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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의 정의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하지 마비로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있다. 정순기(52·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씨는 장애인이면서도 장애인이 아니다. 정씨가 장애인으로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도 '등급외' 장애이기 때문이다.

2006년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로부터 지체장애 3급 진단을 받았고, 2011년 1월 창원 파티마병원에서 지체장애 1급 진단을 받았지만 장애등급 심사에서는 정상인과 같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장애인이 복지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무적으로 재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고, 그 심사는 국민연금공단에서 한다. 정씨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외부 출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졌지만 정작 장애등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씨는 플라스틱으로 된 숫가락만 사용한다. 스테인레스로 된 숫가락은 무게로 인해 힘을 주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온몸에 통증과 함께 귀에서는 이명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까지 남의 손을 빌려야 가능하다.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 가는 일도 활동보조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하다. 그런데 이것마저 최근 모두 끊겼다. 이유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가 "장애등급 판정 기준상 감각손실 또는 통증에 의한 장애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등급외'장애가 나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씨는 판정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했고,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입회한 가운데 한국산재 의료원 산하 종합병원인 창원병원에서 직접 진단을 받았지만 역시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정씨는 창원시에 장애인 복지카드를 반납했다.

이후 병원이나 외출을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여기에 수반되는 모든 경비는 본인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한 달 수입이라야 고작 기초생활수급자로 지급받는 월 73만 원이 전부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과 합병증으로 인해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정씨가 가지 않는 진료과목은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전부라고 말 할 정도로 증세는 심각하다. 정씨는 현재 '등급외'장애 판정으로 벼랑 끝에 내 몰려 있다.

아무리 몸이 아프고 장애가 심해도 감각손실 또는 통증에 의한 장애일 경우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국민연금공단 장애 심사 기준이다. 어떻게 죽었는지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사망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거동이 어렵다.
▲ 단칸방에 누워 있는 정순기씨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거동이 어렵다.
ⓒ 강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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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기씨와 유사한 장애로 4급 판정을 받은 충북 청주에 사는 정(53)모씨의 재판결과를 주목해 볼만 한다.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정모씨의 경우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장애"로 인정하고 있다.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사건 2008구합25951)에서 "원고는 현재 이 사건 상병(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보행이 불가능하여 전동휠체어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는 일상생활과 치료도 시행할 수 없는 상태이어서 경제활동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신체감정 당시 원고의 노동능력 상실률이 69% 정도로 감정되었고, 호전되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원고의 이 상병으로 인한 장애상태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에서 정한 장애등급 3급 12호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을 놓고 볼 때, 정순기씨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인해 보행이 불가능하고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고 경제 활동이 불가능 한 점, 노동능력 상실률이 절대적임을 감안 할 때 재판으로 간다면 승소 할 가능성이 높다.

정씨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누워서 손가락으로 무선 마우스를 사용 하는 것이 전부다. 3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와 단 둘이 생활하고 있다.

정씨는 "불편한 몸에서 오는 고통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지만,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자신을 두고 정상인 취급을 하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 결과"에 분노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경남민언련 강창덕입니다.



태그:#정순기, #국민연금관리공단,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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