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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 한 '나는 가수다(나가수)'의 첫 탈락자가 나왔다. 한 달 전 합류한 김연우가 지난 경연 6위, 이번 경연 4위를 하며 최종 탈락자가 되었다. 이번 경연에서 1위는 여러 사람의 눈시울을 적시며 기립박수를 받은 임재범이, 7위는 유독 긴장을 많이 했던 박정현이었다.

 

김연우는 김건모의 탈락과 재도전, 그 여파로 인한 방송 일시 중단으로 몇번이나 발걸음을 돌린 가수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번의 발걸음을 돌리고서 합류하게 된 나가수인데 한달만에 네번째 발걸음을 돌리게 된 것이다.

 

김연우는 사실 20대 중후반의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수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95년 유재하가요제 금상을 수상하고, 98년 데뷔한 그는 음악 평론가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가수들 사이에서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로 통한다. 대중들도 가수 '김연우'를 몰랐던 것이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그의 편안한 노래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했을 것이다. '좋은 사람',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등으로 유명한, 유희열로 잘 알려진 '토이'의 객원 보컬로도 활동했던 김연우는 토이 시절 '여전히 아름다운지' 등을 부르며 점차 마니아층을 형성해 갔고 그후 솔로 활동을 통해서도 '사랑한다는 흔한 말', '축가', '이별택시' 등으로 대중들에게 더욱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가수를 통해 그의 노래를 감상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음까지 올라가야 노래를 힘들게 부를까, 어쩜 저런 고음을 저렇게 부드럽게 부를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쏟아냈고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 그의 노래였다. 물론 재도전의 기회는 있지만 한동안은 나가수를 통해 김연우의 이런 부드러운 고음을 들을 수 없다는 것에서 탈락한 김연우보다 청중인 우리가 더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나가수에서 탈락이란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 활동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갖는 그런 의미일 뿐이다. 프로그램에 대해 '최고의 가수들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점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하는 비판 역시 그들을 최고의 가수로 인정하는 것이기에 이들의 탈락은 脫落, 실패, looser의 의미가 절대 될 수 없었다.

 

김연우를 몰랐던 사람들은 가수 김연우를 알게 되었고 가수 김연우의 노래를 들었고 가수 김연우의 노래에 빠졌다. 김연우를 알던 사람들도 가수 김연우의 노래를 즐겼고 가수 김연우의 다양한 매력을 보았다. 무엇보다 가수 김연우는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깨닫고, 그것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도 놀랄만한 최고의 무대들을 선보였다.

 

자타공인 최고라 불리는 가수들이 그 위치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연단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과연 얼마나 될까. 탈락 후 김건모의 말처럼 나가수가 여러 가수들의 노래 인생에 있어서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번 경연의 7위 발표 후 박정현은 전혀 괜찮다고 말했고 중간 점검 때 7위를 했던 BMK는 그 마음이 충분이 이해가 된다고 말하였다. 무대를 즐긴 가수들에게 7이란 숫자는 두려운 숫자가 아니라, 채찍의 존재가 사라지는 아쉬운 숫자였던 것이다. 결과 발표에 앞서 김연우는 꼴찌를 하면 화는 나겠지만 괜찮다고 말했고 최종 탈락자로 선정되자 그는 어느때 보다 활짝 웃었다. 자신의 더 많은 무대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할 뿐이었다.

 

한 명의 탈락자가 나오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하였지만 그럼에도 웃으면서 다음 주 방송을 기다리고 새로 나올 가수가 누굴까 궁금해할 수 있는 이유는 나가수에서 보여준 탈락은 절대적인 최하위가 아닌 상대적인 후자였기 때문이다. 이는 가수들이 한 무대 한 무대를 위해 최고의 노력을 다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그러하고, 마지막 김연우의 웃음이 그는 역시 최고의 가수라는 것을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런닝맨, 강호동의 1박 2일이 언제하는지 조차 잊게 만든 나가수의 아주 강렬한 등장은 정비의 시간을 거쳐 첫번째 탈락자를 선정하였고, 다음 주 부터는 새로운 가수가 합류하여 또다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매주 조마조마하게 티비를 보던 나도 다음주 부터는 편안히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더이상 누군가의 탈락을 아쉬워하지만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탈락을 하든 그렇지 않든 이미 그 가수의 모든 무대는 최고가 될 것이고, 모든 무대가 나가수의 경연장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래만으로 사람을 웃게 하고 울게 하는 나가수의 청사진을 그리며 다음주를 기다린다.


태그:#나는가수다, #나가수, #김연우,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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