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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손학규 당선자가 27일 오후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선거사무실에서 김진표, 원혜영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손학규 당선자가 27일 오후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선거사무실에서 김진표, 원혜영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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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이 사실상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여겼던 분당을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자 여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분당의 반란'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한 '넥타이부대'의 투표참여가 승패를 갈랐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는 총 투표자의 37% 정도인 3만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몰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분당에서 손학규 대표의 승리를 가져다준 이 '넥타이부대'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들은 무엇 때문에 손학규에게 표를 던졌을까? 분당과 인근지역에는 많은 기업들이 있고,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규정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들이 섞여 있다. 언론에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들 중에는 금번 선거에 큰 영향을 준 두 집단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분당을 표심 하나] '공공기관 선진화' 겪은 공기업 직원들

분당 '넥타이부대'의 최일선에는 공기업 근로자들이었다. 분당에는 유난히 공기업이 많다. 기획재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만 해도 한국가스공사(1032명), 지역난방공사(1262명),한국토지주택공사(5600명) 등 9개 기관이 있고 종사자는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분당소재 공기업 통계 분당에는 유난히 공기업들이 많다. 이들이 손학규 승리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분당소재 공기업 통계 분당에는 유난히 공기업들이 많다. 이들이 손학규 승리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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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분당을 소재 조합원의 수를 파악했던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당을 선거구에 한국노총 조합원이 약 4000여 명이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공기업 직원들"이라며 "민주노총 산하와 기타 공기업, 이들의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분당을의 '공기업 표'는 1만표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이 이들의 몰표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별 공기업 노조와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투표독려와 선거운동이 벌어져 이들의 표쏠림이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분당에 소재한 H공사의 2010년도 신입사원
김건우(가명, 28)씨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공기업 선진화'의 최대 피해자다.

3년간 취업준비에 공을 들인 끝에 공기업에 입사했지만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공공기관 신입직원 초임을 20%씩 일괄 삭감하면서 선배들보다 '20% 모자란 인생'을 살고 있다.

입사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치솟는 물가와 전세비용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결혼약속은 당분간 지키기 어렵게 됐다. 김씨는 입사동기들과 함께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봤지만 "우리라고 별 수 있겠냐. 다 알고 들어온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기획재정부가 286개 공공기관의 인건비를 틀어쥐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공기업의 노동조합이 힘을 쓸 여지가 없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임금상승률까지 정해주는 상황에서 노조와 사용자의 단체협상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다.

"공기업 직원들치고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녁 약속도 미루고 퇴근 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투표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공기업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근로조건에서 일했으니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김씨는 발끈했다.

"공기업의 진짜 문제는 직원들의 근무태도나 보수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보내는 낙하산 인사다.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임기 3년짜리 기관장으로 와서 무얼 하겠나. 주변 사람들 이권을 챙겨주는 일밖에 더 하겠나."

김씨는 앞으로 있을 대선과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고 했다.

[분당을 표심 둘] 금융노조가 1800명에게 보낸 문자

'넥타이부대'의 또 다른 편에는 은행원들이 있다. 한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지난 21일 은행연합회 및 34개 은행 앞으로 보궐선거 당일 조합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출근시간을 2시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금융노조의 투쟁속보 금융노조가 조합원들에게 공지한 투표독려 선전물
▲ 금융노조의 투쟁속보 금융노조가 조합원들에게 공지한 투표독려 선전물
ⓒ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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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각 지부에서 취합한 선거구 거주 조합원 1800여 명에게 투표독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3년 동안 임금을 동결당하고, 공기업들처럼 신입사원 초임이 삭감된 터라 은행원들 역시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태였다.  K은행에 근무하는 박보슬(가명, 31)씨는 현 정권 들어서 직장분위기가 삭막해졌다고 말했다.

"3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신입사원 초임이 20%나 깎였다. 요즘은 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말이 많다.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항상 불안하고, 서로 경쟁하는 느낌이다."

박씨 역시 금융노조에서 보낸 투표독려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손학규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분당을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고 정치활동을 벌였던 한국노총의 김성철 정치국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권 들어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크게 후퇴했고, 노동조합은 약화됐다.  특히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직원들은 사내근로복지기금 축소, 초임삭감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반발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조사한 바는 없지만 공기업과 금융기관 직원들의 경우 70~80%가 여당에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다. 가족들까지 합하면 이들의 숫자는 적어도 1만표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보궐선거 총 투표수가 8만여 표, 손학규 후보와 강재섭 후보의 격차는 겨우 2000여 표에 불과하다. 공기업 선진화와 금융권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후퇴가 여당의 분당 패배를 불러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기업 직원들과 은행원들의 표가 손 후보의 승리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봐도 무리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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