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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소방청이 19일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 냉각수를 투입하고 있다.(YTN 화면 촬영)
 도쿄소방청이 19일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 냉각수를 투입하고 있다.(YTN 화면 촬영)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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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19일을 고비로 대규모 방사성 물질 유출 공포에서 탈출해 조심스럽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에다노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해수 주입을 통해 1~4호기 원자로가 안정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기타자와 일본 방위성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살수작업을 한 결과, 현재 표면온도가 100도(C) 이하라는 것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 물이 어느 정도 차올라 냉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K도 이날 오전부터 지진 발생 이후 계속해온 24시간 재난방송을 중단하고 정규방송 중간에 재난속보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18일에만 해도 원전 위험등급을 5단계로 한 등급 상향조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1~3호기 위험도를 국제원자력사고평가등급(INES) 기준 4단계(해당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에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같은 등급인 5단계(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사고)로 상향했다.

목숨을 걸고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간 그들

이에 따라 방사선 유출 추가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고 위험등급(7단계)이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악의 핵재앙 위험으로부터는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생산된 우유(원유)와 시금치 등 식품에서 식품위생법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 양이 검출돼 식품 방사능 공포는 오랫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을 벼랑 끝에서 구한 일등공신은 원자로 냉각작업에 자원한 '최후의 결사대'다. '한 사람이 죽느냐, 백 사람이 죽느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목숨을 걸고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간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원전을 끝까지 지키면서 사고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온 원전 작업반 '50인의 사무라이'를 포함한 도쿄전력의 특임조 279명과, 17일 원전 3호기에 헬기를 타고 냉각수 '물폭탄'를 투하한 작전에 참여한 19명의 자위대원들, 그리고 19일 새벽 고성능 '수퍼 소방차'를 동원해 심야 살수작전을 펼친 도쿄소방청의 '하이퍼 레스큐'(소방구조 기동대) 대원 139명이 그들이다.

이들의 사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의 사투는 또한 '시간과의 싸움'이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다.

일본을 방문중인 국제원자력기구 아마노 유키아 사무총장은 "일본은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폐연료봉의 핵분열이 예상되고, 이를 막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는 후쿠시마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냉각수 수위가 줄면서 폐연료봉의 온도가 상승해 녹아내리는 것이다. 그럴 경우 최후의 수단은 체르노빌에서처럼 원자로를 모래로 덮고 콘크리트로 '영구봉인' 하는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을 어렵게 하는 최대의 장애물은 폭발로 널브러진 콘크리트 더미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적', 즉 α(알파), β(베타), γ(감마), X선, 중성자선 같은 방사선이다. 그 중에서도 투과력이 가장 센 감마선이 문제다. 일반적인 방사선 피폭은 어지간한 물질은 다 투과해 버리는 감마선에 의한 것이다.

방사선 피폭량, 거리 및 두께와 반비례하고 시간과 비례

방사선 피폭과 차폐(遮蔽)는 방사성 물질과의 거리와 피폭 시간 그리고 차폐물의 두께가 좌우한다. 피폭량은 거리 및 두께와 반비례하고 시간과 비례한다.

감마선은 중콘크리트나 철, 납처럼 밀도가 높은 물질을 통해서 차단할 수 있는데, 납을 사용하더라도 10cm 정도의 두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거운 납옷을 입고 작업할 수는 없다. 그래서 통상 작업반은 신체의 주요 부위에만 납판을 깐 합성수지계의 부직포로 만든 방호복을 입고 작업한다. 근접할 경우에는 투과성이 높은 방사선은 막을 수가 없지만, 떠다니는 방사성 물질이 몸에 부착되거나 방사성 가스의 흡입을 막아 신체 오염을 막음으로써 위험을 최소한도로 억제하기 위해서다.

방호복을 입어도 방사선을 품어대는 사고 원전 건물에 가까울수록 방사선량의 수치는 급격히 높아진다. 그러나 사람이 근접하지 않고서는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결국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선 피폭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레서 통상 1회 작업에 15분을 넘기지 않고 교대조를 투입해 연속 작업을 한다. 그러니 작업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의존하는 것은 오직 피폭량을 알려주는 개인용 TLD(열형광선량계) 뱃지와 경보기뿐이다. 후쿠시마 원전 건물 주변에선 1시간당 400mSv(1mSv는 1회 X선 촬영 때 노출되는 피폭량)가 측정된 곳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100mSv를 피폭당하면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작업자의 피폭한도를 100mSv에서 250mSv로 올렸다고 한다. 사실상 목숨을 내놓고 작업하라는 얘기다.

가미카제(神風)와 '최후의 결사대' 그리고 쓰나미의 역설

 1945년 4월 12일 일본 치란 특공기지에서 출격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하야부사 전투기 조종사에게 벚꽃가지를 흔드는 일본 여고생들.
 1945년 4월 12일 일본 치란 특공기지에서 출격하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하야부사 전투기 조종사에게 벚꽃가지를 흔드는 일본 여고생들.
ⓒ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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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상황과 배경은 다르지만, '최후의 결사대'와 '헬기 방수 작전'은 태평양전쟁 당시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미국 항공모함에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 가미카제(神風)를 떠올리게 한다. 가미(神)는 신, 카제(風)는 바람이니 '신이 일으키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을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여 연합군 함대에 동체(胴體)와 함께 부딪치는 자살 공격을 가했다.

'가미카제'와 후쿠시마 원전 '최후의 결사대'의 공통점은 어쩌면, 만물에 신성이 깃들어 있고 사람도 죽으면 신이 될 수 있다는 '신토'(神道)를 믿는 일본인 특유의 사생관(死生觀)에서 찾을 수 있다(일본 국민의 9할이 '신토'를 믿고 그 중 8할은 또 불교를 믿는다). 따라서 일부에서 이들을 '현대판 사무라이'니 '가미카제 정신'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대(大)를 위해 소(小)의 희생을 미화하는 일본 특유의 집단문화와 자살의 강요로 비치기 때문이다.

일본은 '신'(神)의 나라이자 '불'의 나라이다. 일본인들이 섬기는 신은 공식적(?)으로도 800만이 넘는다. 문자 그대로 '야오요로즈노가미'(八百万の神, 8백만의신)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냈을 정도다. 또한 685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많은 섬들이 화산 활동을 통해 생겨났다. 세계 화산의 10%가 일본 열도에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간토 대지진(1923년), 한신 대지진(1995년) 같은 대형 지진이 발생한 지진 다발지대이다.

원자력은 '제3의 불'이라고 한다. 일본은 54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가동중인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다. 지진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라는 단어도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은 진도 9.0의 도호쿠 대지진도 견뎌냈지만, 정작 쓰나미를 이겨내진 못했다. 5~7미터 파고의 쓰나미에 대비한 방파제 시절을 갖춘 후쿠시마 원전의 비상전원 장치가 10미터의 쓰나미에 잠기는 바람에 냉각시스템이 '올 스톱'되었고, 그로 인해 일본 원자력 역사상 최악의 방사선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쓰나미의 역설'이다.

역설은 또 있다. 일본 '최후의 결사대'가 목숨을 걸고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은 임시방편이다. 즉,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가열돼 핵분열을 일으켜 방사능이 대량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시간 벌기'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원자로에 안정적으로 냉각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동력, 즉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 전기가 끊기는 통에 방사선 유출이라는 대형 재난이 발생했고, 그 재난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것은 현대 문명의 역설이다.

덧붙이는 글 |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 중에 28명이 석 달 안에 방사서 피폭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최후의 결사대’에서는 그런 불행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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