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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우 로이비쥬얼 대표.
 이동우 로이비쥬얼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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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중 시청률 1위(약 5%)다. 4월 출시된 완구는 어린이날이 되기 전에 다 팔렸다. 인터넷에서는 "우리 아이가 '엄마보다 <로보카 폴리>가 좋다'고 해요"라는 엄마들의 하소연이 쏟아진다. 아이들의 대통령이라는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를 위협하는 인기다.

해외에서의 평가는 더 좋다. 현재까지 아프리카와 남미를 포함해 전 세계 50개국 100개 방송사에서 판권 구매 요청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영유아 부문 세계 최대 영상 박람회 '밉주니어 라이선싱 챌린지(MIP Junior Licensing Challenge)'에서 한국 최초로 1등 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바로 지난 2월 첫 방송 된 <로보카 폴리> 얘기다. 애니메이션 창작 회사 '로이 비쥬얼'이 4~7세 아이들을 겨냥해 제작한 이 작품은 주인공인 경찰차 '폴리'를 비롯해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구조대가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출동하는 내용을 담았다.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내용과 수준 높은 3차원 입체영상(3D) 기술이 인기 요인이다.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이동우(38) 로이 비쥬얼 대표는 '대박'을 맞은 셈이다. 지난해 25억 원이던 회사 매출액은 올해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에게 "성공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돈 벌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대표는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 '아이가 더 이상 <파워레인저> 안 봐서 좋다'는 엄마들의 얘기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로보카 폴리>를 만든 것도 이 대표의 두 아들이 유치원에서 일본 콘텐츠의 영향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충격을 받은 탓이다.

"창작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리니, '정신 나간 일'이라고 했다"

 <로보카 폴리> 방송 화면.
 <로보카 폴리> 방송 화면.
ⓒ 로이 비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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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앞세우는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말은 신선한 충격이다. <로보카 폴리>의 외형적 성공 이전에 이동우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궁금해졌다. 첫 질문에서 화제를 그의 어린 시절로 되돌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만화광'이었다.

"1980년대 학교 다니면서 수업 중간에 나와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과 명동에 있었던 일본 서적 판매 서점에서 살다시피 했다. <건담>이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보고는 극명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세계관과 디테일한 애니메이션에 매료됐다. 학창시절 매일 만화를 그렸고, 친구들이 내 만화를 돌려보기도 했다."

- 미술대학 공예과를 나왔다. 대학생활은 어땠나?
"92학번인데, 만화 관련 학과가 없었다. 공예과가 뭔지도 모르고 미술대학 가면 만화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르쳐주지 않더라.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일본 만화를 베끼는 수준이었다. 민중 걸개그림 동호회에 들어갔더니, 여기서도 목판화를 베끼기만 했다. 색은 촌스러운데다 의미 없이 형식에만 치우치더라."

- 그때부터 애니메이션 창작에 관심이 있었나.
"만화를 그려도 생각이 깃들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지 않나. 또는 수필처럼 작은 일상을 코믹하게 표현하는 연출을 하고 싶었다. 걸개그림 동호회에서 '만화 그리면 안 될까요?' 했더니 선배들이 싫어하더라. 근데 군대 다녀오니 만화 동아리로 바뀌었더라.(웃음)"

- 군 제대 후 1998년 겨울 '로이 비쥬얼'을 창업했다.
"당시 업계는 미국·일본 만화 하청이 대부분이었다. 창작에 대한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했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기획서를 들고 갔지만 다 퇴짜 맞았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 5명과 함께 창작 회사를 세웠다. 1000만 원을 모아 공간을 임대하고 장비를 샀다. 주위에서 '정신 나간 일'이라고 했다."

- 당시 열악한 업계 환경에서 힘들었겠다.
"혼자서 사장, 감독, 제작, 편집, 영업, 회계 등 모든 일을 다 했다. 휴일에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씻고 다 했으니까. 하루 2~3시간밖에 못 잤다.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지만 외면받았다."

- 창업 이듬해 <우비소년>으로 성공하지 않았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우 배두나의 모습을 보고, 유행하던 엽기 코드와 엮어 <우비소년>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TV 시리즈로도 나왔다. 이후 <뽀로로> 제작사와 <치로와 친구들>을 공동 제작했다. 하지만 제가 완성도에 집착해 2년의 제작기간 동안 18억 원이나 들였다.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이동우 로이비쥬얼 대표.
 이동우 로이비쥬얼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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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카 폴리> 보더니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말, 가장 기분 좋아"

이 대표가 <로보카 폴리>를 처음 기획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그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일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를 보고 따라 한 거였다"며 "그 충격 탓에 기획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영유아와 초등학생 사이의 아이들이 볼만한 애니메이션이 없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남자아이들은 2살 넘으면 영유아용 작품을 안 좋아한다. 볼만한 게 없으니, 하반신 노출하고 여자만 보면 침 흘리는 등 '18금'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짱구는 못 말려>를 보게 된다. 안타깝다. 4~7살 아이들이 나쁜 콘텐츠를 안 보고, 교훈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시장은 없었지만 니즈는 있다고 생각했다."

- <로보카 폴리>를 기획하고 제작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만들었다 부수고'를 반복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변신하는 모습이 완구에서도 똑같이 재현되도록 하고 싶었다. <트랜스포머> 완구 중 영화처럼 변신하는 게 없지 않나. 또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나리오도 여러 번 갈아엎었다. 2억 원 들여 한 편 제작했는데 재미없어서 버렸다. 제작비로 40억 원(11분짜리 52편)을 예상했는데, 55억 원 들어갔다."

-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왔나?
"3D 완성도에는 끝이 없다. 시간과 돈이 있다면 영화 <아바타> 만큼 만들 수도 있다.(웃음) 50명인 제작실에서 짧은 시간과 비용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배경 하나 소홀히 안 했다. 외주를 주려고 해도, 어려워서 못 하겠다고 할 정도였다. BBC에서도 '잘 만들었다'고 했다. 완성도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 방송 게시판에는 <로보카 폴리>의 교훈적인 내용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소통을 다룬 '할아버지 사랑해요' 편을 보고 게시판에 "우리 집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는데 할아버지와 손녀가 가까워졌다", "너무 감동적이라 울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우리 아이가 <파워레인저>를 보지 않고, <로보카 폴리>를 보더니 달라졌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

현재 <로보카 폴리>의 큰 인기는 완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 완구 기업 실버릿을 통해 지난 4월 초에 공급된 초도 물량이 어린이날 이전에 모두 소진됐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일부 유통 업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웃돈을 받고 완구를 팔고 있다. <로보카 폴리>를 사달라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완구를 충분히 누리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 하게 된 점에 대해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다"며 "실버릿에 '공장 풀가동'을 주문해 5월 20일께 2차 판매분을 새롭게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나 회사 직원들도 완구를 구하지 못했고, 회사 비치용 한 세트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을 위한 작품 내놓을 것"

<로보카 폴리>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북미의 한 완구회사 관계자가 '아이들이 폭력적인 <트랜스포머>를 보는 게 너무 싫은데, <로보카 폴리>는 캐릭터도 귀엽고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면서 "아이들에게 맞는 건전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진심이 외국 사람들에게도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사정이 좋지 않다. 그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진짜 국격을 높이는 것이다, 땅 팔 돈이 있으면 애니메이션 업계에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디즈니처럼 큰 회사를 차리고 돈을 버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초등학생인 제 아이들이 게임을 너무 좋아한다. 요새 게임은 너무 폭력적이다. 게임 산업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해서 아이들을 자극적인 것에 가둬두려 한다. 동심 다치게 하고, 나중에 청소년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으면서도 건전한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내후년쯤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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