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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퍼(NO FUR)! 노 펜디(NO FENDI)!"

 

2일 오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펜디 패션쇼'가 열리는 '세빛둥둥섬'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사전에 신청한 사람들로만 입장을 제한하는 탓에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세빛둥둥섬' 입구에서부터 진을 치고 '모피쇼'를 강하게 규탄했다. '펜디쇼'가 열리기 20여분 전인 8시 현재, 행사장 입구 양 옆에는 200여 명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줄지어 서서 '모피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에 입장객들은 당황스러운 듯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입장객 향해 "모피는 잔인해요, 들어가는 사람도 잔인해요"

 

입구 바로 앞에 선 20여 명의 초등학생들은 입장객들을 향해 "모피는 잔인해요! 들어가는 사람도 잔인해요!"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입장객 중에 모피를 입은 사람이 나타나면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한 여름에 모피 입고 싶느냐"며 격하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월차를 내고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정현(34)씨는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 한 손에는 애견을, 한 손에는 애견이 '쉬' 할까봐 준비해 온 휴지를 들고 입장객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쳤다. 이씨는 "모피가 얼마나 잔인한지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시위과정에서 경호원과의 충돌도 있었다. 한 입장객을 향해 달려가는 한 동물보호단체 회원을 경호원이 밀쳐낸 것.
 
이 여성은 입장객을 펜디의 사장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동물보호단체 회원이 바닥에 쓰러져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하자 수십 대의 플래시 세례가 터졌고, 경호원들은 "괜히 대응하면 이슈화 된다"며 난처해했다.   

 

한강공원에 운동하러 왔다가 이러한 충돌을 본 시민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이곳에 자주 운동하러 온다는 안아무개(47)씨는 "모피가 싫다, 난 모피도 없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한강에 왜 저렇게 쓰잘데기 없는 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세빛둥둥섬을 가리켰다.

 

자전거를 타고 온 신지훈(28)씨는 "시민세금으로 만든 공간에서 이렇게 시민들이 좋아하지 않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모피쇼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고개를 저었다.

 

시민들 "시민세금으로 만든 공간에서 왜 모피쇼를..."

 

이날 '모피반대 시위'에는 동물사랑실천협회, 한국동물보호연합,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울벗채식나라, 한국채식연합, 고기없는 월요일, 선문화 진흥원 등 다수의 동물보호협회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모피의 반생명적이고 반환경적인 잔인성으로 인해 모피는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혐오스러운 의상이 되고 있다"며 이스라엘,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위스,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에서의 모피 반대 움직임을 전했다.

 

이어 "이러한 전 세계적인 모피 반대 움직임에 대해, 유난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모피의 잔인성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을 채, 최대의 모피수요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피 수입을 위해 한 해 수천억 원이 소비된다"며 "대한민국의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펜디는 정조준하고 있고, 이제 서울시는 덩달아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서민들의 공원인 한강은 수천만 원짜리 모피패션이 판을 치는 부자들만의 잔치를 하는 공간으로 전락되어서도 안 되며, 비윤리적인 해외 기업 도약의 발판으로 사용되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빛 둥둥섬을 핏빛으로 물들이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오세훈 서울시장의 펜디 패션쇼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화면을 통해 살아있는 동물의 모피를 벗겨내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물을 바닥에 내려쳐서 기절시킨 후, 산채로 모피를 벗겨내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 나오자 동물단체 회원들은 "어떻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회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이날 개장행사에 오세훈 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행사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 참석을 고려하지 않았고, 현재 다른 일정이 있다"고 말했다. 

 


태그:#세빛둥둥섬, #펜디쇼, #모피쇼, #펜디패션쇼, #동물보호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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