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재개발'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11회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지난 24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린다. 27편의 독립다큐멘터리가 소개되는 이번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인 작품은 박제욱 감독이 만든 <러브 인 코리아>다.

 

제목만 보고 혹시나 '한국 홍보' 다큐멘터리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의 치부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현실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낯뜨거운 홍보영화'를 상영할 리는 없지 않은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가슴에 남아있는 '코리안 드림'을 이상한 곳에 이용하는, 그 때문에 결국 자국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당하고 마는 한 남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가 찾는 자신의 고국, 방글라데시의 평화롭고 행복한,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도 영화에 함께 담겨있다. '코리안 드림'의 또다른 뒷모습을 보여준 영화가 지금 소개하는 <러브 인 코리아>다. 역시나 반어적인 제목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도망간 감독을 찾으려는 마붑 알엄의 이야기

 

영화의 주인공을 일단 소개한다. 2008년 화제를 모았던 <반두비>의 주인공, 영화배우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한 마붑 알엄이다. 어느 날 고국인 방글라데시의 유명 영화감독이 한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한다며 마붑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마붑은 흔쾌히 그들을 돕기로 하고 촬영을 같이 한다. 그런데 입국을 하고 촬영을 하던 중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감독과 스탭들이 주연 배우들을 남겨놓고 갑자기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자칫 불법체류자가 될 뻔했던 이들은 다행히 아무런 제지없이 고국으로 돌아간다.

 

 갑자기 도망친 영화감독을 찾는 마붑 알엄의 이야기를 다룬 <러브 인 코리아>

갑자기 도망친 영화감독을 찾는 마붑 알엄의 이야기를 다룬 <러브 인 코리아> ⓒ 인디다큐필름페스티벌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유명 감독이 왜 한국에서 도망을 쳤을까? 도움을 주려다 오히려 감독에게 '뒤통수를 맞은' 마붑은 마침내 그를 찾기로 하고 13년만에 고국인 방글라데시에 간다. 방글라데시에서 그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가족과 이주노조 위원장으로 노동운동을 하다가 결국 한국에서 강제출국을 당한 마숨을 만나면서 감독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믿었던 내 고국 사람마저 내 뒤통수를 쳐??

 

십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고 이제 어느 정도 생활 기반도 잡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마붑의 한국 생활이 온전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편견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마붑은 외지 사람이 아닌 '잘 생긴 사람'으로 불리고 싶어한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마붑의 표정에서 그런 피곤함과 외로움이 엿보이는 듯하다. 그 마붑이 이번엔 자신이 믿고 있던 자국 사람에게 봉변을 당한 것이다.

 

마붑이 방글라데시에서 알게 된 사실은 그 유명 영화감독이 방글라데시 마피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고 한국으로의 이주를 위해 돈을 받고 일을 알선해주는 일명 '브로커'들이 날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의 프로듀서가 바로 브로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코리안 드림'. 한국으로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꿈. 그런데 그 꿈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이 생기고 말았다. 그들도 나름대로 '코리안 드림'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었다.

 

한국에 데려다주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챙기고 결국은 데려간 사람을 불법체류자로 남겨둔 채 도망을 가버리니 말이다. 결국 한국에 온 노동자들은 자국의 브로커에게 당하고 한국인들에게 또다시 차별을 받는다. 이중의 상처가 그들을 병들게 만든 거다.

 

그래서 마붑이 프로듀서와의 전화 통화에서 무지막지한 상욕을 퍼붓는 장면은 묘한 울림을 준다. 어떻게 자국민을 그렇게 속여가며 돈을 벌려고 할까? 정말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라고 믿었던 고국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변한 것일까?

 

마붑의 분노는 프로듀서를 향한 것이면서 동시에 순박한 자국민을 속이며 살아가는 다른 이들을 향한 분노였으며 그런 이들이 횡행하는 자국의 현실에 대한 실망과 안타까움의 표시다.

 

이상하게 변한 '코리아 드림'을 말하다

 

마붑의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쾌하다. 그러나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웃음이 나오려하다가도 이내 그 웃음을 거두게 되는 것은 그 속에 한국의 씁쓸한 뒷모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소주를 놓고 서로 자기가 마셔야한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마붑과 마숨의 에피소드에 재미를 느끼지만 소주의 맛을 못 잊는, 고달팠지만 소주 한 잔으로 위로를 받았던 한국의 삶을 그리워하는 마숨의 마음이 느껴지면 이내 웃음기를 거두게 된다.

 

'한국이 최고'라고 외치는 어느 아주머니. 하지만 그가 '약간 정신이 이상한' 아줌마라는 게 밝혀지는 장면도 웃음이 나오려다 멈추는 느낌을 가져온다. 영화가 보여주는 방글라데시의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기분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러브 인 코리아>는 도망간 감독을 찾아가는 로드무비를 표방하면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이주노동자 자신의 시선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한다. 그 자신이 이주노동자이기도 한 마붑 알엄은 자신의 눈으로 방글라데시의 상황을 전하면서 이주노동자를 향한 새로운 시각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관객은 우리가 몰랐던,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알지 못했던 이주노동자의 속마음을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나온다고 해서 영화를 다 봤다고 생각하지 말 것. 한국으로 결국 오고 만 친구들을 우려하고 자신을 속인 프로듀서를 향해 충고(?)를 날리는 마붑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림을 줄테니.

2011.03.28 11:10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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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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