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일본의 아이스하키 실업팀 '닛코 아이스벅스(Nikko Icebucks)'는 한국 선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아이스벅스 홈페이지에는 계약체결 기사와 함께 세계 선수권 대회 8회,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 2회, 유니버이시아드 대회 2회 출전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코멘트가 실렸다.

주인공은 바로 전 안양한라 아이스하키 팀 소속의 송동환(31) 선수. 그는 사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 언론보다 일본 언론이 더욱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이미 오래전부터 '코리안 로켓'을 뛰어넘어 '아시안 로켓'이라고 불렸다. 한국보다 아이스하키 실력이 좋다는 일본에서 한국 선수를 영입하며 "우린 정말 운이 좋다."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하키 인생을 따라가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체결 일본의 닛코아이스벅스팀의 디렉터 타카유키 히오키씨와 한국의 송동환 선수가 2011-2012 시즌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 계약체결 일본의 닛코아이스벅스팀의 디렉터 타카유키 히오키씨와 한국의 송동환 선수가 2011-2012 시즌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 이윤영


한국의 아이스하키 역사에서 송동환 선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한국의 굵직한 아이스하키의 궤적을 알고 싶다면 그의 이름 석 자만 따라가도 될 만큼 송동환 선수의 하키 인생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그래서일까. 그에게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다. 1928년에 일본을 통해 아이스하키가 한국에 도입된 지 80여 년, 다른 사람은 한번도 얻기 힘든 최초라는 이름은 그의 하키 인생에서 늘 떠나지 않는 수식어였다.

고려대 1학년 때(1998년) 이미 실업팀 선배들을 제치고 대학팀과 실업팀이 함께 겨루는 한국 아이스하키리그에서 최연소 베스트포인트상, 최연소 MVP를 받으면서부터 아이스하키 역사는 송동환을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대미문의 새로운 역사 탄생이었다. 한국 아이스하키리그가 출범한 이후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기록들이 그의 플레이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업 1년차인 2002년에 이미 최연소 100포인트, 10골-10어시스트, 베스트 포워드, MVP, 신인상 등 5개의 상을 받으면서 아이스하키에도 5관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그 다음해인 2003년에도 역시 베스트포워드, 베스트 포인트, 베스트 골, MVP의 4관왕을 2년 연속 받으며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한국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특히 2003년 이후 한국아이스하키리그가 일본, 중국과 함께 경기를 하는 아시아리그(Asian League)로 바뀌면서 그는 다시 한번 한국의 중심에서가 아니라 아시아의 중심에서 아이스하키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2005-2006 아시아리그 사상 한국인 최초로 일본 선수와 외국 용병들을 제치고 '최다득점왕(Best Goal)'에 올랐고 그해 베스트 포워드 상을 차지했다. 한국보다 몇 발 더 앞서 있는 선진 하키를 구사하는 일본선수들과 북미출신 선수들의 이름이 모두 랭킹1위 송동환 선수 다음으로 밀려났다는 건 사실 하나만이라도 그는 왜 천재적인 하키플레이어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한국인 최초 아시아리그 100포인트 달성(2005) 및 200포인트 달성(2010)을 비롯하여 지난해엔 한국인 최초로 100득점을 달성을 했으니 여전히 그의 하키 역사쓰기는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아시아 리그에서 경기중인 송동환 선수  아시아리그에서 안양한라의 송동환 선수가 일본의 닛코 팀과 경기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

▲ 아시아 리그에서 경기중인 송동환 선수 아시아리그에서 안양한라의 송동환 선수가 일본의 닛코 팀과 경기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 ⓒ 송동환선수 팬클럽


송동환 선수는 재미난 기록도 가지고 있다. 1998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대회 사상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그의 이름을 올린 것과, 2003년 일본아이스하키리그(JIHL) 올스타전에 출전하여 외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MVP를 받았던 것이다. 그가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을 당시 입었던 유니폼은 하키인에게는 최고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의 하키 명예의 전당(Hockey Hall of Fame)에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송동환 선수가 세운 기록보다도 그가 대단해 보이는 이유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10여 년이 넘는 시절 동안 단 한 번도 새로운 역사쓰기가 중단된 적이 없을 만큼 꾸준히 최고의 선수로 군림해왔다는 데 있다. 대부분 운동선수들에게는 2년차 징크스라는 것도 있고 상무 팀이 없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군대는 선수생활에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업 2년차 때도 그는 4관왕을 차지했으며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도 변함없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는 곧 그가 얼마나 철저히 자기 관리에 충실한가를 보여준다.

아시아리그의 송동환 선수  '아시안로켓' 송동환 선수는 이제 닛코아이스벅스에서 제2의 하키 인생을 시작한다.

▲ 아시아리그의 송동환 선수 '아시안로켓' 송동환 선수는 이제 닛코아이스벅스에서 제2의 하키 인생을 시작한다. ⓒ 송동환선수팬클럽


그리고 이제 송동환 선수는 또 다시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를 쓰려고 한다. 바로 국보급 선수로서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팀에 진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2명의 선수가 일본팀에서 활약한 적은 있지만, A급 선수로 일본팀의 제의를 받은 것은 최초다. 아직은 자신들의 아이스하키 수준이 한국보다는 몇 수 위라고 생각하는 일본이기에 쉽게 한국선수에게 스카웃 콜을 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국제아이스하키 랭킹을 볼때 공식적으로 일본은 22위, 한국은 31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한국 팀과 함께 아시아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의 닛코아이스벅스(Nikko Icebucks)는 강력하게 송동환 선수를 원했다. 통상 스카웃 담당자가 컨택을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송동환 선수의 영입을 위해 닛코팀의 최고 책임자인 히오키 타카율끼씨가 직접 나섰다.

그는 두 가지 이유에서 반드시 송동환 선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닛코는 올해 전체 선수의 절반이 넘는 13명의 선수를 새롭게 영입한만큼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팀을 전체적으로 리드할 수 있으면서도 능력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송동환 선수가 적격자라고 판단했다. 아시아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던 송동환 선수는 그 역할과 책임을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하나의 이유는 의외였다. 지금 닛코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이 하키에 쏟는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히오키씨는 이러한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송동환 선수와 함께 훈련을 하고 플레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더 흥미로웠던 사실은 많은 어린 일본 선수들이 송동환 선수를 잘 알고 또 배우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언론이 그의 일본 진출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리그에서 경기 중인 송동환 선수  아시아리그에서 안양한라의 송동환 선수가 일본의 닛코 팀과 경기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

▲ 아시아리그에서 경기 중인 송동환 선수 아시아리그에서 안양한라의 송동환 선수가 일본의 닛코 팀과 경기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 ⓒ 송동환선수 팬클럽


마침 송동환 선수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이미 아시아리그에서 그는 최고의 영애라고 할 수 있는 MVP 및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굵직굵직한 기록마다 최초의 한국인으로 그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또한 소속팀 안양한라 역시 2년 연속 아시아리그 챔피언을 달성했으니 그가 한국의 실업팀(동원- 한라)에서 10년간 있으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완수한 샘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서른한 살, 더 늦기 전에 외국으로 진출하고 싶었다. 한국의 아이스하키는 사실 그동안 한 번도 그에게 한국 무대 밖으로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무대는 그에게 너무 좁았다. 그러는 사이 닛코의 러브콜이 들어왔다.

일본 선수를 뒤로하고 아시아 선수로서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닛코의 제안보다 더 송동환 선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아시아리그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있는 일본 팀이라는 것과 닛코 지역의 열정적인 하키 팬이었다.

히오키씨는 "닛코의 팬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영 파티도 계획되어 있습니다."라며 끝까지 구애작전을 늦추지 않았고 한국을 방문한 지난 5월 18일, 그는 구체적 조건이 담긴 계약서를 내밀었다. 마침내 송동환 선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사실 히오키씨는 본인이 제안을 했음에도 송동환 선수가 닛코 팀으로 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얼마나 특별한 선수인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하키선수인만큼 닛코 팀에서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언제나 그의 하키 인생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였던 것처럼, 지금 시작하는 도전으로 한국을 넘어서 한국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아시아에서 새로운 아이스하키 역사를 쓰게 되기를 기대한다.

송동환 선수  일본에 최초로 A급 선수로 진출하는만큼 한국의 자존심을 걸고 다가오는 2011- 2012 아시아리그에서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송동환 선수 일본에 최초로 A급 선수로 진출하는만큼 한국의 자존심을 걸고 다가오는 2011- 2012 아시아리그에서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송동환선수 팬클럽


송동환 선수 프로필


생일: 1980년 2월 4일 (서울)
신체: 175cm, 77kg
전 소속팀: 동원드림스(2002-2003), 안양 한라(2003-2011.3)
학력: 경복고 졸(1998)- 고려대학교 졸(2002)
주요경력:1998-2011 국가대표
             2011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
             2011 한국인 최초 아시안리그 100 골 달성
             2010 한국인 최초 아시안리그 200 포인트 달성
             2006 한국인 최초 아시안리그 최다득점왕 및 베스트포워드 상 수상
             2003 한국인 최초 일본아이스하키올스타전 MVP
             2002 한국 아이스하키리그 최초 5관왕 달성, 최연소·최단기간 100 포인트 기록

아이스하키 송동환 닛코아이스벅스 아시안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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