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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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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 미군 기지 고립제 매립 의혹'이 보도된 지난 5월 19일.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심한 경련까지 일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당뇨 등 복합질병을 앓고 있는 그였다.

"우리는 고엽제가 얼마나 무서운 물질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기지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느라 잠을 못잤다."

다음날(20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고엽제전우회 사무실에서는 '회장단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단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MBC와 참여연대 앞에서 '가스통 시위'를 벌이던 단체치고는 아주 신중한 결정이었다.

"총리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했어야"

2일 고엽제전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욱 사무총장은 "스티브 하우스의 증언대로 고엽제 250드럼이 캠프에 묻혔다면 칠곡 일대는 물론이고 낙동강 물은 먹을 수 없다"며 "그 엄청난 보도에 우리도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김 사무총장은 "하지만 우리가 고엽제 매몰을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예의주시하고 결과가 나오면 대응책을 논의하자고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에 따르면, 고엽제전우회는 회장단 회의가 열리던 날 청와대와 국정원, 기무사 등에 연락해 이렇게 요청했다고 한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달라. 빨리 진실을 밝혀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 달라.'

김 사무총장은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지난달 30일 청와대에 재차 독촉했더니 청와대쪽에서 '한미 공동조사단이 구성됐으니 지켜보자'고 했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면 총리라도 담화를 발표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총리가 담화를 발표해서 미국에 강하게 어필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아쉬움이 있다. 총리라도 나서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미국에 '한국의 처지에 서서 명백하게 사실이 규명될 수 있게 공동조사를 철저하게 하자'고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어야 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미국도 한국 과학자들이 공동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고 하나도 숨기지 말고 토양, 수질 등을 검사해야 한다"며 "하지만 환경단체나 환경전문가가 참여하면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13만 전우(고엽제 피해자)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환경단체 등이 물 만난 고기떼처럼 달라붙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반미감정 부추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냐?"

고엽제 전우회 사무실 앞에 걸린 현수막.
 고엽제 전우회 사무실 앞에 걸린 현수막.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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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 사무총장은 고엽제 매립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서도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스티브 하우스라는 친구가 입 한 번 열었다고 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게 언론이지 반미감정이나 부추기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고엽제 매립 의혹'을 '사실'로 보도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다수가 의심하고 있는 '고엽제 매립 의혹'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스티브 하우스가 제기한 고엽제 매립 의혹을 "별종스러운 친구의 엉뚱한 이야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50드럼이든 500드럼이든 600드럼이든 그것이 땅에 묻혔다면 경상도땅은 전부 초토화돼서 사람 등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다이옥신 1g은 1만명의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을 가지고 있다. 한 드럼도 아니고 수백 드럼이 묻혔다면 그곳에 생명체가 살 수 있겠냐?"

김 사무총장은 "그런데 (고엽제가 매몰됐다는 기지 주변에) 잔디가 살고 수목이 살고 있다"며 "태백 등 탄광지역에서는 폐수가 흘러나와 주민들의 피부에 반점이 생기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칠곡과 그 아래지역에서는 그런 현상이 안 일어났다"고 말했다.

"우리 경험상 기지 안에 다이옥신이 직접 묻혔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베트남전쟁 때 고엽제가 살포됐던 지역을 한번 가 보라. 아직까지 나무가 앙상하다. 폐허다. 고엽제를 뿌린 지역이 그렇다. 뿌린 지역도 그런데 묻혔다가 노출됐다면 거기는 초토화됐어야 한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도 베트남전쟁 때 부대를 철수하면서 일부 군수물자를 묻었다"며 "미군도 (고엽제 등이) 남았다면 거기서 처리했지 배로 10일이나 걸리는 한국으로 끌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고엽제를 매립한 게 아니라) 아마도 DMZ에 고엽제를 다 뿌린 후 그 빈통에 동두천 등 미군 기지에서 나온 다른 오염물질을 담아 그쪽으로 이동해 매립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고엽제 매립 사실이라면 복구대책, 배상 등 요구해야"

다만 김 사무총장은 한미 공동조사단에서 조사한 결과 고엽제가 묻힌 것으로 드러날 경우 "가만 있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미군들에게 미국 영토가 소중한 만큼 우리 대한민국 영토도 소중하고 고귀하다"며 "고엽제 매립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정부는 미국에 향후 복구대책은 물론이고 배상까지도 강력하게 요구해서 받아내야 한다"면서도 "다만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언론에서 보도에 신중을 기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사무총장은 "고엽제가 묻혀 있을지 다른 오염물질이 묻혀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한미 공동조사를 지켜보자는 것이 고엽제 피해자들의 간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왜 고엽제전우회는 미대사관이나 미8군 앞에서 가스통 시위 안하냐?'는 지적에 "시위를 할지 말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이라며 "참여연대 시위를 끝으로 가스통 시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태그:#고엽제,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스티브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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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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