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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인천상륙, 성공했습니다. 내년 서울수복, 성공하겠습니다."

 

'진보집권' 의지는 마지막까지 사그라지지 않았다. 첫 콘서트가 시작됐던 지난 12월에서 6개월이 지난 지금,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듯했다. 송영길 인천광역시장은 이러한 열망을 이 한 마디로 '깔끔하게'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다.  

 

28일 오후 3시. 인천 관교동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진보집권플랜> 출간 기념 북콘서트(이하 북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12월 서울에서 처음 열린 뒤 대중의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전국투어로 확대된 북콘서트는 광주·대전·춘천·대구·제주를 거쳐 인천에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조국 교수 "검찰, 정권초에는 '권력의 주구' 말기에는 '정의의 사도'"

 

<진보집권플랜>의 인기를 증명하듯 콘서트장에 마련된 좌석 350개가 거의 꽉 찼다. 또한 지난 12월 자발적으로 모여 콘서트 진행을 도운 서울 북콘서트 독자위원들을 비롯, 그동안 지역에서 열렸던 북콘서트에 참가했던 이들도 마지막 콘서트라는 소식에 한 번 더 출석 도장을 찍었다.

 

또 이날 현장에는 <오마이뉴스>와 북콘서트를 공동 주최한 조성혜 인천시민연대 대표를 포함, 송영길 인천시장,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등도 참석했다. 이상호 서울시의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천 북콘서트에서는 최근 뇌물수수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화제에 올랐다. 오연호 대표가 "최근 뉴스 중에 흥미로운 남성이 있다"며 말을 꺼내자 조국 교수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흥미진진하다"며 "앞으로 줄줄이 사탕처럼 (이런 사례)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화제는 <진보집권플랜>에서 중심적으로 다루었던 검찰 개혁으로 넘어갔다. 은진수 전 위원에 대한 조사가 뒤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조국 교수는 "검찰이 이번엔 잘 했다고 본다"며 검찰을 '칭찬'하는 듯한 말로 운을 뗐다. 하지만 뒤이어 정반대로 날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이 왜 이 시점에 이럴까하는 겁니다. MB가 잘 나갈 땐 납작 엎드렸는데 말이죠. (지금의 행동은) 차기 정권에 대한 줄서기 아닌가, 그런 점에선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얼핏 좋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검찰은 항상 그래왔습니다. 정권 초기에는 권력의 주구, 정권 말에는 정의의 사도로 말이죠."

 

이에 오연호 대표는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도 이제는 과격하게 말을 쏟아낸다"며 남경필 의원의 "MB는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엉뚱하게 일했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러자 조국 교수는 "인간적으로 뒷북치는 사람을 싫어한다"며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내년 선거 다 망할 것 같으니까, 작년까진 장관 한 번 해보겠다던 분들이 이제는 발을 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한 마디를 덧붙여 좌중을 폭소로 몰아넣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송영길 시장 "진보가 국민 먹여살릴 수 있다는 근거 만들어낼 것"

 

콘서트의 흐름은 자연히 '선거'로 넘어갔다. 오연호 대표는 "<진보집권플랜>에서 승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주로 이야기했다"며 "이번 4.27 재보선 결과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라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조국 교수는 "예상 밖의 승리라는 말에는 동의하나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연대와 단결의 전략을 짜지 않으면 또 다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진영이 너무 자족하고 오만해져선 안 된다"며 진보진영이 고삐를 늦추지 말기를 당부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인천에서 이룬 성과는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야권 연대' 이름으로 송영길 인천시장이 당선한 것은 물론, 두 명의 민주노동당 출신 구청장을 탄생했다. 인천에서 마지막 북콘서트가 열리는 이상, 이들을 무대로 불러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먼저 무대에 오른 송영길 시장은 "행정 최고자가 되어 보니 어떤가"라는 질문에 "전체 인천시민의 살림을 챙긴다는 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문제는 재정위기 상황이 심각한데,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많은 부채를 남기고 물러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이에 오 대표가 "왜 그랬는지 물어봤나"라고 물었고, 송 시장은 "잘 될 줄 알았다더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조국 교수는 송 시장에게 "거두절미하고, 내년에 대권 도전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송 시장은 "지금 제가 해야 할 건 인천의 이 상황을 온 힘을 다해 뚫어내고, 진보가 무능하다는 편견을 돌파하는 것"이라며 "진보가 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만들어내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송 시장은 진보집권을 위해 풀어내야 할 과제를 설명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등 복지의 확대 실현과 함께 준비할 게 진보의 성장 플랜이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성장 패러다임을 만들고 그런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안보 담론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 패러다임을 보완한다면 진보집권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이 무대에 올랐다. 조 구청장은 "소수 정당 출신으로서 조금은 소외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는데, 송 시장이 잘 챙겨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현장에서 직접 구민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말하던 조 구청장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본인을 낮추고 눈높이를 주민과 함께 하면 어느 누구라도 정치를 할 수 있다"며 자신도 일주일에 몇 번씩 길거리로 나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이어 관객들의 질문을 받아 오연호 대표가 묻고 조국 교수가 답하는 순서가 계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조국 교수는 "야권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부산과 경남 지역을 총책임하는 역할을 하셨으면 한다"며 "부산 사람으로서 문재인 실장님이 나서면 부산의 반은 바뀔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국 교수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오연호 대표가 즉석에서 설문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국 교수는 "군사적 용어로 나는 보병보단 포병"이라며 "포병으로서 할 일은 하겠다. 길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으라면 잡겠다. 하지만 출마하라는 말은 말아 달라"며 정치권에 직접 참여할 뜻은 없음을 재차 밝혔다.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는 6개월 대장정 마무리

 

차츰 조국 교수가 "팔자에도 없던 로드쇼"라 말했던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 전국 투어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조국 교수와 오연호 대표는 각각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마지막에 오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책 출간 전) 비관적인 분위기를 낙관과 긍정의 분위기로 바꾼 것이 기쁩니다. 이 자리 오신 분들께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2012년을 위해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내는 세금을 어디에,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떻게 쓰느냐를 결정하는 게 정치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 뽑는가는 너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원칙과 상식과 합리가 지배하고, 노동과 복지 문제가 제도화되는 세상을 만들어 즐겁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국)

 

"조국 교수만 멋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더 나은 사회 위해 애쓰고 있는 분들이 멋있고 아름다운 분들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 이 책을 냈습니다. 춘천 북콘서트 마지막에 사회자가 '조국 보러 오신 분, 오연호 보러 오신 분'을 묻더니 '그게 아닙니다, 조국과 오연호가 여러분을 보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그 말이 멋있었습니다. 함께 하고자 합니다. 2012년 신명나는 판을 위해 함께 가고자 합니다." (오연호)

 

한편 이날 공연에는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 섬', 가수 별음자리, 가수 손병휘 등의 축하 공연이 펼쳐졌으며, 조국 교수와 오연호 대표도 목청껏 노래를 불러 큰 환호를 받았다. 콘서트의 마지막엔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사노라면>을 불렀다. 

 

콘서트 후 만나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너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선생님 커플'이라는 이호균(30)·김지연(31)씨는 "책을 먼저 읽었는데 책으로 채워지지 못한 부분을 현장에서 보니 좋다"는 감상을 전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뒤풀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송영길 시장은 시를 읊었고,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은 숨어 있는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많은 이들의 감동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무대에서 동양화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김묵원 화백은 "문화와 정치를 결부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신선했다"며 "마지막 북콘서트 때라도 함께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17개월 된 아이를 데려와 주목을 받았던 한 부부는 "북콘서트라는 형식이 생소했지만 더 길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며 "사회 현상을 보는 시각을 더 깊게 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도 "손병휘씨의 공연 중 '나란히 걷지 않아도 함께 가는 거지요'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것들을 인정한다면 충분히 진보대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국 교수는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해 "이제 시작이다. 바닥에 있다가 이제 '요기'가 끝났을 뿐, 만찬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 기세를 그대로 1년을 끌고가자"며 남다른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6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쫑파티'였던 만큼, 뒤풀이는 인천 구월동의 한 식당에서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는 이제 끝났다. 조국 교수의 말처럼 <진보집권플랜> 전과 후, 진보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비관이 희망으로 변했다. 콘서트는 끝났지만,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태그:#진보집권플랜 북 콘서트, #오연호, #조국,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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