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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왕면 삼포리에 소재하고 있는 중요민속문화재 제131호인 어명기 가옥.
▲ 어명기 가옥 강원도 고성군 왕면 삼포리에 소재하고 있는 중요민속문화재 제131호인 어명기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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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삼포리에 있는 중요민속문화재 제131호인 어명기 가옥. 약 400년 전에 지금의 터에 처음 자리 잡은 집으로, 1500년대에 건축한 것이지만 1748년 소실된 것을 영조 26년인 1750경에 어태준이 옛 모습대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경사진 언덕바지에 넓게 집터를 잡고 'ㄱ' 자형의 몸채를 두고, 왼쪽으로 방앗간, 뒤쪽으로 헛간채를 두었다.

이 집에는 여러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은 숙련된 장인에 의해 지어져 건축기법상 옛 법식을 비교적 충실히 지니고 있는 모범적인 건축물이다. 사람들은 어명기 가옥을 보고 당당하다고 표현한다. 이 집은 북방식의 집과 남방식의 집이 교차혼재하는 고장의 집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몸채의 뒤편에도 툇마루를 놓았다. 한편으로 헛간채가 보인다.
▲ 몸채 뒤편 몸채의 뒤편에도 툇마루를 놓았다. 한편으로 헛간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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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명기 가옥을 둘러보면 이 집의 주인이 얼마나 이 집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건물 앞에 놓인 작은 돌로 만든 안내판에는 '나는 조상의 유업을 찬미하고 후세의 교육 목적에 보탬이 되고자 보수와 조경공사를 하였다. 대대손손 성실하게 영구보존되기를 바란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조상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집을 팔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집의 동편에 자리한 디딜방앗간은 불탄 것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어명기 가옥을 찾아간 것은 지난 4월 8일로 세 번째이다. 그러나 갈 때마다 문이 꽁꽁 닫혀있어 안을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결국 주변을 돌면서 외부만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사랑채는 안채와 붙여 냈다. 사랑채 앞으로도 툇마루를 놓았다.
▲ 사랑채 사랑채는 안채와 붙여 냈다. 사랑채 앞으로도 툇마루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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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와 안채가 한 몸에

어명기 가옥은 사랑채와 안채가 따로 있지 않다. 한쪽은 사랑채로 한쪽은 안채로 지어 한 건물에 모두 시설을 하였다. 어명기 가옥은 'ㄱ' 자형 세줄 겹집으로 구성되었다. 어명기 가옥은 정면 네 칸, 측면 세 칸으로 꾸몄으며 건물의 왼쪽에 넓은 부엌과 외양간이 있다. 부엌과 외양간은 모두 판자벽으로 둘러놓았다.

몸채의 중앙에는 안방과 건넌방, 대청이 자리잡고 있으며 오른쪽으로 사랑방 세 칸이 세로로 있다. 사랑채의 앞으로도 툇마루를 놓았으며, 담장의 사이에 일각문을 두어 담 안으로 출입을 편리하도록 하였다.

어명기 가옥은 안채의 옆에 돌출되어 부엌이 붙어 있다.
▲ 부엌 어명기 가옥은 안채의 옆에 돌출되어 부엌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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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뒤편에 돌출시켜 쌀뒤주를 내었다.
▲ 쌀뒤주 부엌의 뒤편에 돌출시켜 쌀뒤주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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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을 부엌 앞으로 돌출시킨 것은 일반적으로 고성군 지역에서 집을 짓는 형태이다. 딴 집들은 낮은 지붕을 덧내어 외양간을 꾸몄으나, 어명기 가옥은 부엌에 잇대어놓았다. 부엌과 외양간 사이 간격에는 지붕을 설치했으며, 뒤쪽으로 뒤주를 붙박이하여 곡식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랑방의 불을 떼는 아궁이는 단을 쌓은 위쪽에 내놓았다. 기단 위를 네모나게 파내고 사랑방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불을 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점도 어명기 가옥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우이다.

어명기 가옥의 사랑방 아궁이는 장대석으로 쌓은 기단 위에 있다.
▲ 아궁이 어명기 가옥의 사랑방 아궁이는 장대석으로 쌓은 기단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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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때는 아궁이 입구도 장대석으로 쌓았다.
▲ 아궁이 불을 때는 아궁이 입구도 장대석으로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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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매'를 볼 수 없어

어명기 가옥은 몸채의 반을 갈라 안채와 사랑채로 구분한다. 앞으로는 3단의 기단을 두었는데, 기단은 잘 다듬은 장대석으로 쌓았다. 이렇게 강원도의 외떨어진 마을에서 장대석을 다듬어 기단을 쌓을 정도라면, 그 집의 가세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사랑채 중 가장 앞쪽에 위치한 사랑방은 바깥주인의 일상 거처이고, 뒤쪽 두 칸의 사랑방은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다.

안채와 사랑채의 앞으로는 툇마루가 연결되어 있다. 어명기 가옥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바로 '더그매'라는 수납공간이다. 지붕과 천장 사이에 나타난 공간을 더그매라고 하는데, 이 집에는 안방과 웃방, 가운데방 등에 더그매가 보인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지역이기 때문에 까치구멍 대신 창문을 달았다.
▲ 창문 바람이 심하게 부는 지역이기 때문에 까치구멍 대신 창문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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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매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문이 꽁꽁 잠겨 있다. 부엌은 몸채에서 앞으로 돌출하여 판자벽으로 구성했는데, 까치구멍 대신 작은 창 두 개를 내었다. 아마도 바람이 심한 지역이라 이렇게 문을 달은 듯하다. 부엌의 뒤편으로는 작은 돌출된 쌀광을 만들었다.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 밖에서 담장을 돌면서 보아야만 했던 어명기 가옥. 강원도 고성이라는 취약한 지역에 있는데도, 당당한 가옥의 모습에 감탄한다. 아마도 집주인의 자긍심 때문에도 이 집은 더 반듯하고 당당하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태그:#어명기 가옥, #중요민속문화재, #고성, #더그매, #판자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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