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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판결 13번째 이야기

① 더덕 전해주고 3천원 받은 버스기사 해고 (2011. 3. 25. 청주지법 제천지원) 
② 여학생에게 '님아 혹시 만남' 했다가 교도소행 (2011. 3. 22. 서울서부지법)
③ 지만원, 지는 만원이나 냈나 유죄 사건 (2011. 3. 24. 대법원)

더덕 심부름 버스기사 해고된 까닭

제주에서 다니는 시골버스.
 제주에서 다니는 시골버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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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2010년 7월, 어느 농촌 읍내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던 A씨(40대)는 버스 차고지에서 운행을 기다리다 동료로부터 더덕 한 자루를 건네받았다.  

"웬 더덕이에요?"
"이거, 어떤 손님이 **정류장까지 좀 갖다 달래. 거기 마중 나와 있는 사람에게 전해주면 된대요. 가는 길에 좀 내려줘요. 수고비 3천 원도 놓고 갔어요."
"그러죠, 뭐."

A씨는 3천 원으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동료들과 나눠마신 후 더덕을 무사히 배달해줬다. 하지만 이것이 날벼락이 될 줄이야. 보름 뒤 회사 쪽은 A씨가 3천 원을 받은 사실을 문제 삼았다. 회사는 A씨에게 경위서 작성 등 해명을 요구하더니 급기야는 횡령으로 결론 내리고 해고해버렸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 버스 운전하는 동안 요금에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습니다. 결백합니다. 그런데 승객 짐 건네주고서 커피 값 3천 원 받았다고 해고라니요. 해도 너무 하네요."

A씨의 항변은 통하지 않았다. 회사는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고 일사천리로 A씨를 해고했다. 회사가 근거로 삼은 내용은 "부정행위가 적발될 시 무조건 해고"라는 단체협약 규정이었다. 

A씨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법원이 밝혀낸 사실 관계는 이렇다.

이 지역은 농촌이어서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았고 주민들과 운전기사가 알고 지냈다. 농번기 등에는 손님이 버스에 타지 않으면서 짐 전달만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때 손님은 감사의 표시로 운전기사에게 담배, 음료수, 또는 몇천 원을 주기도 했는데 그 빈도는 1년에 열 차례를 넘지 않는 정도였다.

한편 2003년경에는 운전기사가 요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회사는 버스 안에 CCTV를 설치하였고, 노사는 버스 요금에 손을 대면 해고사유가 되는 것에 동의하였다. 이때 '부정행위가 적발될 시 무조건 해고'라는 단체협약 조항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부정행위'의 해석이었다. 회사 측은 "버스 요금에 손댄 것과 마찬가지로 승객 짐을 전달해주면서 사례금을 받은 것도 부정행위(횡령)니 해고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해고는 근로계약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을 때만"

하지만 법원(청주지법 제천지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통상해고를 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부정행위는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는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부정행위"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법원은 이어 ▲주민들의 짐을 실어주고 수고비를 받는 관행은 예전부터 있었으며 단체협약 때도 논의가 없었고 ▲회사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이 사건 전에는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으며 ▲3천 원은 소액인데다 곧바로 회사에 반환한 점 등을 볼 때 해고 사유가 될만한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청주지법 제천지원은 25일 "A씨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A씨는 해고된 날부터 복직될 때까지 봉급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민의 짐을 대신 전달해주면서 커피 값 3천 원을 받은 일이 해고 사유였을까. 씁쓸하기만하다. 

채팅으로 여고생에게 "님아 혹시 만남?"했다가

불법 화상채팅사이트 영상.
 불법 화상채팅사이트 영상.
ⓒ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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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B씨(30대 남)는 퇴근 후 채팅사이트를 찾는 재미에 빠졌다. 그러다가 여학생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가 2번이나 처벌을 받은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른바 '조건만남'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는 C양(16세)이 '2:1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개설해놓은 방에 들어갔다. B씨는 C양에게 '님아 혹시 만남?'이라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C양은 "16살이구여 금액 선불에……"라는 식으로 흥정 쪽지를 보내왔다. 두 사람은 동의한 후 성관계 방식, 돈을 전달하는 방법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C양이 있는 곳 부근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다 경찰의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B씨는 돈을 주고받지도 않았고 C양과 잠자리를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가까스로 풀려났다. 왜 그랬을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중에는 청소년 성매매 처벌 조항이 있다. 

제10조(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
① 아동·청소년(19세 미만)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아동·청소년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B씨에게 적용된 조항은 10조 2항이었다. 그런데 B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C양은 성매매로 용돈을 벌려고 이미 방을 개설해놓았어요. 걘 선수라고요. 전 단지 '님아 혹시 만남?'이라고 말 건 죄밖에 없어요. 이건 권유가 아니라 합의지요.'

즉 성매매 의사가 없는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권유했다면 죄가 되지만, C양처럼 성매매를 하려는 의사가 있는 청소년에게 접근하여 합의(?)를 본 것은 죄가 안 된다는 논리였다.

법원의 해석은 달랐다.

'이 법의 목적은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에 대한 판단능력이 미성숙한 청소년이 성매매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를 시도하는 자들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입법 취지에 반한다.'

법원은 B씨가 성매수 의사로 대화를 걸고 성관계 방법까지 제시하는 등 일련의 행위를 볼 때 성을 팔도록 권유한 것으로 보았다. 1심은 이미 2차례 전력이 있는데도 뉘우치는 빛이 없는 B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B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가까스로 풀려났다.

청소년 성매매는 권유, 유인한 행위만으로도 범죄라는 사실 명심하자. (한편 이 사건은 B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지는 만원이나 냈나'는 모욕죄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자료사진).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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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2008년 11월 언론들은 배우 문근영씨가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한 사실을 미담기사로 소개하였다. 일부 언론 매체는 문씨의 외할아버지인 통일운동가 고 류낙진씨 등 가족사를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지만원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문근영씨의 기부행위를 가족사와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문근영은 빨치산 선전용', '기부천사 만들기, 좌익세력의 작전인가' 등의 제목의 글을 통해 언론의 문근영 칭찬에 의혹을 제기했다.

C씨는 지씨의 글을 보고 화가 났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지만원, 지는 만원이나 냈나?", "지만원씨도 삐라로 기부했다던데"라는 제목으로 지씨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지씨는 C씨를 고소했고 사건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종종 개인의 명예와 충돌한다. (사이버)명예훼손이나 모욕이라는 이름으로 법적인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C씨가 사용한 표현들이 현행법(모욕죄)을 어겼느냐는 점이었다.

1, 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도 지난 24일 유죄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일부는 무죄를 인정하여, 벌금 30만원형을 확정했다.

법원은 "C씨의 입장에서 지씨의 주장을 비판하는 의견을 밝히는 것은 당연히 허용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자신의 주장과 직접 관계가 없거나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경멸적인 문구가 다수 포함된 표현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A씨가 쓴 글의 표현들은 지씨의 이름과 나이 등을 가지고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터무니없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등 지씨의 인격을 모욕하는 경멸적인 감정을 나타낸 것"이라며 모욕죄를 인정했다.

A씨는 '지씨가 먼저 문근영에 대한 명예훼손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당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맞섰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비판을 할 때도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당한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내용만큼 방식(형식)도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토론은 빠르고 즉각적이다. 때에 따라서는 다소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실시간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인터넷 공간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댄다면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기 힘들다. 누리꾼들은 토론의 내용보다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소지가 있는 문구 하나하나에 집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누리꾼이 논쟁글을 올리기 전에 상대방의 인격을 감안하여 표현들을 섬세하게 손질해야 한다면 아마도 토론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인터넷상에서의 토론·논쟁은 상호 비판과 자정을 통해 해결해야지 법이 개입하는 순간 더 이상 건전한 토론이 어렵다. 여기서 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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