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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열린 그루폰코리아 런칭 행사.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열린 그루폰코리아 런칭 행사.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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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손님'이라고 불친절하면 어쩌지? 제값 한다고 음식 양이나 질도 떨어지진 않을까? 괜히 추가 요금 내라고 바가지까지 씌우면?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외식. 음식값을 '절반'으로 깎아준다는 '소셜 커머스'만 믿고 나섰지만 머릿속에선 이런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실제 소셜 커머스를 이용하면서 이런 식의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종 강자' 티켓몬스터 대 '반값 원조' 그루폰

하루에 한 가지 제품을 싸게 파는 '원어데이' 같은 공동구매 쇼핑몰은 익숙하지만 음식점이나 공연, 미용, 여행 등 온갖 서비스를 아우르는 요즘 '소셜 커머스'는 아직 생소하다. 그래도 실속 차리기 좋아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셜 커머스는 지난 1년 사이 새로운 문화로 떠올랐다.

나름 실속파지만 음식점에서 10%만 할인받아도 주눅 드는 이른바 '소심남'이 소셜 커머스 체험에 나섰다. 그 상대는 '토종 강자' 티켓몬스터(http://www.ticketmonster.co.kr)와 지난 3월 한국에 들어온 '반값 쿠폰 원조' 그루폰코리아(http://www.groupon.kr)로 골랐다. 

구매 방식은 '원어데이' 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서울, 수도권, 전국 주요 도시 별로 각 지역에 특화된 거래(딜)가 이뤄지고 있었다. 미국 그루폰 영향을 받은 탓인지 두 사이트의 서비스 방식은 큰 차이가 없었다.

우선 '스페셜'(그루폰은 '서프라이즈') 딜은 공산품과 여행 상품처럼 지역에 상관없는 제품, 서비스를 중심으로 며칠에 걸쳐 진행되기도 한다. 이와 별도로 서울 강남, 명동, 홍대, 여의도 등 9~10개 권역, 수도권 6개 권역, 비수도권 9~10개 권역에서 음식점 등 지역 특화 서비스를 24시간 단위로 판매한다. 공동구매와 마찬가지로 최소 구매 수량을 넘기면 거래가 이뤄지고 쿠폰 수는 수백 장에서 수천 장씩 제한을 둔다. 보통 쿠폰은 판매 종료 다음날부터 2~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엔 '지역 딜'에 도전했다. 지난달 서울 홍대 지역에서 이뤄지는 딜 가운데 티켓몬스터에선 와인-파스타 패키지를, 그루폰에선 피자-파스타 세트를 골랐다.    

4만 원대 세트가 반값? 2만 원대 런치 세트는 뭐지?

그루폰은 지난 3월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 에이드 음료 등을 묶은 4만6000원짜리 세트 음식을 50% 할인해 2만3000원에 판매했다.
 그루폰은 지난 3월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 에이드 음료 등을 묶은 4만6000원짜리 세트 음식을 50% 할인해 2만3000원에 판매했다.
ⓒ 그루폰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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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족과 함께 서울 홍대 앞에 있는 피자-파스타 전문점을 찾았다. 그루폰에선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 에이드 음료 등을 묶은 4만6000원짜리 세트 음식을 50% 할인해 2만3000원에 판매했다. 다만 오후 3시 이후 예약만 가능해 점심 예약은 불가능했다.

찾아간 날이 금요일 저녁인데도 홍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탓인지 손님이 많지 않아 자리는 넉넉했다. 미리 메뉴판을 살펴봤다. 세트에 포함된 파스타는 1만4000원, 1만2~4천 원 정도인 피자 두 종류를 한판에 담은 쌍둥이 피자는 1만7000원으로 이 집 메뉴 가운데서도 가장 비싼 편이었다. 여기에 5000원짜리 에이드 2잔, 샐러드 5000원을 포함하면 정확하게 4만6000원이다.

음식 맛은 무난했고 어른 둘과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먹기에 양도 적당했다. 쿠폰 고객이라고 밝혔지만 매장 직원 태도에 변화는 없었고 서비스도 무난했다. 다만 추가 비용을 내겠다고 해도 다른 메뉴로 바꿔주진 않았다. 

'선택 불가' 세트 할인보다는 자유이용권이 합리적
 
홍대 앞 이탈리안 음식점의 피자-파스타 세트
 홍대 앞 이탈리안 음식점의 피자-파스타 세트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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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이번 세트 메뉴는 그루폰 때문에 따로 만들었다고 했지만 낮 12시부터 3시까지 점심 시간대엔 '런치세트' 가 따로 있었다. 런치 세트에는 1만3000원짜리 파스타와 1만2000원짜리 피자, 에이드 1잔을 포함해서 3만 원을 2만6000원으로 할인해주고 커피를 무료 제공했다. 할인 폭은 13% 정도에 불과했지만 두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구성이었다.

이와 비슷한 2~3만 원대 피자+파스타 2인용 세트는 홍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그루폰 메뉴'는 음료나 샐러드 같은 선택 메뉴를 추가해 전체 세트 가격만 4만 원대로 부풀려 놓았다. 에이드 2잔의 유혹만 참는다면 거의 제값에 먹은 셈이다.

그런 면에서 세트 할인 방식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자유이용권 방식이 더 합리적으로 보였다. 이 업소 역시 지난 1월 중순 다른 소셜 커머스 업체를 통해 자유이용권을 50% 할인 판매했다. 각각 1만5000원, 1만 원짜리 이용권을 반값에 사면 액면가 범위 내에서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해 주문할 수 있었다.

다만 자유이용권 판매 이후 불과 두 달 사이에 이 곳 음식 가격이 전체적으로 1~2천 원씩 올랐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최소한 쿠폰 유효기간 동안에는 기존 가격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있다?... 결국 '입소문'의 힘

티켓몬스터는 와인 1병과 파스타나 샐러드, 치즈 안주를 포함한 6만500원짜리 세트 메뉴를  59% 할인한 2만4800원에 판매했다.
 티켓몬스터는 와인 1병과 파스타나 샐러드, 치즈 안주를 포함한 6만500원짜리 세트 메뉴를 59% 할인한 2만4800원에 판매했다.
ⓒ 티켓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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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찾은 곳은 티켓몬스터와 거래를 튼 와인 퓨전 음식점이었다. 이곳은 한국외식산업연구소에서 음식, 분위기, 서비스와 브랜드 신뢰도를 평가해 매일 발표하는 '소셜커머스 맛집쿠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검증받은 곳이었다. 

이곳에선 와인 1병과 파스타나 샐러드, 치즈 안주를 포함한 6만500원짜리 세트 메뉴를  59% 할인한 2만4800원에 판매했다. 이미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입소문을 탄 탓인지 쿠폰 1000장이 12시간 만에 동이 나 500장을 추가 발행하기도 했다.

이 곳 역시 홍대 중심에서 비교적 떨어진 데다 평일 저녁이었지만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와인 패키지에 포함된 해산물 파스타는 추가 주문하면 1만3000원 정도였고 미니치즈 세트가 별도로 나왔다.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을 위해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 자격을 갖춘 직원이 와인 선택을 도왔다. 주문한 와인 가격은 3만5천 원 정도라고 했다.

와인을 따 직접 손님 잔에 따라주고 잔이 빌 때쯤 와서 채워주는 종업원의 서비스는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개방된 공간이었지만 부분 조명 처리로 비교적 아늑하고 조용해 일행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부담 없는 분위기였다. 이곳 역시 원가 6만 원대는 다소 부풀려진 느낌이 들었지만 주변에 비해 싼 와인 가격과 고급스런 실내 분위기, 서비스로 만회하고 있었다. 

홍대 앞 한 와인 퓨전 음식점의 와인-파스타 패키지
 홍대 앞 한 와인 퓨전 음식점의 와인-파스타 패키지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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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홍보'라면서 재방문 유도 장치는 없다? 

다만 이후 고객 재방문을 유도하는 장치가 없는 건 흠이었다. 이곳 직원은 "재방문 할인이나 고객을 확인하는 장치는 없고 방문할 때 직원에게 얘기하면 하우스 와인 정도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피자 전문점 직원 역시 "우리가 손님 얼굴을 알아보고 혜택을 줄 수는 있지만 재방문을 확인하거나 할인해주는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재방문 유도 시스템과 더불어 취소, 환불 조건도 눈여겨봐야 한다. 소셜 커머스 특성상 '반값'에 혹해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충동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가능한 취소나 환불 기회를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

보통 상품 구매 당일은 취소가 가능하다. 그루폰은 단순 고객 변심일 경우에도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에 구매 취소가 가능했지만 티켓몬스터는 일단 쿠폰 사용이 가능한 시점(보통 구매 다음날)부터는 취소할 수 없다. 다만 제품에 이상이 있거나 서비스 내용이 소개된 것과 다를 경우, 일반 고객과 차별하거나 추가 요금을 강요하는 등 거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만 한정해 환불해 주고 있었다.

손님 다시 찾게 만드는 건 '신뢰'와 '입소문'

요즘 소셜커머스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TV나 포털 등 대중 광고에 의존하는 평범한 '반값 쇼핑몰'로 전락하고 있다.

더구나 소셜 커머스의 주력 상품인 음식은 공산품과 달리 부르는 게 값인 데다 맛과 친절 같은 비계량적 요소도 커 고객 불만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 반값이라고 해놓고 정량을 줄인다든지 미리 음식 가격을 부풀려놓고 반값이라고 생색내는 눈속임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소셜 커머스 참여 업체에선 하나 같이 "매장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프로모션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양쪽 모두 당장 '50%+알파' 같은 파격적인 할인으로 고객을 끄는 것 못지 않게 한번 온 손님을 다시 찾게 만드는 전략이 더 필요하다. 결국 소셜 커머스의 생명은 '신뢰'고, 고객의 '입소문'이기 때문이다.


태그:#소셜커머스, #반값 쿠폰, #그루폰, #티켓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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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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