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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하는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 몇 백 만이 죽고 나면 어떻게 할 건가. 야단을 칠 일이 있더라도 우선은 사람 살려놓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전용호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아래 NCCK)는 19일 "정치적 관계나 이념을 초월하여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 정부가 전면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NCCK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밀가루 172톤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지원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NCCK는 정부가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한 대북 제재조치인 '5.24조치'를 내세워 대북 지원을 허가하지 않자, 중국의 기독교 비정부기구(NGO) '애덕기금회'를 통해 지난 18일 단둥에서 밀가루 172톤을 트럭 6대에 실어 북한에 지원했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 한기양 목사는 "설령 우리 동포가 아니라 하더라도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다. 북의 동포가 굶어서 죽어 가는데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식량도) 거름도, 모든 유기물이 북으로 올라가야 할 상황에서 우리가 조건을 걸어서 따지는 일 자체가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NCCK 화해통일위원회 전영호 목사도 "유엔 산하 식량계획 실사단이 북한의 8개도, 109개 군을 다니면서 실태조사를 한 결과 35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프랑스에서도 21만 달러 분량의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미국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우리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NCCK는 또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NCCK는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는 곳에 구급약, 구충제, 결핵약과 같은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가장 비인도적 지원의 방식이고, 먹을 것을 가지고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태도 역시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도 상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 유감스럽지만 실정법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강도 만난 이웃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으로 돌보았던 선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으로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야 말로 그리스도인의 자세이며, 종교적 양심을 지키는 일임을 밝힌다"고 천명했다.

 

통일부가 전날 이번 대북 밀가루 지원과 관련,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통일부에 공문형식으로 대북주민접촉신청을 했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문서로는 불허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그 법이 우리 민족의 화해에 필요한 법인지 또,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한 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를 비롯해 전날 중국 단둥에서 북한에 밀가루를 전달하는 과정을 지켜본 한기양 목사, 전용호 목사, 노정선 박사 등 4명이 참가했다.


태그:#대북 인도적 지원, #NCCK, #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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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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