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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김태호(오른쪽) 당선자와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28일 오전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서로 악수하고 있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김태호(오른쪽) 당선자와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28일 오전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서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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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데다 2004년·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최철국 전 의원)이 차지했던 김해을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야권단일후보로 나섰던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결국 졌다. 차기 대권 주자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김해을 선거에 혼신을 다하다시피했지만 패했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총 유권자 21만874명 가운데, 41.5%가 투표에 참여했다. 당초 투표율 35% 안팎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것이다. 개표 결과 김태호 당선자가 51.01%(4만4501표)를 얻어 48.98%(4만2728표)를 얻은 이봉수 후보를 눌렀다.

선거 초반만 해도 이봉수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언론사 여론조사마다 이 후보가 앞섰고, 심지어 이 후보가 20%포인트가량 앞서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이 후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별보좌관을 지낸데다 야권단일화 후보였기 때문에 당선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국민참여당은 선거일 투표 마감 2시간 전까지도 이봉수 후보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당은 27일 오후 6시가 되지 않아 이봉수 후보의 당선 소감을 언론사에 미리 배포하기도 했다.

반면 김태호 당선자 주변에서는 선거 중반을 넘기면서 따라붙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선거 중반까지만 해도 김해을에서 야권이 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김태호 당선자 전략은?... 나홀로 선거운동 효과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선거운동 첫날인 14일 아침 김해 장유지역 거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하루 5000번 정도 절을 한다고 밝혔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선거운동 첫날인 14일 아침 김해 장유지역 거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하루 5000번 정도 절을 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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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태호 당선자는 어떻게 당선할 수 있었을까? 김 당선자는 선거운동 내내 '나홀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한나라당 중앙당의 지원도 거부했다. 김무성 원내대표와 안홍준(마산을)·김정권(김해갑) 의원 등이 개별적인 인연으로 돕는 정도였다.

김 당선자는 경남도지사는 두 번이나 지냈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8월 국무총리 후보로 발탁되었다가 청문회 과정에서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결국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중국에서 유학하다가 지난 3월 귀국해 여론을 살핀 뒤 출마를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온 다른 예비후보 7명을 제치고 공천권을 따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하루 5000번 정도 절을 한다고 할 정도였다. 반성의 의미로 몸을 바짝 낮춘 것이다. 유세차량이나 확성기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청소 등 자원봉사 캠페인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기자들이 인터뷰할 때 "정말 마이크를 잡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이 단골로 들어갔다. 그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야 유세차량을 타고 마이크를 잡고 "김해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운동 중반을 넘길 무렵, 그는 "시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분위기 변화를 느꼈던 것이다. 반성의 의미로 시작한 '나홀로 선거운동'이 주효한 셈이다.

김 당선자는 인물론을 내세웠다. 그는 경남지사 두 번과, 사퇴하기는 했지만 국무총리 후보로까지 지냈기 때문에 인물론을 내세웠다. 그는 "과연 김해 발전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았다. 당선이 확정된 뒤 그는 "이번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 서민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정부도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본다"고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태호 당선자는 정치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총리 후보 사퇴 뒤 일부에서는 정치 재기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선거 승리로 여의도 정치 무대 입성에 성공했고, 대권의 꿈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봉수 후보는 왜 졌나 ... 야권은 얼마나 힘을 모았나?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유시민(오른쪽) 대표와 이봉수 후보가 28일 오전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낙선인사를 하고 있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유시민(오른쪽) 대표와 이봉수 후보가 28일 오전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낙선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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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후보는 왜 패했을까. 민주당 곽진업 전 예비후보와 민주노동당 김근태 전 예비후보를 물리치고 야권단일후보를 거머쥐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김해에서 왜 승리하지 못했을까?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김해에서 야권연대를 만들었고, 국민참여당의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분위기는 달랐다. 6.2 지방선거 당시 각 당들은 상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말을 아꼈고, 단일후보로 민주당 김맹곤 후보가 결정되자 그를 위해 선거 운동을 벌였고, 결국 그를 시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분위기가 달랐다. 상대 정당이나 후보를 깎아내리는 만들이 난무했다. 야권단일화 방식을 놓고 심한 내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야권단일화 실무협상까지 합의한 뒤에도 상대 후보를 깎아내렸다.

후보 등록 이전인 지난 4월 9일이었다. 실무협상 때 단일화 여론조사를 위한 후보 경력 표기로 논란이 벌어졌던 것이다. 민주당 곽진업 전 예비후보 측에서 '노무현 정부 국세청 차장'이라는 경력을 사용하겠다고 하자 국민참여당이 반대했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선대위 천호선 대변인은 언론사에 낸 자료를 통해 민주당의 주장을 두고 '상식을 벗어난 궤변'이라고까지 했다. 당시 다른 야당의 한 인사는 "협상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더라도 상대 후보의 감정을 건드리는 입장까지 낼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선거 때 다른 야권의 지원을 받으려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걱정하기도 했다.

김태호 당선자 측은 야권단일후보로 이봉수 후보가 되는 게 낫다고 보고, 단일화 여론조사 때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이 후보를 '선택' 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단일화 여론조사 때 곽진업 전 예비후보와 이봉수 후보의 차이가 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해에는 호남 출신 인사들이 많이 살고 있다. 또 경남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른 시·군에 비해 가장 높은 지역이 김해다. 그러나 선거 전부터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이번 선거에 이봉수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가 김해를 찾아 합동유세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일반 당원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는지는 미지수다. 공동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했던 민주당 곽진업 전 예비후보는 사회를 보았던 천호선 대변인이 "이봉수 후보 지지 발언해 달라"고 하자, 듣기에 따라서는 농담으로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 여기 참가해 함께 사진 찍는 것만 해도 지지하는 걸 다 알 텐데, 지지 발언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봉수 후보는 야권단일후보가 되기는 했지만 야권 전체의 힘을 모아내는데 부족했다는 평가다. 또 상대인 김태호 후보는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며 유권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이봉수 후보는 전통적인 유세 방식의 선거운동을 벌였다.

민주당이 두 번이나 지켜왔던 '김해을'이 이제 한나라당에 넘어갔다. 이번 '김해을'의 선거 결과가 경남과 부산권의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태그:#4.27 재보선, #야권단일후보, #한나라당 김태호 당선자, #고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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