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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독거노인들은 자식들이 부모를 버렸다기보다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어르신들은 가난한 삶을 살면서 자식은 자기처럼 살지 않게 하려고 공부도 시키고 고생하며 뒷바라지했지만 결국 가난은 대물림됐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분들의 삶을 발판으로 오늘날의 성과를 이뤘지요. 그렇다면 이분들을 누가 챙겨야 할까요. 저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마이북(오마이뉴스 출판 브랜드)에서 펴낸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출간 기념 '독자와의 한마당'이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혜원씨가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서울에서 홀로 가난하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 열두 명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이후 보강 취재해 펴낸 책이다.

 

김씨는 이날 독자와의 대화에서 쉽지 않았던 독거노인들과의 인터뷰 과정을 털어놓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처음 취재하러 갔을 때는 30분 동안 같은 방에 있어도 어르신들이 없는 사람 취급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그런 모습들을 보고 저분들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어르신들은 모두 냉소적이고 공격적이셨어요. 그래서 저는 제 어머니나 시어머니 대하는 것처럼 어르신들을 대했어요.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는 과정 끝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 말문을 열었는데, 막상 말문이 트이고 보니 너무나 하고 싶었던 얘기가 많으셨어요. 도시의 뒷골목에서, 지하철 안에서 박스나 신문을 주으러 다니던 노인들에게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거지요."

 

"동정이 아닌 존중의 시선으로 어르신들의 삶을 바라봤으면..." 

 

또한 김씨는 가난과 외로움으로 점철된 독거노인들의 삶을 보고 '생의 마지막에 삶이 어떻게 이렇게 무너질 수 있나'하는 생각에 "취재하는 날마다 돌아오는 길에서 울었다"고 털어놨다.

 

"제가 원래 밝고 긍정적인 성격입니다. 그런데 취재를 마치고 며칠 동안은 굉장히 우울하고 삶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밝아질 수 있었던 것은 어르신들 덕분이었어요. 취재하고 헤어질 때면 안아드리곤 했는데 그러면 항상 꼭 안고 놔주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랑해', '고마워'하고 말해주셨죠. 그런 말들이 큰 위로가 되어서 다시 저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김씨는 독자와의 대화를 마치며 "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에게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 책으로 인해 노인 정책이 미약하게라도 변하고 사람들이 동정이 아니라 존중의 시선으로 어르신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독자와의 한마당' 행사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40여 명의 독자가 참여했다.

 

김민수 시민기자는 축사를 통해 "책을 읽고 내가 과연 효자로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며 "사람과 정을 나누고 싶은데 나누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그런 분들도 저렇게 살아가는데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된 책"이라고 평했다. 그는 "뉴스를 보니 호적상 가족이 있어서 혜택을 못 받는 독거노인들이 15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정책들이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연호 대표 역시 축사를 통해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오마이북에서 펴낸 시민기자의 첫 책이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널리 읽혀서 메시지가 사회적인 차원에서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축사와 저자와의 대화, 사인회의 순서로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독자 이희원씨는 "책을 읽고 저자를 만나고 싶어 행사를 신청해서 왔다"며 "책을 읽는 내내 책 속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 어머니, 아버지 같다는 느낌이었다"며 "형제들에게도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의 저자 김혜원씨는 <오마이뉴스>에 지금까지 500여 건의 기사를 쓴 시민기자로, 2004년과 2005년 <오마이뉴스>가 뽑은 '올해의 뉴스게릴라'에 선정됐으며 2006년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뽑은 '올해의 인물'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 [클릭]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어떤 책인가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오마이북(2011)


태그:#김혜원,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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