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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방송된 <추적60분> 방송화면.
 지난해 12월 22일 방송된 <추적60분> 방송화면.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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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방송된 KBS <추적60분>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은 두 차례나 방송 보류 되는 고난을 겪고 전파를 탔지만 그 내용은 새로울 게 없는 '뒷북' 수준이었다(관련기사 : 청와대 호들갑에 KBS는 '부들부들'). 별다른 충격을 줄 수 없을 것 같은 내용에 청와대까지 나서서 방송을 막는 모습은 그야말로 정부가 '4대강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당시 방송에서 주요하게 다룬 내용은 '경상남도와 국토해양부 간의 사업권 회수 논쟁', '대형 보 건설로 인한 농경지 침수문제', '불법 폐기물 매립지 문제', '대규모 준설로 인한 지천의 홍수피해' 등으로 이미 수차례 논란이 된 사안이었다. 특히 <추적60분>이 독일까지 가서 만난 하천전문가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Alfons Henrichfreise) 박사의 인터뷰는 단 5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돼 독일까지 가는데 든 취재비용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지난해 여름 직접 4대강 공사 현장을 방문해 심층 조사를 벌이면서 당시 국내 언론과 몇 차례 접촉을 했다. <추적60분>을 통해 방송된 그의 의견은 이미 방한 당시 밝힌 내용과 다를 바 없었고, '정말 그가 그 정도의 의견만을 밝혔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과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4일 <한겨레>는 당시 <추적60분> 제작진이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와 한 2시간 분량의 인터뷰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전문보기) <한겨레> 오피니언넷 '훅(Hook)'에 실린 인터뷰 전문은 독일에서 건축가로 활동 중인 임혜지 건축공학 박사와 '번역연대'에서 번역을 맡았다.

번역 결과 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인터뷰는 방송에서 거의 대부분 누락됐다. 독일에서 그의 권위를 고려해 보면 아주 모욕적인 '통편집' 수준이었다. 그는 독일연방 자연보호청에서 1976년부터 2008년까지 30년 넘게 재직하면서 독일 국책사업에 참여해 하천공사 후유증을 조사·예측해 왔다. 임 박사는 그에 대해 "독일의 대형 하천과 그 지천의 하천공사를 다루는 독일 법정에서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최고 권위의 하천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경고사격' 받은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임 박사가 번역한 인터뷰 전문의 내용은 방한 당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가 한 인터뷰보다 명확하고 자세하게 그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으며, 더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고 있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방한 당시 전문지식이 부족한 통역으로 인해 의사전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하천 바닥 준설로 인한 역침식 현상을 경고하며 "본류 바닥이 1m까지도 아니고 단 몇 십cm라도 낮아지면, 본류로 유입되는 모든 지류에서 파괴적인 침식현상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만들어 놓은 하상유지공이 지난 홍수로 훼손되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추적60분> 제작진)
"한국의 하상유지공은 최신 지식과 첨단 기술로 건설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최신 지식과 첨단 기술을 따르는 한국의 수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상유지공이 훼손된 데는 아마 다른 원인이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 일이 최근에 일어났다면 그리고 본류 바닥이 준설된 곳에서 일어났다면, 독일 본과 라인강에서 일어난 바와 같이, 본류와 지류 사이의 매우 불안정한 상호작용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류 바닥이 1m까지도 아니고 단 몇 십cm라도 낮아지면, 본류로 유입되는 모든 지류에서 파괴적인 침식현상이 일어납니다. 강바닥 경사가 완만한 경우도 그렇지만, 경사가 급하다면 특히, 넓은 면적에 걸쳐 깊고 큰 규모의 역행침식이 일어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복구나 피해대책에 대단히 많은 돈이 드는 사안입니다."(헨리히프라이제 박사)

그는 "본류와 지류를 모두 고려해서 강바닥 높이를 계획해야 하고, 여러 지점의 유속 및 홍수 문제를 개별적으로 보는 동시에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공사를 실시하기 전에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기술자들이 제대로 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하게 진행된 4대강 공사로 인해 본류보다는 지류에서 큰 홍수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여주 신진교를 예로 들며 그 피해를 경고했다.

- 이런 현상이 4대강 공사 도중에만 일어날지 공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온갖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특히 강에 보를 설치하기 이전에 강바닥을 파냈기 때문에, 여러 재앙이 일어날 준비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를 세우는데 동의하는 게 아닐뿐더러, 순서도 매우 나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사 도중에 벌써 이런 재앙이 난 겁니다. 지금처럼 공사가 빨리 진행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사가 끝나면 여러 가지 상황이 나타날 겁니다. 보로 막아놓은 본류 구간으로 지류가 흘러들 때 그 부근의 위험은 그리 크지 않은데, 상류 지역의 위험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동안 벌써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역행침식이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바퀴를 뒤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강바닥을 파내서 강을 깊게 만들고 나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침식은 저절로 계속 진행합니다. 매우 위험한 자가역동 현상입니다.

특히 위험한 곳은 보를 설치한 곳보다 상류 쪽에 지류가 합류하는 지점입니다. (본류 강바닥을 파낸 탓에 -역자주) 본류와 지류의 수위 차가 크다면 그 위험은 더 커집니다. 이 경우, 보 건설이 종료되고 (보를 가동해서 -역자주) 물을 막은 후에 이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겁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을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자세히 분석해야 하고, 무엇보다 기술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술자들은 사람에게 유익한 것을 건설하고 싶지, 국가경제나 사람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일어날 이런 현상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이번 홍수와 같은 '경고사격'을 받은 즉시 공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반드시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국가경제와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지금 바로 다른 개념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한번 더 얘기하지만, 그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기술자들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들이 가진 첨단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서 계획을 세울 자유를 주십시오! 수리학 관련 기술자와 대학 연구소에도 시간을 주십시오. 한국에는 실력 있는 수리학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악의 재앙을 막아낼 수 있도록, 지금 그들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가동 보 때문에 홍수위험 높아진다"

독일의 하천 전문가 헨리히프라이제(Henrichfreise) 박사가 지난해 9월 창녕 부곡 로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독일 라인강 지도를 펼쳐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독일의 하천 전문가 헨리히프라이제(Henrichfreise) 박사가 지난해 9월 창녕 부곡 로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독일 라인강 지도를 펼쳐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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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히프라이제 박사의 경고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4대강 보 설계도를 직접 본고 난 후, 특히 상류 지방이 정말 위험하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는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건설공사를 해서 어렵사리 막아야 할 문제뿐 아니라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하천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공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공사 후유증이 발생하면 적어도 국가 예산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 안에서 천천히 일했다"며 "그렇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나타날 4대강 공사 후유증은 독일의 경제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4대강에 줄지어 세워지는 대형 보도 결국 "수질을 오염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이수 와 치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홍수 위험 외에도 4대강 사업에서 위험한 사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건 확실한데, 제가 한국에 갔을 때보다 상황은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현재 저는 더 많은 건설계획을 본 상태인데, 통제할 수 없는 하방침식과 측방침식의 위험은 무시무시합니다."

- 4대강 사업에는 보 건설을 통한 용수 확보와 강바닥 준설을 통한 홍수예방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목적이 있습니다. 여러 학자가 그것은 모순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정부는 그 점이 바로 신개념의 이수 및 치수, 즉 홍수예방·농업용수 공급·식수의 질 보장을 위한 첨단 공법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적인 가동 보를 통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준설과 보 설치 때문에 한국에서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겠습니까? 준설을 하고 보를 건설해서 이런 목적, 즉 수질개선·용수확보·홍수예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현대적인 가동 보라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홍수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보에서 물을 빼지 않을 겁니다.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물을 가두어 놓았을 테니까요. 그러나 홍수가 나서 물을 보에서 방류하면 그 물은 지류에서 내려오는 홍수물에 더해지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홍수위 상승효과가 날 겁니다. 다시 말해, 그 현대적인 가동 보 때문에 홍수위험은 오히려 커집니다.

독일은 그런 씁쓸한 경험을 많이 했지요. 절대로 우리 독일 사람들이 머리가 좋아서 깨달은 게 아니라 (웃음)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된 겁니다. 그것도 아주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말이에요. 이 좋은 의도, 그러니까 가동 보를 만들어 이런 것들을 다 해결하겠다는 의도의 결과는 치명적일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해 두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수단과 방법으로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루려고 합니까? 가동 보가 아니라도, 거대한 연속 보에 물을 채운 상태라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그 많은 물, 그 많은 물만 해도 그대로 방치되어 잃어버리는 겁니다. 아주 많은 양인데요, (보를 건설해서 -역자주) 그렇게 많은 물을 저장하려고 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 물은 물속에서 빠르게 흐릅니다. 특히 깊은 물속에서 훨씬 빠르게 흐릅니다. 그러니까, 보가 없는 강보다 보가 연달아 설치된 강에서 (보 수문을 열면 -역자주) 물이 훨씬 빨리 흐릅니다. 그런데 홍수가 나면 보가 연달아 설치된 구간에서도 물은 흐를 테고, 홍수 물이 더 불지 않게 하려면 물이 아주 빠른 속도로 보를 거치며 흘러야 할 것입니다."

"4대강 사업, 한국에 좋은 일 하나도 없을 것"

2010년 9월 5일 독일의 하천 전문가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왼쪽) 박사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독일 라인강의 하천개발이 가져왔던 피해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방한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 2010년 9월 5일 독일의 하천 전문가 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왼쪽) 박사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독일 라인강의 하천개발이 가져왔던 피해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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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정부를 향해 다시 한 번 4대강 사업을 재고할 것을 부탁했다. 그는 "저는 낭만주의자가 아니"라며 "4대강 공사 탓에 낭만적인 것들이 많이 파괴 된것은 안타깝지만 나는 이 일을 이성적인 눈으로 본다, 앞으로 정말 위험한 상황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유럽에서 보를 짓다가 중단한 사례가 있습니까?
"예, 그게 바로 헝가리의 사례이지요. 완공 직전에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나지마로쉬(Nagymaros)의 엄청나게 크고 유일했던 댐은, 헝가리 정부·헝가리 국회·많은 전문가의 일치된 판단과 결정으로 철거되었습니다. 거의 완성되었지만, 다시는 헝가리에 이런 댐을 짓지 못하도록 완전히 철거했어요. 저는 헝가리 기술자들이 총명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주십시오.
"저는 외부인 처지로 이런 상황에 조언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럽, 즉 중부 유럽에서 경험한 그 부작용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두는 일이 시급합니다. 저는 낭만주의자가 아닙니다. 4대강 공사 탓에 낭만적인 것들이 많이 파괴되었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이성적인 눈으로 봅니다. 앞으로 정말 위험한 상황이 다가올 겁니다.

그리고 앞에서 제가 말했듯이, 본류에서 일어나는 통제할 수 없는 측방침식 및 하방침식, 그리고 제가 제방 파괴를 말씀드리는 걸 잊었는데요, 그 통제할 수 없는 침식이 제방에 가하는 위협 등, 한국에 좋은 일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게다가 통제할 수 없는 침식이 지류로 퍼져나가고 그에 따른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까지.

이제 한국의 기술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십시오. 이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저는 그 누구에게도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술자들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그들은 할 수 있습니다."


태그:#4대강사업, #헨리히프라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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