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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밴쿠버 시청 사이트의 환경 프로젝트 코너. 컴포스팅 방법들과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광역 밴쿠버 시청 사이트의 환경 프로젝트 코너. 컴포스팅 방법들과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 광역 밴쿠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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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하면 흔히 역겹고 징그러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런 통념과 달리 지렁이는 인간에게 그리고 지구 생태계에 매우 유익한 생명체로, 지렁이가 없다면 지구 생태계는 무너질지도 모른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British Columbia) 주의 광역 밴쿠버 시는 최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제로 웨이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렁이를 이용한 컴포스팅(composting, 퇴비 만들기)이 적극 권장되고 있다.

지난 3월 3일 광역 밴쿠버 시청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시행해온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2012년까지 시 전체에 의무화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로 웨이스트' 전략을 통해 쓰레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의무적으로 분리수거하고, 컴포스팅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재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권장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3일 광역 밴쿠버 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로 웨이스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체 쓰레기 중 재활용 비율을 현재 약 55%에서 2015년까지 70%, 2020년까지 80% 수준으로 올려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지렁이 박스와 지렁이, 재활용 종이,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흙을 준비한다. 그 후 흙을 박스에 넉넉히 뿌려준다.
▲ 컴포스팅 1단계 지렁이 박스와 지렁이, 재활용 종이,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흙을 준비한다. 그 후 흙을 박스에 넉넉히 뿌려준다.
ⓒ 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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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 비율 높여야"

이 같은 계획은 광역 밴쿠버의 지자체인 포트 코퀴틀람(Port Coquitlam) 시의 성공 사례를 근거로 하고 있다. 포트 코퀴틀람 시는 2007년 음식물 쓰레기와 헌 종이 재활용 분리수거를 시작했는데,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노력 덕에 2010년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비율을 50%에서 62%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광역 밴쿠버 시는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에서 나오는 연간 음식물 쓰레기 중 적어도 26만 5000톤을 퇴비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광역 밴쿠버 시는 쓰레기 배출량 중 약 40%를 음식물 쓰레기로 추정했다.

흙을 뿌린 박스에 지렁이를 고루 뿌려준다.
▲ 컴포스팅 2단계 흙을 뿌린 박스에 지렁이를 고루 뿌려준다.
ⓒ 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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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밴쿠버 시는 이를 통해 쓰레기 매립량을 줄여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퇴비를 이용한 유기농 비중을 높여 경제 및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광역 밴쿠버 시가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재활용 쓰레기를 활용한 퇴비 만들기, 즉 컴포스팅이다.

컴포스팅이란 재활용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와 종이, 예를 들면 어패류, 빵 부스러기, 커피 찌꺼기나 피자 박스, 재활용 가능한 종이 등을 퇴비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컴포스팅 방법에는 물과 공기를 이용해 발효시킨 후 퇴비로 만드는 것과 줄지렁이(Red wiggler)를 이용해 퇴비로 만드는 것 두 가지가 있다. 광역 밴쿠버 시에서는 주로 줄지렁이에게 쓰레기를 먹게 한 후, 배출된 지렁이 배설물로 유기농 퇴비를 만드는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밴쿠버의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필드(David Field)는 컴포스팅에 사용되는 지렁이가 무해하며, 해로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오히려 음식물 쓰레기들을 먹으면서 이로부터 발생하는 해로운 유기체를 막아주고 토양에 유익한 유기체를 배설해 퇴비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필드는 또 컴포스팅이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에서 확산돼 적어도 11만 가구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신선한 유기농 채소 등을 기를 때 도움이 되며 경제적․환경적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렁이 컴포스팅, 정원 없는 아파트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지렁이 위에 음식물 쓰레기(채소 포함)를 고루 뿌려준다.
▲ 컴포스팅 3단계 지렁이 위에 음식물 쓰레기(채소 포함)를 고루 뿌려준다.
ⓒ 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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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밴쿠버 시에 속하는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 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을 만나 지렁이 컴포스팅 과정과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조경 건축가인 센가 린지(Senga Lindsay)씨는 4년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종이를 이용한 컴포스팅을 하고 있다. 센가 린지는 그렇게 만든 퇴비를 정원에 뿌려 야채와 채소를 직접 가꾸고 있다.

센가 린지는 지렁이 컴포스팅 방식으로 만들어진 퇴비는 발효가 잘돼 있어 악취가 없고, 이를 활용해 유기농 채소를 직접 재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센가 린지는 이 방식이 환경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극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센가 린지는 정원이 없는 아파트의 발코니에서도 쉽게 컴포스팅을 할 수 있다며 아파트 거주자들에게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센가 린지는 음식물 찌꺼기 5kg을 컴포스팅하면 진한 갈색 퇴비를 458g 정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센가 린지에게 지렁이를 이용한 컴포스팅 과정에 대해 물었다. 센가 린지는 처음에는 "징그럽고 번식력이 뛰어난" 지렁이들이 집안에 있다는 게 싫었지만, 살다보면 익숙해지고 무뎌진다고 말했다.

컴포스팅의 주역은 지렁이다. 센가 린지는 지렁이들이 많은 양의 음식물을 소화해 빨리 분해하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렁이 컴포스팅 과정이 매우 간단하고 쉽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센가 린지가 설명하는 컴포스팅 과정이다.

(1) 지렁이 박스와 음식물 쓰레기, 줄지렁이를 준비한다.
(2) 준비된 박스에 흙과 함께 지렁이들을 뿌려놓는다.
(3) 재활용 종이와 음식물 쓰레기(과일이나 육류, 커피 찌꺼기, 빵 기타 음식) 등을 먹기 좋게 잘라놓는다. 
(4) 지렁이들 위로 음식물 쓰레기들을 부어준다.
(5) 마지막으로 잘게 자른 재활용 종이를 얹어놓는다(지렁이들은 종이도 잘 먹는다).

흙, 지렁이,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박스를 잘게 자른 재활용 종이로 덮는다.
▲ 컴포스팅 4단계 흙, 지렁이,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박스를 잘게 자른 재활용 종이로 덮는다.
ⓒ 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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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거쳐 줄지렁이들은 매립지로 보내질 뻔한 폐기물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재활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길이가 3~4인치인 이 줄지렁이는 매일 자기 몸무게만큼 먹을 수 있다. 지렁이들이 내놓는 배설물은 영양분이 풍부하며 짙은 커피와 색깔이 비슷하다. 이 배설물을 활용한 퇴비는 정원과 농장 등에서 농작물을 위한 대체 비료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광역 밴쿠버 시에서는 1만여 명의 시민이 컴포스팅 운동에 적극 동참하며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광역 밴쿠버가 새롭게 내놓은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가 실행되면서 시청 웹 사이트에는 이를 반기는 밴쿠버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렁이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거나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도 있겠지만, 지구를 생각하는 '퇴비 만들기'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태그:#지렁이, #쓰레기, #재활용, #제로 웨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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