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강사 박정수씨(왼쪽)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부인인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강사 박정수씨(왼쪽)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부인인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거 'PD수첩' 김종익씨 방송처럼 모자이크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진행된 '쥐그림' 강사 부부 인터뷰. 처음 잡았던 자리에 '역광'이 들자, 사진기자 선배가 반대편으로 앉아보라고 한다. 배경으로 '붉은 강' 사진이 걸려 있다. 아내인 영화평론가 황진미씨가 "이거 자세히 보면 마오에요"라고 말해준다. 그러고 보니 붉은 강 위로 그림자처럼 마오쩌둥의 실루엣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기자가 "이거 붉은색에, 마오쩌둥에, 또 '빨갱이' 소리 듣는 것 아니에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지난해 'PD수첩'은 '민간인 사찰편'을 방영하면서 김종익씨 뒤편 책장에 꽂혀 있는 사회주의 관련 책 제목을 흐릿하게 처리했다. 당시 'PD수첩'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이는 보수단체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기자의 '사전검열'은 인터뷰 중에도 계속되었다. 지난 23일 시청광장 앞 1인 시위에 딸 '매이'를 데리고 나간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매이는 2008년도 촛불에서부터 거의 시청과 종각 일대에서 자랐어요. 거기서 첫발 뗀 거예요. 그때가 돌이었는데 유모차 부대 중에 하나였어요. 심지어 얘가 어디서 구호를 들어가지고 나한테 구호를 하더라고요. 어린이집 보내려고 하는데 얘가 간다, 안 간다 실랑이를 했어요. 그러다가 나한테 ('팔뚝질' 하면서) '엄마는! 매이를! 짜증 내지 말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줘라!"

황씨의 '리얼'한 재현에 '빵' 터지는 것도 잠시, "이 내용, 기사에 나가면 보수단체가 싫어하겠는데요, 애까지 시위 나간다고"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뭐, 한창 뭐든지 따라 할 나이인데요"라는 황씨의 대답이 돌아오자,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사전 검열을 하고 있구나'.

남편이 경찰서에 있던 72시간, 다이어트의 매커니즘 깨닫다

 지난 23일, '쥐그림' 강사 박정수씨 부부가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가 열리는 시청광장 앞에서 '쥐그림'을 들었다.
 지난 23일, '쥐그림' 강사 박정수씨 부부가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가 열리는 시청광장 앞에서 '쥐그림'을 들었다.
ⓒ 박정수

관련사진보기


'호쥐호쥐', 쥐를 쥐라 부르지 못하는 사회. 한 트위터리안(@gabang985)은 "쥐벽서 사태는 공포를 몰고 왔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방금 자기검열을 했다. 쥐벽서 사태는 코미디로 비춰졌지만 사실은 공포를 몰고 왔다. 쥐 얘기를 어떤 인물과 관련지어서 할 뻔 했는데 그 말은 지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청계천에서 진짜 쥐 두 마리를 봤는데 그 말도 날조라고 취조당할 것 같은 기분이다."
  
검찰의 '징역 10개월' 구형, 1심 재판부의 '벌금 200만 원' 결정, 그리고 검찰의 항소까지. '쥐 그림'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공포'에 사로잡힐 만도 하건만, 지난 25일 만난 박정수·황진미 부부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씨는 "나름 이것도 인생에서 즐거운 한 때인걸,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현장범'으로 체포된 박정수씨가 구속영장청구 기각 후 72시간 만에 풀려나기 전까지 '인체의 신비'를 경험했다고 한다.

"일요일에 면회하고 화요일 날 밤에서야 이 사람이 나왔는데 그 사이에 속이 바짝 바짝 타서 애기 낳고 3년 넘도록 뱃살이 안 빠지던 게 쏵 빠지더라고요. 인체의 신비에요. 진짜로. 먹지도 못하고, 신경 쓰고. 다이어트 메커니즘을 알아냈다니까요."

황씨는 "경찰 조사기록을 봤더니 경찰서에서 이렇게(두 팔로 몸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며) 하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증거물 쫙 깔아놓고, (그거 보면서) '이 사람도 많이 쫄았겠구나' 이랬다"고 전했다. 황씨는 "구속영장 청구됐을 때가 가장 황당했다"며 "주위에 물어봤더니 '재범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G20 끝날 때까지는 못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하는데 눈앞이 캄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언론에서 '그라피티 작가'로 불리고 있는 박정수씨의 데뷔작이자, 현재로서는 마지막 작품이 '쥐벽서'라는 것도 이날 인터뷰의 웃음 포인트였다. '그럼 그날 그라피티를 처음 하신 거예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부부는 동시에 손을 바들바들 떨며 스프레이를 뿌리는 흉내를 냈다. 

황씨는 "왜 처음 만난 연인이 한 번 관계 가졌는데 임신되잖아요"라며 "저도 영화 평론을 따로 공부한 게 아니라 <씨네21>에 <결혼은 미친짓이다> 평을 한 번 보냈는데 글이 실려서 영화평론가가 됐다"면서 '평행이론(?)'을 입증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속이 울렁거리고 쫄았는데 이제는 흥미진진"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강사 박정수씨(오른쪽)가 장애인 인권운동 벌금 충당용으로 제작된 쥐그림 티셔츠를 부인인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와 함께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강사 박정수씨(오른쪽)가 장애인 인권운동 벌금 충당용으로 제작된 쥐그림 티셔츠를 부인인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와 함께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번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강수산나 검사가 등장할 때 부부는 함께 흥분했다(박씨는 "실명을 꼭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강 검사는 '용산참사', 'PD수첩' 광우병편 등의 수사를 담당했다. 박씨는 "공안 2부 강수산나 검사가 사건을 담당했기 때문에 지난 1월 검찰이 기소를 했을 때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분 이야기하면 다 알아요. 치를 떨면서 알아요. 용산참사 심문 때도 그렇게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저 사람들은 빨갱이라고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니라고 너무 심하게 하니까 오히려 판사가 '좀 가만히 계시라'고 그럴 정도로 정말 최선을 다 했어요."

강 검사의 예전 인터뷰까지 찾아봤다는 황씨는 "강수산나 검사는 공안부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하더라"며 "왜냐하면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이런 쥐같은 놈들이 있으니까"라고 남편을 가리켰다. 박씨는 쥐벽티와 관련, 트위터를 통해 아이디어가 나오기 전에도 논의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쥐의 발상을 바꿔서 나쁜 쥐가 아니라, '쥐에는 쥐'로 장벽을 갉아 먹는 쥐를 구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황씨가 "쥐가 명박 산성을 갉아 먹는 거다!"라고 거든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재밌었던 건 '3차 공판'이었다. 부부는 공판 검사인 김성현 검사가 "계획적, 조직적, 그것도 야간에"를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박씨는 "야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은 없어졌는데, 지금이 무슨 통행금지시간도 아니고 야간이라는 개념이 뭐 있냐"고 반문했다. 황씨가 말을 받았다.

"강수산나 검사가 최아무개씨에게 '왜 밤중에 돌아다녔냐'라고 물으니까 최아무개씨가 이렇게 진술했다는 거예요. '그날은 핼로윈데이라서 인사동과 명동 일대에 사람이 무척 많았고…그것 자체가 개콘 아닌가요." 

황씨는 '쥐그림' 사건을 보면서 '개콘'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다. '개그애호가'라는 그는 트위터(@intifada69)에 이런 멘션을 남기기도 했다. 스스로를 남편의 '홍보특보'라고 부른 황씨는 요즘 트위터에 푹 빠졌다. 

"개콘 심리술사가 생각납니다. 검찰이 '청사초롱의 꿈' 강탈했다고 정색을 딱~, 목에 핏대가 빡, 징역10개월이라고 구형을 딱, 벌금200만원 선고도 부족하다고 항소를 빡~"

황씨는 "처음에는 '뭐, 기소가 돼?'. 여태껏 전과가 없던 사람들이라, 속이 울렁거리고 쪼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이 세계가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소송이 걸려보니까 '병맛(말도 안 되는) 재판'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장애인들이 몇 년 동안 휠체어 타고 이동권 투쟁하는데 한 건, 한 건이 도로교통법, 집시법으로 걸려서 벌금이 수천만 원"이라면서 "이번에 법원이 '반올림' 회원들이 장례식장 주변에서 침묵행진 한 것 가지고 벌금형을 내렸더라, 이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의 쥐벽서? '서초동 청사초롱'의 감정가가 궁금하다"

 광화문 일대에서 발견 된 '제2의 쥐벽서'
 광화문 일대에서 발견 된 '제2의 쥐벽서'
ⓒ 엄지뉴스

관련사진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인 지난 23일 부부는 딸 매이와 함께 시청광장 앞에서 '쥐그림'을 들었다.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쥐 그림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좋으냐? 사람을 죽이는 권력의 맛이. 아, 이제야 알았네! 그분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박정수씨는 G20 국회의장회의 행사가 열린 청와대, 신라호텔, 영화 <한강>에서 주한미군이 버린 유독물질로 괴물이 출현했던 한강 등에서 '쥐그림'을 들었다. '인증샷'마다 박정수씨는 덧니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웃음'은 힘이 세다.

한편, 인터뷰 기사가 나간 다음 날인 26일, 광화문에 새로운 '쥐벽서'가 나타났다. '그분'으로 인물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표시를 만들고 있다. '그분'의 머리 위에는 미키마우스 귀가 달려있다.

이에 트위터리안들은 "호돌이 이후 이렇게 범국민적으로 주목받는 마스코트는 없었다(@kyoungtae_kim)", "이렇게 음지에서 그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다니, 앙큼ㅋ(@mesureur)"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riotguro)는 "그 누군가가 생각나면 오해입니다. 마릴린 맨슨입니다"라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에 황진미씨 역시 트위터에 '소감'을 남겼다.

"새로운 용자의 등장! 미술전문가 서초동 '청사초롱' 화랑의 감정가가 궁금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