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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17년차. 소위 시민운동에서 잔뼈가 굵은 이태호(44) 참여연대 협동처장이 제4대 참여연대 사무처장에 올랐다. 그는 박원순 변호사, 김기식 정책위원장, 김민영 처장에 이어 네 번째로 참여연대 사무처를 관장하게 됐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16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태호 처장을 신임 사무처장으로 선출했다. 오는 5일엔 정기총회를 열고 이 신임 처장의 활동을 추인하게 된다. 임기는 2년이다.

 

평소 꼼꼼하고 빈 틈 없기로 유명한 그는 시민운동의 대표적 전략통이기도 하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을 기획했고 실무를 총괄했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간, 이라크로 이어지는 '테러와의 전쟁' 중에는 평화운동 일선에서 뛰었다.

 

날선 비판과 토론에 유능한 그지만 일상생활에선 쏘가리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이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갑자기 정전돼 컴퓨터로 하던 작업이 모두 날아갔을 땐 머리를 쥐어짜고 괴로워하다가도 이내 피리를 들고 연주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피리 부는 소년'이기도 하다.

 

날밤 새우며 문건을 쓰다가도 문득 김광석의 노래가 떠오르면 문을 박차고 나가 CD를 사와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고, 새벽이라도 삼겹살이 당기면 찾아가 먹는 이다. 철저하게 자기를 단련하며 사는 사회운동가이지만 술은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홍두깨처럼 붉어진다. 다만, 그는 술 취한 동료들이 노래방에서 모두 쓰러져 초토화가 돼도 남은 2시간을 채워 노래를 부르는 낭만이 있다.

 

가수 한영애의 <여울목>을 사랑하며 '닐리리 춤'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바보스럽게도 일평생 사회운동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딱 10년 만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느덧 17년째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그다.  

 

그런 그가 만들어가는 참여연대는 어떤 모습일까. <오마이뉴스>는 3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1층 '통인카페'에서 그와 만나 '참여연대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전세대란, 가계부채... 어떤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 왔다"

 

- 신임 사무처장에 선출되셨다. 앞으로 어떤 참여연대를 만들 것인가.

"참여연대가 너무 날선 비판만 하는 곳으로 인식돼 있는데 좀 더 시민들이 쉽게 찾아와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참여사회아카데미와 통인카페 등을 통해 작은 공동체운동을 시작할까 한다. 일종의 참여연대 문예부흥운동 같은 것이다."

 

- 2012년 권력교체기가 다가온다. 무엇을 중심축으로 사업을 할 것인가.

"5가지 중점사업을 정했다. 비단 올해뿐 아니라 새 정부 출범과 집권 초기까지 참여연대가 집중할 중기사업들이다. 첫째,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 정책쟁점을 대상으로 한 시민운동을 펼 것이다.

 

전세대란, 가계부채 등등 이것은 단순 민생이 어렵다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 와 있는 점이 있다. 민생 살리기, 서민경제 개선을 위해 집중 노력할 예정이다. 한반도 평화문제도 다룬다. 이명박 정권은 북한의 비상사태를 압박해 통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공격적 방식으로 임하지만 그 길로는 평화적인 동북아 시대를 열 수 없다.

 

사회변화는 투표를 통해 일어난다. 그러나 현실은 4대강에 반대하고 무상급식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는 형국이다. 유권자가 선거기간 정책에 대해 말 못하는 마당에 무슨 정책선거가 될 수 있겠나. 선거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해결해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개정 운동을 하겠다. 유권자의 선거개입 운동이 될 것이다."

 

- 새 정부 출범과 그 정부의 집권초기까지 장기과제를 정한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식의 민주주의인가. 참여지향적인 거버넌스는 불가능한가. 이명박 정부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개혁과제를 정식화 하고 앞으로 선거에 임할 각 정당에게 이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생각해도 좋다.

 

검찰개혁과 국정원 개혁 더 미룰 수 있나? 이명박정부 인사정책의 본질적 문제는 무엇인가 대안을 갖고 시리즈 리포트도 낼 것이다. 5가지 중요 캠페인을 하다보면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게 될 텐데, 이렇게 활동하다보면 시민사회판 한국사회의 비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총체적 보고서가 될 것이다. 단순한 MB 비판은 이제 식상하다. MB 비판을 넘어서 건설적 대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토론도 활성화해야 한다."

 

- 참여연대는 대표적인 권력감시운동단체다. 곧 4·27 재보궐선거가 열린다. 내년엔 총선과 대선도 있다. 선거전략은 뭔가.

"4·27 재보선에 대해 별도로 토론한 바는 없다. 총선과 대선도 아직 얘기는 없다. 다만, 참여연대 바깥에서 시민정치운동이 별도로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그 논의를 지켜보면서 관련된 의제를 토론할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권력감시단체로서 참여연대가 해야 할 것은 어떤 이가 후보가 되든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하는 데에 대한 구상과 비전, 정책적 근거를 갖는 게 필요하다. 이와 같은 게 없다면 시민은 등을 돌릴 것이다."

 

- 복지국가 논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우리가 어떤 복지국가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있다. 참여연대가 그리는 복지국가는 어떤 복지국가인가.

"이미 국민은 복지를 국가가 제공해야 할 의무로 이해하고 있다. 무상급식으로 확인된 바다. 서구의 복지국가들도 전쟁에 임박한 상황에서 복지를 통해 공동체를 튼튼히 했다.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적 요구는 묵을 대로 묵어서 터져 나온 것이고,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어떤 복지국가냐, 성장의 과실을 약간 나눠주는 시혜로서의 복지는 복지국가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때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다. 특정쟁점으로 시민사회나 진보진영이 포퓰리즘을 일으키고 있다는 식으로 지적하는 건 옳지 않다."

 

- 증세론이 일었다. 보편적 복지국가가 되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확장된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증세는 불가피한 점이 있다. 그러나 먼저 증세를 논의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우리가 지출하는 예산순위는 논하지 않고 세금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우리 정책의 우선순위, 세원 논의과정에서 별도로 논의할 문제다. 국가가 국민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할 복지의 우선순위가 뭐냐. 불필요하게 파헤치는 토목이냐,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하는 국방연구개발사업이냐. 예산의 우선순위를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연평도 문제 사과해야 한다"

 

- 지난해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됐었다. 대표적 평화운동가인데 이 점과 관련해서도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한반도 상황이 간단한 게 아니다. 분단체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국면이라고 본다. 북한이 취약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한쪽이 불안정해질 때 군사적 대결은 격렬해질 수 있다. 약해진 쪽은 약해졌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예민해져 있고 공격적이 될 수 있다. 강해진 쪽은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는 우월주의적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바로 그거다. 최대한 북한을 흔들어보자는 것. 버릇을 고쳐주자는 게 바로 그거다. 그러나 힘으로 상대방을 제약할 수 있다면 아프간이나 이라크에서 미국이 왜 고전했겠나. 실패한 네오콘의 구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 최근 북한이 서울 불바다설을 거론하고 있다. 연평도 사태의 경험도 있어 불안한데?

"명백히 잘못된 거다. 그런 식으로 상대방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우선 연평도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남한의 민간인이 북한의 포에 맞아 죽었다.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남한은 천안함과 같은 남북간 사이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문제를 사과의 전제조건으로 걸 게 아니라 확실한 연평도 문제의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북한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는 지난 부시정권의 네오콘적 외교를 빗대 잃어버린 8년이라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실종된 기간이라는 게다. 그에 비춘다면 우리도 이명박 정부 3년을 잃어버린 3년이라 칭할 수 있다."  

 

- 박원순, 김기식, 김민영에 이어 4대 사무처장이 되었다. 이태호의 리더십은 과거의 그것과 무엇이 다를까. 후배들이 좋아하나.

"올해 17년차 시민운동가가 됐다. 원래 참여연대 들어올 때 우선 10년 만 한다 그 뒤에 다시 결정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테러와의 전쟁, 남북관계 구도 등이 흔들리면서 평화운동의 화두를 갖고 또 복무하다 보니 17년이 됐다.

 

반부패운동을 시작으로 사법개혁, 정치개혁운동이 주로 내 영역이었다.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을 하다 낙선운동까지 기획하고 실무를 맡게 된 거고. 평화운동도 안보권력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개입 차원에서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참여연대 사무처와 각 센터가 제 기능을 충실히 하도록 서포트 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사무처장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게다."

 

- 워낙 실무형 사무처장이라서 후배들이 괴롭힘을 많이 당하는 것 아닌가.

"오랜 기간 시민운동 판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후배들이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렇게 말이다. 다만 전임 김민영 사무처장이 한 가지 중대 당부를 했다. 임기 중 핏대를 세우지 말라는 게다. 너무 실무를 잘 알아서 실무자를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단도리할 것이다."

 


태그:#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4.27 재보선, #전세대란, #가계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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