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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010년 5월 18일, 5.18유가족들은 5.18기념식장에 입장하지 않고 광주 5.18국립묘지 '민주의 문'에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의 노래가 시작되자 행사장 안에 있던 5.18부상자 등 유공자들도 밖으로 나와 "군사독재때도 부르던 노래를 이명박이가 못부르게 한다"고 성토했다.
 2010년 5월 18일, 5.18유가족들은 5.18기념식장에 입장하지 않고 광주 5.18국립묘지 '민주의 문'에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의 노래가 시작되자 행사장 안에 있던 5.18부상자 등 유공자들도 밖으로 나와 "군사독재때도 부르던 노래를 이명박이가 못부르게 한다"고 성토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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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5·18항쟁을 '폭도의 준동'이라고 생각하나"
"참석했다가 돌 맞을까 봐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속으로 5·18은 '폭도의 준동'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기념식'인 5·18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남긴 글입니다. 조 교수는 또 "2010년 정부는 5·18 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에 <방아타령>을 틀려고 하다가 무산되었다"며 "혹여 MB는 이 '노자 좋구나'가 틀어져야 참석하겠다는 것은 아닐까" 하고 뼈있는 농을 던지더군요.

조 교수가 전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부터 내리 3년째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엔 5·18 30주년을 맞아 5·18 관련 단체와 지역 정치인들이 대거 나서 "대통령의 참석을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냈지만 이 대통령은 끝내 불참했습니다.

대통령이 5·18기념식 참석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5·18 관련자들과 광주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표현은 다들 달랐지만 말 속에 흐르는 기운은 무서울 정도로 서늘했습니다. 

한 5·18단체 관계자는 "자존심 강한 '광주 사람들'이 작년에 읍소에 가까울 정도로 참석을 요청했지만 대놓고 무시당했다"며 "원수의 개가 죽어도 저렇게는 안 한다"는 말엔 노여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툭 잘라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온다고 5·18이 되고, 안 온다고 5·18이 안 된다요? 구걸하고 싶은 마음 없응께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그러시요!"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5·18항쟁의 중심지였던 금남로와 옛 전남도청이 있는 광주 동구가 지역구입니다. 그는 "대통령은 해마다 5·18 민주항쟁 기념식이 거행되는 10시에 무슨 일정이 그렇게 많나"고 묻더군요. 대통령이 내리 3년째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박 최고위원은 "광주에는 아직도 희생과 피해를 당한 많은 이들이 상처가 아물지 않아 신음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해서 피해와 희생으로 신음하는 당사자들을 위로하고, 국민 모두에게 5·18정신을 지키고 세우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곽근영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언론실장은 "대통령이 3년째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광주시민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합니다. 곽 실장은 "오월정신을 외면하는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쓴 숨을 내뱉었습니다.

진보신당도 17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은 3년 동안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5·18을 무시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다는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진보신당은 "어쩌면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5·18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글 한숨을 쉬더군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5.18국립묘지를 찾아 영령들의 영정을 모셔놓은 '유영봉안소'에서 파안대소를 하고 있다. 그는 유독 5.18과 관련된 가벼운 행동과 언사로 질타를 많이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5.18국립묘지를 찾아 영령들의 영정을 모셔놓은 '유영봉안소'에서 파안대소를 하고 있다. 그는 유독 5.18과 관련된 가벼운 행동과 언사로 질타를 많이 받았다.
ⓒ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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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5·18과는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

이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광주시청 공무원은 "대통령이 일정이 바쁘면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역사의식"이라고 말에 힘을 줍니다. "5·18이라는 역사가 남긴 민주·인권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정이 있나"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유독 5·18과 불화가 잦습니다. 2010년 5·18 30주년 기념식에선 기념식 노래로 불러오던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을 연주하려다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지자 이를 취소했던 일 기억하시죠?(☞ 관련기사: 유족들 경찰 저지 뚫고 <임을 위한 행진곡> 불렀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5·18묘역을 참배하는 공무원들을 징계하겠다며 겁박했었습니다. 정부가 인정해서 만든 국립묘지 참배를 정부가 나서서 막는 해괴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한 셈이죠. 

이 대통령 자신도 5·18과 관련한 가벼운 언행으로 여론의 질타를 많이 받았던 인물입니다. 2004년엔 광주 5·18국립묘지 '유영봉안소'에서 파안대소를 해 물의를 빚었지요. 또 2007년 5월엔 5·18묘역을 참배하다가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묘역 상석을 밟아 여론의 회초리를 맞았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엔 '5·18사태'라고 연거푸 발언해 문제가 되기도 했구요.

아무튼 이명박 정부가 자초하는 5·18과의 불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5·18기념식에 대통령이 3년째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이 불화의 상징입니다. "해봐서 다 안다"는 이 대통령은 5·18은 안 겪어봐서 친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까요?

대통령이 내리 3년째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광주의 많은 분들에게 여쭤보았습니다. 다들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고 나선 하나같이 제게 되묻더군요.

"근데 진짜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은 왜 5·18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대요?"


태그:#5.18, #이명박, #광주,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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