하는 경복궁을 돌아보면서 그만의 미학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땅 곳곳에 스며든 슬픔까지 답사하고 있는데, 그 솜씨가 결코 빛바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 것에 대한 깨달음을 던져주는 글의 힘은 여전했고, 또한 한 발자국 앞서고 있다. 기존의 시리즈까지 일으켜세울 것 같은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좋은 책'이라는 기준은 불분명하다. 책은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 책은 저마다 "책은 늘 책 이상"임을 증명하려 한다. 베스트셀러들, 그리고 밀리언셀러도 마찬가지. 굳이 덧붙이자면 이들은 사람들이 공감할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6월에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 책들과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어떤 책이 더 사랑받으며 제 명성을 지켜낼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에 서점풍경이 조금 더 재밌어진다.

덧붙이는 글 | 정민호 기자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마케터입니다.



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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