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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 : 13일 오후 8시 26분]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참가자들이 논의한 의제에 대해 대안을 발표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참가자들이 논의한 의제에 대해 대안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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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결정할 우리 미래이야기, 모여서 떠들며 결정하자."


총 200명이 집단대화에 나선 '정치수다' 씽크카페 컨퍼런스는 13일 오후 7시 50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약 3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집단대화는 총 20가지 주제를 놓고 6~7인의 테이블 대화를 이어갔다.

몇몇 테이블에서는 직접 와인을 가져오기도 하고, 통닭을 시켜먹으면서 '모둠토의'를 했다. 시종일관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와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시민들이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느끼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갈증은 심각했다.

우리는 어쩌다 돈의 노예가 됐을까, 헤어날 방법은 없나, 우리는 왜 행복을 유예하면서 살까 같은 아주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민정치운동은 과연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청년들은 어떤 일자리에서 일하기를 원할까, 선출되지 않은 권력, 검찰을 어떻게 시민이 견제할 수 있을까 등등의 현실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았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3시간 동안 이어간 이들은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돌며 회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하승창 더체인지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내가 무모한 짓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동참해준 분들 정말 감사하다"며 "스스로 사회적 대화를 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논의된 테이블대화를 묶어 책으로 낼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대안이 나온 것도 있고 테이블마다 논의수준은 달랐지만 정기적으로 이어가보려고 한다"고 포부도 밝혔다. 실제로 이날 모임 중에는 지역 차원의 '씽크카페 컨퍼런스'를 제안하는 제안자들이 많았다. 전국 광역별로 모임을 열고 내년에 다시 종합하는 모임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번 같은 집단대화가 200명이 아니라 2000명 혹은 2만명이 된다면 월드컵경기장 정도는 빌려야 가능할 것 같다. 이번 '정치수다모임'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걸로 보인다. 보통사람들의 토론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참가자들이 조중동의 방송진출과 SNS 2012의 전망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참가자들이 조중동의 방송진출과 SNS 2012의 전망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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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테이블의 '격정 수다'
사회자가 1~2분 동안 짧게 각자가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자고 했지만 한 번 터진 봇물을 막을 순 없었다. 긴 시간, 열띠게 나눈 고민들과 대화를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은 마이크를 놓지 못했다. 20개 테이블의 '격정 수다', 그 중 일부를 독자에게 소개한다.

# 테이블 1 : 교육은 지금,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가?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선택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데 집중해 논의했다. 일단 다양한 교육형태로 학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 시험 등 평가기준까지 포괄한 선택지가 확대돼야 한다. 대안 공동체 운동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테이블 3 : 서울 한강변에 원전을 세운다면?
귀가하는 길에 갑자기 용변이 급해졌다. 우리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잠겼다. 그래서 옆집 문 앞에다 일을 봤다. 서울이 다른 지역 원전 문제를 회피하는 건 이와 같다. 부도덕하다. 원전을 둘러싼 신화를 양파껍질 벗기듯 계속 벗겨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어린이를 앞세워 원전을 홍보하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반대하는 재단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 테이블 6 : 선출되지 않은 권력, 검찰을 어떻게 시민이 견제할 수 있을까
검찰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모여야 한다. 검찰이 어느 정도로 얼토당토 않게 큰 권력을 갖고 있는지, 마음만 먹으면 일반시민부터 대통령까지 괴롭힐 수 있는지 시민이 관심을 갖고 알아야 한다.

# 테이블 9 : 분단 불편하지 않으세요- 내 세금 속의 전쟁비용
우리 아들(현빈)은 꼭 군대 가야 하나요. 샐러리맨의 유리지갑이 통일세를 감당해야 하나요. 매일 듣는 꽃제비 자매 얘기, 김정일 얘기는 진실인가요. 이런 질문들이 나왔다.

# 테이블 10 : 내 삶이 유지되는 새로운 방식의 재개발 가능할까
주거안정성이 주택문제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선 어디 있는지 모르는 세입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한다. 세입자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

# 테이블 13 : 대한민국의 대학, 어떻게 Re-Design할 것인가
대학이 취업을 위한 제2의 고등학교가 된 점이 문제다. 지금의 대학에는 '왜'가 없다.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대학, 고민과 방황을 위한 대학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또 대학생들도 변해야 하지만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시민사회도 변해야 한다. 모두 함께 교육혁명에 나섰으면 한다.

# 테이블 14 : 내가 기업권력으로부터 침해받지 말아야 할 영역은 무엇인가? 그리고 삼성
기업은 권력이 맞단 결론을 내렸다. 또 그 권력이 애국심과 결합할 때 더욱 강화된단 얘기도 나눴다. 예를 들어 애플사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S 중 우리나라 기업이란 이유로 갤럭시S를 택할 때다. 삼성이 망하면 국가가 망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테이블의 10명 중 한 명 뿐이었다.

# 오픈테이블 : 동네에서 내가 아닌 우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혼자서 살아가기 너무 어렵고 같이 살고 싶단 수다를 떨었다. 동네에서 물건을 공동구매하기, 책을 사서 마을 도서관에 꽂기, 이웃과 함께 하기 위한 시간을 내어놓기, 만나는 이웃에게 말 걸기, 동네 아이들 놀 때 과감하게 끼어들기 등을 해보기로 했다.

[5신 : 13일 오후 5시 20분]

"나는 노래하고 김치 담궜을 뿐인데 너무 행복합니다"

배우 김여진씨가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우리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배우 김여진씨가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우리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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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과 함께 하고 나니 변한 것은 우리 날라리였다. 이렇게 얘기하신다. 나는 기타치고, 노래하고 김치를 담궜을 뿐인데 이제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단다."


배우 김여진이 '행복'을 말했다. 새해 벽두 10여 년간 일했던 학교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170명의 홍익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며 '진짜 행복'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와 함께 한 '날라리 외부세력'도 마찬가지였다.

트위터를 보고 쭈볏쭈볏 집회현장에 모였던 이들이 이제는 넉달 넘게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찾아간다. 해군기지 건설로 진통을 겪고 있는 제주도 강정마을을 찾아가 현수막을 쓴다. 3년 째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재능교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신고에도 응원 차 같이 간다.

김씨는 "우리가 남들에게 행복해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안정된 직장, 그럴듯한 집, 멋진 차, 1등 하는 자녀까지. 돈이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그럴듯한 무언가를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또 "누군가 물에 빠져 있을 때 그냥 지나치면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누군가를 외면하고 지나치면서 혹시 그 부당한 대우가 자신에게도 가해지지 않을까 두려움이 깃드는 순간, 우리는 불행해진다고 했다.

김씨 자신도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소식을 듣고 일주일 내내 불편했다고 했다. 불편한 마음을 견디다 못해 트위터에서 본 것처럼 반찬가게에서 김치와 반찬을 사다가 '어머님'들과 밥을 먹었다고 했다.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어머님들을 도울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홍대 총학생회장을 봤을 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왜 젊디 젊은 저 친구가 자기 학교 안의 일에 눈을 돌리고 학습권만을 강조할까. 그래서 너는 행복하니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금방 울 것 같은 그 아이에게 물을 수 없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김씨와 날라리 외부세력은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승리로 끝냈다. 누군가는 광고에 쓰일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광고카피를 만들고, 누군가는 바자회에서 타로점을 봐주고, 누군가는 김장을 담고,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김씨는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의 마지막 광고카피처럼 "홍대 청소노동자 어머님들이 자랑스럽고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처럼 두려움에만 질려 있는 나를 함께 책임질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키워주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함께 살아야 한다. 함께 행복해야 한다"면서 "함께 하는 마음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함께 하자"라고 덧붙였다.

한편, 씽크카페 컨퍼런스 '대화'는 장소를 옮겨 2부 집단테이블대화를 진행한다.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20개의 테이블에 10명씩 앉아 교육·정치·환경·먹거리·인터넷 등 15개 주제에 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 김여진 "김치 담궜을 뿐인데 너무 행복"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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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13일 오후 4시 20분]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말하는 '진정한 법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정의가 무너진 시대에 우리가 살려야 할 가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정의가 무너진 시대에 우리가 살려야 할 가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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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도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 불만 있어도 법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간단히 줄이면, 입 닥치고 법 지켜라 이 소리다. 이 법치관이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평생 법을 가르친 내가 볼 때 이 말은 잘못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누구에게 복종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독배를 마셨다. 사형을 언도한 판관에게 현자를 사형했노라는 악명도 남겼다. 이걸 악법도 지키라고 해석한다면 난독증이다."


잘 생긴 훈남 법학자 입에서 독설이 쏟아졌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정한 법치와 정의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강의를 시작했다. 조 교수는 "딱딱한 법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악법도 법이니 지키라고 요약한 것은 일제시대 군국주의 법학자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인데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70년대 머리 기르면 강제로 자르고, 미니스커트 입으면 자로 센티를 재던 시대를 살아왔다"며 "그러나 법질서는 광장민주주와 시민불복종 등과 결합된 때 의미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MB정부 이후 이어진 표현의 자유 위축, 누리꾼의 자기검열, 언론탄압 등을 비판했다. 평생 노동운동가만 잡으러 다닌 공안검사도 기소 못한다는 미네르바 사건을 결국 기소해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꼬집었다.

이어 조 교수는 "언론인을 감옥에 넣는 나라는 없다"며 "며칠 전 미국의 보수적인 프리덤하우스에서조차도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가 70위라고 평가했고, 지금까지 유지됐던 자유국가 지위를 상실하고 부분자유국가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군사독재시절인 전두환·노태우 시절로 돌아간 셈이다.

무엇보다 조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데는 엄정하고 정의로운 방식이 이뤄져야 하는데 편파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스폰서검사 수사문제를 들었다. 정치권력의 같은 편 봐주기 수사라는 것이다. 경제권력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배임과 조세포탈, 횡령한 금액은 몇천억원인데도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단돈 7천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법학자로서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다"면서 이 대목에서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고대 페르시아 시대 탐비세스의 부하 시넴네스가 부정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담은 그림 한편을 소개했다. 부정을 저지른 시넴네스의 인피를 벗기고 그 가죽으로 소파를 만든 뒤 재판관을 새로 임명했는데 그는 죽은 판사의 아들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뇌물을 받거나 부정을 저지른 법 집행 관련자들을 모두 저렇게 처리했다고 소개했다. 이 잔인한 그림이 시사하는 바가 무언지 이 시대의 법조인들은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교수는 최근 유행하는 마이클 센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빌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의론의 기초를 닦은 존 롤즈를 소개했다. 존 롤즈에 따르면, 세상에서 불평등은 가능한데 그 불평등은 최소 수혜시민에게 최대 이익을 가져다 줄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설명이다.

벤자민 카도즈라는 미국의 유명한 대법관의 말도 인용했다. 대표적 중도파인 벤자민 카도즈는 자신의 판결을 회고하면서 "자신이 중립적이었다고 판단했던 판결은 강자에게 기울어진 것이었고 약자에게 유리한 판결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중립적인 것이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상, 한국의 과거와 미래, 어느 사회에나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 존재하겠지만 이 속에서 정치권력자가 해야 할 일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며 "약자에게 보다 유리한 입장을 갖고 이런 법치관이 퍼질 때 사회적 약자들이 법을 통해 나의 억울함 풀고 분쟁이 공정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국 "진정한 정의는 약자에게 유리한 것"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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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13일 오후 3시 40분]

"누가 황사와 쓰나미, 광우병을 만들었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세대, 인간,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문화적 감수성에 대하여'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세대, 인간,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문화적 감수성에 대하여'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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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 우리 대신 나무를 심을 수 없잖아요. 펭귄들은 열 받아도 피서 갈 때가 없잖아요. 아우 더워, 아우 더워. 다 같이 지구를 생각해요. 지구를 식혀줘, 모두를 위해서 지구를 식혀줘. 뜨거워, 더워, 뜨거워, 더워. 지구를 차갑게, 지구를 차갑게."


컬투가 랩송을 불렀다. 화면엔 애니메이션으로 북극곰과 팽귄들이 더위를 호소한다. 그리고 딱 건설회사 로고가 나온다.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광고쟁이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는 씽크카페 컨퍼런스에서 '공존'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신영복 교수님께서 좋은 세상과 좋은 일을 만드는데서 변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광고가 가장 변방"이라며 "가장 탁한 탁류의 문화를 만지는 사람이 청류의 공간에 불러주다니 너무 감사하다, 우리끼리는 반화류계라고도 얘기한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박웅현씨는 이날 "우리가 같이 살아가야 할 친구들 이야기를 하겠다"며 "인간보다 훨씬 현명한 존재들"이라고 입을 뗐다. 동물과 식물 그밖의 모든 생명체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들 때와 날 때, 또 간혹 먹고살려고 잔인하기도 하지만 인간만큼 욕심내지 않고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하는지 등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뭇생명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또한 박씨는 "죽은 새 앞에서 울부짖는 모습, 길에서 죽은 고양이와 자신 체온을 나누는 길고양이, 함께 살던 개가 치어죽자 그 개 곁을 떠나지 못하는 개를 보면서 인간을 다시 생각한다"며 "인간이 그들에게 하는 짓은 너무 잔인해서 말 못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곰의 몸에 딱 맞는 철창을 세우고 쓸개까지 직접 구멍을 뚫고 즙을 빨아낸다면서 이것이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누군가 우리들의 봄을 훔쳐가고 있다"며 "도대체 누가 황사와 쓰나미, 광우병, 조류독감, 구제역을 만들어냈는지 결국 생명들이 죽어나가도록 해놓고 고작 한다는 게 살처분이라는 뻔뻔스러운 단어를 쓰는 것"이라며 "만일 신이 어떤 혹성의 생명체에게 다른 별의 피조물 위에 군림하라고 해서 우리를 모두 꼬치구이 할 때가 돼야 반성할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간의 염색체가 침팬지와는 98%, 긴팔원숭이와는 95% 같다는데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며 "도대체 우리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초등학교 때 왜 인간만 홍익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나이 드니 이제야 알겠다"며 "홍익해야 할 것은 생명 전체"라고 긴 울림을 만들었다.

박웅현씨의 강연에 이어 성공회대 김창남, 박경태, 김진업 교수로 구성된 노래패 '더숲트리오'의 노래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 성공회대 교수들의 노래패 '더숲트리오' 노래공연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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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3일 오후 3시 30분]

금천구청 금나래아트홀에 울려 퍼진 동요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가 '변화의 시대에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가 '변화의 시대에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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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동요 '시냇물'이 금천구청 금나래아트홀에서 울려 퍼졌다. 신영복 교수가 감옥에서 20년 간 불렀다던 18번 노래였다. 신 교수는 "감방 동료들도 아이들 노래 부른다고 핀잔을 주다가 '넓은 세상'이란 대목에선 숙연한 표정을 짓고 했다"며 "출소한 뒤에도 이 노래를 불렀는데 학생들도 똑같은 핀잔을 주다가 '넓은 세상'이란 대목에서 교도소에서 봤던 표정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창살 밖에 서 있는 사람이라도 여전히 사회 구조 안에 갇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였다. 신 교수는 사람의 머리를 가두고 있는 사각틀을 망치로 깰 것을, 직선으로 된 도로에서 벗어나 구불구불한 길을 걸을 것을 조언했다.

신 교수는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하는 것이라 했다"며 "갇힌 생각을 깨뜨려 가슴까지 여행을 하자, 공감과 인간적 품성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또 "맹수에 쫓기는 동물만이 직선으로 달린다"며 "속도와 효율성, 목표에 몰입하는 건 우리가 자본의 논리에 쫓기는 구조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강물처럼 아래로 향하는 연대를 하는 건 객관적인 상황에 따른, 필수조건이었다. 신 교수는 일본·미국 등 외세와 한국의 보수세력을 상징하는 큰 비석 3개에 위태롭게 기대 있는 작은 적벽돌 한 장으로 현재 한국 진보세력이 처해 있는 상황을 그려냈다.

신 교수는 "행정·입법·사법 3부를 누가 점령하고 있는지 이른바, 4부라는 언론도 누가 점령하고 있나"며 "그림의 작은 벽돌 한 장은 변화를 요구하는 우리의 역량을 상징한다, 이런 구조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연대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조건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은 변화시켰지만 우리 사회의 뼈대를 바꾸는 변화는 없단 뜻인가"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질문에도 "우리나라의 지배권력은 1632년부터 한번도 변한 적 없다"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도 행정부 일각을 점유했다가 내놓은 셈"이라고 답했다.

신 교수는 이어, "변화와 창조의 전략지점은 변화와 마이너리티"라며 "중심부가 아닌 변방을 주목하자"고 제안했다. 16살 전까지 당시 반가의 자제들이 익히는 과거준비, 교조적 성리학에 무지했던 연암 박지원이 결국 역사상 최고의 사상가, 문필가가 됐듯 역사는 변방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물과 숲이 어우러진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며 "강물은 곳곳에 숲을 만든다"며 "씨과실은 새 봄의 싹이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된다, 그런 먼 길을 우리가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출신 스테판 에셀이 최근 펴낸 '분노하라!(Indignez vous!)'를 소개했다.

"스테판 에셀은 특히 프랑스 청년들에게 시장권력에 대해 분노하라고 한다. 그리고 평화적으로 봉기하라고 했다. 제일 마지막 구절은 새로운 것에 대한 창조와 변화, 그것이 저항이라고 했다."

한편, 신 교수에 이어,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강연에 나섰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을 낸 그의 강연은 처음부터 광고로 시작되는 중이다.

▲ 신영복 "역사는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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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3일 오후 2시 40분]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참가자들이 배우 김여진씨의 강연을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더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공동 주최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 우리가 함께 결정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서 참가자들이 배우 김여진씨의 강연을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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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늘 특정 집단과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최근엔 소셜미디어 같은 미디어 변화로 보통 사람 누구나 공적 공간에서도 미래를 얘기하는 게 가능해졌다. 씽크카페 컨퍼런스는 이런 변화에 도전하는 일이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시도다."

재미난 '토론실험'이 시작됐다. 200인의 보통사람들이 모여 집단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얘기해보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더 체인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13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5시간 동안 서울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집단대화의 장을 연다.

이날 오후 2시 13분 문을 연 하승창 더 체인지 대표는 "얘기만 듣고 가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토론해서 의견을 모으는 자리"라며 "참가자들의 테이블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에 관한 해법을 함께 찾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대화 마당이 시작됐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사회로 시작된 첫 번째 대화마당에는 ▲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더 숲트리오 ▲ 조국 서울대 교수 ▲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함께한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가하려고 등록한 인원은 모두 490여 명이며, 현장에서 접수한 사람도 50여명에 달한다.

직장인 변지영(35)씨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트위터를 보고 싱크카페 컨퍼런스를 찾았다. 그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동료와 함께 금나래아트홀에 왔다. 변씨는 "나 자신이 실천하는 삶을 살진 못하더라도 생각만큼은 하고 살아야 한다"며 "이날 강연하는 분들을 멘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피빈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고운(32)씨는 "직장상사의 추천을 받고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됐다"며 "다양한 강사가 있는 만큼,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강연은 오연호 대표의 사회로 '토크쇼' 형식을 빌려 진행되고 있다. 북한산 인수봉에 빗댄 서울의 뼈 이야기가 한창 진행중이다. 좌중에는 계속 폭소가 터지고 있다.

씽크카페 컨퍼런스
 씽크카페 컨퍼런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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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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