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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10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1층에서 삼성과 LG 3D TV 최신 제품 비교 시연회를 열었다.
 LG디스플레이는 10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1층에서 삼성과 LG 3D TV 최신 제품 비교 시연회를 열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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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일반 소비자 대상 비교 시연에 나오라!"

LG가 요즘 신났다. 3D(3차원) TV 기술 논쟁이 붙은 뒤 삼성전자를 상대로 비교 시연회를 제안하더니 급기야 10일 단독으로 공개 시연회를 열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1층에 삼성과 LG 3D TV 최신 제품을 나란히 세웠다. 권 사장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대상 비교 시연에도 경쟁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며 소비자 대상 비교 평가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지난 5일 IT 전문 인터넷 매체 eBuzz에서 진행한 3D TV 소비자 품평회에서 해상도, 입체감, 깜빡거림, 밝기 등 대부분 항목에서 삼성 제품에 비해 낫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방통위와 다음 HDTV 카페에서 각각 진행한 두 차례 비교 시연회에 불참한 것도 이런 자신감을 부추겼다.

이에 삼성전자도 지난 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출입기자 대상 화요포럼에서 LG전자 3D TV 방식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김현석 삼성전자 전무는 이날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아니라고 하는데 (LG) 혼자서 맞다고 한다"면서 LG 3D TV의 '풀HD' 주장을 꼬집었다.  

삼성-LG 3D TV 기술 방식 비교(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자료 참고)
 삼성-LG 3D TV 기술 방식 비교(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자료 참고)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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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안경' 대 '편광 안경', 진짜 '풀HD' 공방

셔터 안경(SG)이냐, 편광 안경(FRP)이냐. 3D TV에서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싸움은 LG전자가 올해부터 셔터 방식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편광 방식에 '올인'하기로 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권영수 사장과 김현석 전무뿐 아니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등 양쪽 고위 임원들까지 나서 날선 발언을 계속 주고받고 있다.

윤부근 사장은 이날도 해외 출장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소모적인 논쟁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LG 편광 방식에 대해 "브라운관 TV처럼 화면에 줄이 생긴다"면서 "그런 걸 풀HD라고 하면 계란으로 바위 깨기"라고 응수했다.

이런 자존심 싸움 이면에는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3D TV 시장에서 기술 표준을 선점하려는 목적도 크지만 이를 계기로 지난 연말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양쪽 최고 경영진들의 입지를 다지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까지 지난 3일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직접 3DTV를 시연하며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권영수 사장은 이날 "LG와 삼성이 진실공방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 소비자들에게 부끄럽고 혼란을 야기해 죄송하다"면서도 "3D 화질은 해상도보다 화면 깜빡거림이나 화면 겹침, 입체감이 중요하다"며 삼성의 '풀HD(1080p 고화질)' 해상도 논쟁을 일축했다.

3D는 두 눈의 시차를 이용해 입체감을 주게 되는데 삼성전자 등 대부분 3D TV 제조업체들은 오른쪽, 왼쪽에서 각각 촬영한 화면을 빠른 속도로 교대로 보여주는 셔터 안경 방식(액티브)을 채택했다. 반면 LG전자는 한 화면에 두 영상을 쪼개 동시에 보여준 뒤 편광 안경으로 각각 받아들이게 하는 편광 방식(패시브)을 쓰고 있다. 

삼성은 '풀HD'는 수평 해상도가 1080p 이상이어야 하는데 한 화면을 540p씩 쪼개야 하는 편광 방식은 진정한 '풀HD'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LG는 오른쪽과 왼쪽 눈 해상도가 각각 540p로 나뉘긴 하지만 사람의 뇌에서는 하나로 합쳐서 1080p로 인식되기 때문에 '풀HD'가 맞다고 반박했다.

삼성이 빨강과 파랑색 셀로판지를 이용한 초창기 입체 안경을 쓴 침팬지를 동원해 편광방식을 구닥다리 기술로 깎아내리는 광고를 내보내자 LG는 오히려 셔터 방식이 1세대 기술이고 편광 방식이 2세대라고 맞섰다.

LG 반격 "삼성 방식은 두통이나 눈의 피로 유발"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10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1층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셔터 안경 방식의 화면 깜빡거림 현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10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31층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셔터 안경 방식의 화면 깜빡거림 현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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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오히려 셔터 방식의 화면 깜빡거림(플리커) 현상이 장시간 시청시 두통이나 눈 피로를 유발한다며 '건강' 문제로 맞서고 있다. 안경에서 오른쪽과 왼쪽 번갈아가며 시야를 가려 입체 효과를 내는 셔터 방식 특성 때문에 나타는 문제로, 이 때문에 안경 값도 10만 원 전후로 꽤 비싼 편이다.

반면 편광 안경은 별도 기계 장치나 전원이 필요 없어 값도 1000~1만 원 정도로 싸고 무게도 절반 이상 가볍다. 대신 편광 방식은 편광 효과를 내는 특수 필름을 TV 화면에 일일이 덧대야 하기 때문에 TV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LG전자가 셔터 방식을 포기하고 편광 방식에 올인하는 배경에도 값비싼 유리를 필름으로 대체해 단가를 낮춘 것이 큰 이유다.

이날 오전 LG디스플레이 비교 시연장은 햇볕이 들어오는 주간과 야간 거실 두 군데로 나뉘어 설치됐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밝은 곳에서 편광 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삼성쪽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두 시연장엔 LG전자 47인치 3D TV(LW5700)와 삼성전자 46인치 제품(D7000, D8000)이 나란히 전시됐다. 진행 요원들은 화면 설정을 출고 기준에 맞추고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모두 삼성 제품을 쓰는 등 나름 '공정성'에 신경 쓰는 눈치였다.

편광, 깜빡거림 없고 안경 편리... 셔터, 해상도-입체감 앞서

비교 시연회 현장에서 살펴본 두 제품은 비전문가가 보기에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하긴 쉽지 않았다. 두 회사 제품 모두 세계적 수준에 오른 탓인지 정상적 TV 시청 환경에선 큰 불편함 없이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화면에 1m 전후로 가까이 다가간다든지, 화면 바로 위나 아래서 내려다본다든지,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본다든지 하는 특수한 상황에선 일부 차이를 드러냈다. 화면에 가까이 접근할 경우 편광 방식은 주사선 같은 하얀 띠가 보였고, 셔터 방식은 화면 잔상이 겹쳐 보이는 화면 겹침 현상이 나타났다. 편광 방식 역시 화면 바로 아래서 올려다봤을 때 마찬가지로 화면 겹침 현상이 발생했다.

3D TV에 사용되는 셔터 안경(위쪽 2개)과 편광 안경(아래쪽 2개).
 3D TV에 사용되는 셔터 안경(위쪽 2개)과 편광 안경(아래쪽 2개).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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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입장에서 해상도나 입체감 비교는 쉽지 않았지만 편광 방식에서 화면이 좀 더 밝아 보였다. 셔터 방식의 깜빡거림은 TV를 시청할 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밝은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눈치 챌 정도였다.
LG 시네마3D 광고에서 3D TV를 누워보는 장면 역시 뜨거운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고개를 세워 정면으로 볼 때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셔터 방식은 고개를 45도 가까이 기울일수록 화면이 어두워졌고 90도 각도에서는 아예 까매졌다. 반면 편광 방식은 입체감은 떨어졌으나 화상 자체는 그대로 유지됐다.        

안경 편의성에선 편광 방식이 셔터 방식을 단연 앞섰다. 특히 평소 안경을 쓰는 저시력자 처지에서 클립 형태로 도수 안경에 바로 부착할 수 있는 편광 방식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화질 객관적 평가 어려워... 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반면 3D 기술 전문가들은 두 기술 방식의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소모적 논쟁을 경계했다.

이달 초 eBuzz 품평회에도 참석했던 박민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삼성과 LG가 서로 다른 방식을 채택한 건 3D 기술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 "서로 장단점이 있고 서로 같은 방식이면 모를까 전혀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화질은 한 사람이 똑같은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없고 연령, 시력 등 개인차가 있어 현장에서 2~3분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 객관적 평가는 어렵다"면서 "일반인 대상 비교 시연은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3D TV 시장은 지난해 200만 대 정도로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스카이 위성 채널 등에서 일부 3D 방송을 내보내고 있지만 3D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불붙은 기술 논쟁은 3D TV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아 양사 의도와 상관 없이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 논쟁을 넘어 감정 싸움까지 치닫게 되면 양사에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박민철 박사는 "두 기술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다 무안경 기술로 옮겨갈 것"이라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일본, 대만, 중국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끼리 다투다 외국기업들만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그:#3D TV,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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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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