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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 선거사무소를 열고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의회 소속으로 그를 수행했던 최아무개씨가 이번 불법 선거에도 깊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최아무개씨(동그라미 표시)가 엄기영 후보를 수행하며 강릉, 삼척, 속초, 고성, 양양, 양구, 인제, 주문진, 영월 등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백만인 서명운동 활동을 하는 모습.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 선거사무소를 열고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의회 소속으로 그를 수행했던 최아무개씨가 이번 불법 선거에도 깊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최아무개씨(동그라미 표시)가 엄기영 후보를 수행하며 강릉, 삼척, 속초, 고성, 양양, 양구, 인제, 주문진, 영월 등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백만인 서명운동 활동을 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제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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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체포영장이 발부된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의 조직특보 최아무개씨는 엄 후보도 모르게 '강릉 불법 콜센터'를 운영한 것일까? 경찰은 '강릉 불법 콜센터'와 엄 후보 간의 관련성을 찾는 데 수사망을 좁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엄 후보의 조직특보 최씨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권아무개(39)씨와 김아무개(37)씨를 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엄기영-불법 콜센터 관계 드러나면...
경찰조사 결과 엄 후보의 조직특보가 이 사건을 총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나면 엄 후보도 더 이상은 '나와 관계 없다'는 주장을 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열렬한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활동'이라고 일축했던 한나라당의 주장도 명분을 잃게 된다. 특히 이 사건이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불법 콜센터 운영은 공직선거법 89조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이며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콜센터에서 근무한 35명의 여성들에게 제공한 일당과 식사 등은 공직선거법 230조 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에 해당된다. 이것도 5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나라당 내부 경선 예비후보 시절부터 이 불법 콜센터를 운영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또한 공직선거법 254조 선거운동기간 위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면 2년 이하의 징역,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체포영장 발부된 최씨는 누구?

우선 최씨와 엄기영씨가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직전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곳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민단협)'이다.

<오마이뉴스>가 제보자를 통해 단독으로 확보한 16장의 사진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어깨띠를 메고 강원도 곳곳을 엄 후보와 동행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불법 콜센터' 현장에서 발견된 수많은 자료를 종합할 때 적어도 최씨가 엄 후보 측에서 '강릉지역 조직책임자' 혹은 '영동지역 조직책임자'로 활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불법 콜센터'에 그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경찰은 이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옥도근 강원지방경찰청장은 25일 백원우 민주당 '강릉 사건' 조사단장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경찰에서도 (최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 연결고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며 "다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아직은 미흡한 실체적 진실을 중간에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주변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올해 1월 초순까지 '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동사모) 강릉지역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다. 이에 앞서 최씨는 당시 민단협 회장으로 활동 중이던 엄기영씨를 김승환 동사모 회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회장은 "당시 최씨는 엄 후보의 수행원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동사모 활동을 하면서 특정 정치인과 유착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동사모 회원들은 최씨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그는 결국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사퇴하게 됐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엄 후보 수행하면서 서명 명단 달라고 요청"

그런데도 최씨는 "지난 2월 10일 동사모 주최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필승 결의대회' 현장에 엄 후보를 수행해 다시 나타났다"고 동사모 김 회장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최씨는 서명 받은 용지를 모아 IOC 조직위원회 실사단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동사모가 받은 서명 명단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쯤에 이르면 현재 경찰이 수배 중인 최씨가 엄 후보와 상당히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는 인물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엄 후보는 최씨를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됐을까. 두 사람을 연결 짓는 고리에는 바로 민단협이 있다. 지난 연말 엄기영 후보가 주도하는 민단협이 만들어졌고, 민단협을 통해 최씨가 엄 후보를 수행하게 된다. 조직특보를 맡게 된 것도 민단협 인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씨와 엄 후보 사이에 조아무개 비서실장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부산 출신의 사업가라는 것이 알려진 내용의 전부다.

민주당은 "민단협이 사실상 엄기영 후보의 사조직으로 활용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이번 불법 콜센터가 가동된 강릉 펜션 현장에선 다량의 민단협 관계자 명함이 발견됐고, 그 중 엄기영 후보의 명함이 4통, 조아무개 민단협 비서실장 명함이 7통이나 발견됐다. 엄 후보의 안아무개 수행비서 명함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끝낸 뒤 민주당이 또 찾아낸 증거물이다.

이화영 민주당 전 의원(최문순 후보 선대위원장)은 25일 강릉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단협과 엄기영 후보와의 관계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민단협은 사실상 엄 후보의 사조직이라는 것. 민주당은 "불법 콜센터 현장에서 민단협 서명운동을 시, 군, 경찰이 지원한 흔적까지 발견돼 사실상 관이 개입됐다고 볼 정황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불법 콜센터 현장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니까 민단협이 주도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서명운동'을 시, 군 경찰이 지원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강원도 홍천의 경우에는 담당자 이름이 거명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엄기영 후보의 선거 일정에 맞춰 민단협의 서명 작업이 추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아무개씨도 민단협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해 엄 후보를 수행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0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의회 출범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 등과 함께 엄기영 회장이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의회 출범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 등과 함께 엄기영 회장이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 민단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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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언론탄압을 이유로 MBC 사장직에서 물러난 엄기영씨는 같은 해 12월 7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민운동단체 출범을 알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민단협 출범의 신호탄이 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각계 인사 40여 명과 함께 서울 용산구 캐피탈호텔에서 민단협 발기인 모임을 열었다. 발기인 모임에는 가수 김흥국, 방송인 이상벽, 배한성,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각계인사가 참석했다.

한국예총, 서울시의사회, 한국세무사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 20여 개 주요 민간단체 대표들이 참여해 200여 만 명의 회원을 중심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활동을 벌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0일 엄기영씨는 예총회관 강당에서 민단협 창립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이봉주, 하일성씨 등 체육계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백만인 서명운동이 본격 시작된다고 알린 것도 바로 이 자리에서다.

이재오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은 국민의 숙원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기영 회장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다"며 "민단협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열망하는 국민적인 관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오늘을 기점으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해 내년 2월 14일 방한하는 IOC실사단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 후보는 또 새해 첫날 <강원일보>와 인터뷰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민단협과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를 주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엄 후보는 "새해 첫날 동계올림픽 유치 100만인 서명에 돌입했다"며 "IOC 현지 실사가 시작되는 2월 14일 이전에 작업을 마무리해 IOC 위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엄 후보는 지난 2월 16일 오후 2시 평창 소재 알펜시아 클럽하우스에서 IOC 실사단에 100만인 서명지를 전달했다. 참여기관별 서명인 수는 주택관리공단(사장 성기호) 60만 7017명, 우정사업본부(본부장 남궁민) 45만 4901명, 서울 메트로(사장 김익환) 5만 7000명, 한국청년회의소 5만 436명, 대한노인회(회장 이심) 4만 4409명 등으로 알려졌다.

민단협 홈페이지 폐쇄...지난주까지 직원들은 출근한 흔적

서울에 있는 민단협 사무실.
 서울에 있는 민단협 사무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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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제의 민단협은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 신문로에 위치한 민단협 사무실을 찾아갔다. 기자가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오후 1시 15분, 오후 1시 30분경 모두 3차례 찾아갔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홈페이지도 이미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지난 23일 토요일에도 민단협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사람이 없었다.

민단협 사무실 안쪽엔 일반 직원들이 앉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책상 4~5개가 보였고 출범 당시 배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난과 화분들이 즐비했다.

민단협 인근 회사원들에게 최근 상황을 묻자 한 회사원은 "오늘은 사람들이 안 보이지만 항상 사람들이 출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이곳에서 엄기영씨를 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민단협이 들어 있는 빌딩의 경비실 관계자는 "그분들이 출퇴근할 때 우리에게 알리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퇴근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올해 초엔 엄씨가 자주 나타났지만 최근엔 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비일지를 들춰보며) 지난주까지도 사무실을 계속 열었다"며 "왜 오늘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그:#4.27 재보선, #엄기영,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민간단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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