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주)케이디미디어

르네 젤위거, 그녀가 돌아왔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때로는 섹시한 모습까지 보여줬던 그녀가 오랜만에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는 다소 엉뚱하지만 귀여운 매력으로 극 중 두 남자는 물론 관객들까지 애타게 만들었던 그녀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서는 섹시한 매력으로 춤과 노래까지 선보여 색다른 그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에서 모습을 선보였지만 관객들에게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의 이미지가 강한 그녀.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유부녀가 되어 돌아왔다. 게다가 두 아들까지 있다. 바람을 핀 남편을 버리고 두 아들과 함께 새 남자를 찾아가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영화 <마이 원 앤 온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족 이야기

뉴욕 최고의 밴드 리더 남편 댄 데브로(케빈 베이컨) 덕분에 부유하게 살고 있던 앤(르네 젤위거).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그녀의 매력은 철없어 보일 정도로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를 확인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두 아들과 함께 무작정 집을 나선다.

보스턴,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등을 돌며 그녀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자 새 남편 찾기에 몰두한다. 우연히도 가는 곳마다 그녀는 남자들을 만나지만 하나같이 어딘가 부족한 점들이 많은 남자들이다.

둘째 아들 조지(로건 레먼)는 그런 엄마가 철없어 보이고, 아들인 자신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좋은 남편감만 찾아다니는 그녀에게 불만이 쌓여간다. 앤은 그런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좋은 남편을 찾아 두 아들과 함께 끝나지 않는 여행길에 오른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주)케이디미디어


영화 <마이 원 앤 온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주인공은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앤이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화자는 로건 레먼이 연기한 앤의 둘째 아들 조지다. 그리고 이 조지라는 인물은 실존 영화배우 조지 해밀턴의 어린 시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디 알렌이 감독한 영화 <할리우드 엔딩>은 물론 <대부3>에도 출연한 바 있는 조지 해밀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마이 원 앤 온리>다. 실제로 그는 이 영화의 기획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는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한다. 대체로 로드 무비가 그렇듯이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인물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철없는 엄마인 앤은 물론 가장 역할을 하려고 하는 둘째 아들 조지 그리고 책임감 없는 아버지 댄까지 내적으로 성숙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영화다운 무척 극적인 장면은 없다. 그리고 인물들이 내적으로 서서히 성장하는 과정을 취하고 있으니 역동적인 전개도 없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영화가 <마이 원 앤 온리>다.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흐른다. 1950년대 미국 여기저기를 극 중 인물들과 돌아다니다가 보면, 앤이 만나는 수많은 남자들을 나도 모르게 평가하고 있다가 보면 어느새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굵직한 영화들 사이에서 소화제 같은 영화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주)케이디미디어


영화 <마이 원 앤 온리>는 조용하지만 빠르다. 차분하게 전개되고, 중간마다 잔잔한 웃음들을 던져줄 뿐이다. 그러나 무척 빠른 전개를 취한다. 역동적인 것도 없고, 극적인 장면도 없지만 전개 속도는 빨라서 그 점에서 만큼은 지루하지 않다.

빠른 전개 속에서 인물들이 성장해가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관객들은 그저 담담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들이 던져주는 삶의 소소한 유머들을 통해 가끔 미소를 머금기만 하면 된다.

판타지와 액션이 잔뜩 뒤섞인 최근 극장가는 굵직한 영화들이 점령하고 있다. 이런 극장가에서 <마이 원 앤 온리>는 소화제 같은 영화다. 긴장감 없이 볼 수 있는 영화, 그러나 축축 처지는 영화는 아닌 말랑말랑한 영화인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주)케이디미디어


무엇보다 <마이 원 앤 온리>가 반가운 것 중 하나는 앤의 남자들 때문이다. 극 중 앤은 가는 곳마다 새로운 남편감을 만난다. 처음에는 괜찮지만 알고 보면 부족한 점이 많은 이 남자들. 그러나 이 남자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로는 반가운 스타들이다.

우선 앤의 남편 댄은 케빈 베이컨이 연기했다. <할로우 맨> 등에 출연했던 그는 대체로 강한 인상을 줬지만 이 영화에서는 능글맞은 모습을 연기했다. 젊은 여자와 바람 피우고, 자기 아들을 보살피지도 않지만 서서히 가족의 중요성을 깨달아간다.

또다른 반가운 얼굴은 크리스 노스다. 실제 그의 이름보다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미스터 빅이라고 하면 누군지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극 중 군인을 연기한 그는 권위주의적인 남자 할랜을 연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띠는 배우는 극을 이끌어가는 조지 역할의 로건 레먼이다. 1992년생인 로건 레먼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훈훈한 외모를 극 내내 자랑한다. 불만이 많으면서도 엄마를 잘 따르는 아들 역할에 제격이다.

그런 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에 익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에서 주인공 퍼시 잭슨을 연기했었기 때문이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을 본 사람들이라면 <마이 원 앤 온리> 속 그가 더 어려보인다는 사실에 의아할 것이다.

사실은 <마이 원 앤 온리>가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보다 먼저 제작되었고, 국내 개봉일이 단지 뒤바뀌었기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훈남이었던 퍼시 잭슨이 조금 어렸을 시절에도 훈훈했었다는 사실이 더 신기할 뿐이다.

사랑스러운 그녀가 선사하는 차분한 재미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주)케이디미디어


르네 젤위거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엽다. 전작들에 비해서 나이가 많이 들어보지만, 그 매력은 여전하다. 신기한 것은 기존에 많이 봤던 그녀의 모습이지만 식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갑고, 그녀가 아니었다면 앤은 매력없는 캐릭터가 될 뻔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그녀가 선사하는 '새 남편 찾기 프로젝트 여행기'는 차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해적들과 역동적인 모험을 떠나고, 시간을 넘나들며 미션을 수행하고,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왔다갔다하는 요즘 극장가에서 앤과 함께 차에 몸을 싣고 그 여행을 따라가자.

그러면 잠시나마 현실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굵직한 최근작들 보다 분명 흥미는 떨어지지만 막상 보면 삶이 느껴지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영화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마이 원 앤 온리>는 일부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다. 전 지점은 아니지만 메가박스와 씨너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랑스러운 그녀도 곧 줄줄이 개봉하는 많은 영화들 때문에 오래 볼 수 없을 듯 하지만 서두르면 남들이 느끼지 못한 묘한 삶의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마이 원 앤 온리>(108분, 15세 관람가)
마이 원 앤 온리 르네 젤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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