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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북측의 잇따른 대화와 접촉 제의에도 빗장을 걸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북-미 간 민간교류가 다시 시작돼 눈길을 끈다. 남북관계 교착 상태에서 북-미가 먼저 민간교류라는 명목으로 활로를 연 셈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북-미·남-북 대화와 교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홍륜기 국가과학원 과학기술국제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한 북의 과학자대표단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애틀랜타를 방문, 카터센터 등 과학기술분야를 둘러보고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내외 언론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새해부터 북-미 간 민간차원의 교류가 활성화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북-미 간 민간교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태권도대표단의 미국 순회공연 등 북의 체육·문화·보건인들이 미국을 방문했었으며, 2008년 2월 뉴욕 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평양공연과 2009년 12월 미국 과학자대표단의 첫 방북 등 양국 사이 민간교류가 이루어진 바 있다.

북 과학자대표단 미국 방문, 당국 간 대화와 6자회담 재개 시발점 기대

하지만 이번 북 과학자대표단 방미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와, 전쟁 직전까지 치닫던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 재개된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박한식 교수의 해석처럼 지난해 전면 중단됐던 민간교류의 시발점으로,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말 유엔주재 북 대표부와 미 국무성 사이의 대화 창구인 '뉴욕채널'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어, 앞으로 민간교류 확대와 함께 당국 간 대화, 나아가 6자회담 재개 등이 점쳐진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 중요'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 필수'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 등을 합의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과 12월 헤커 박사와 리처드슨 주지사의 연이은 방북을 통한 핵시설 공개와 대화의지 확인, 천안함 사태 이후 급격히 강화되고 있는 북-중 '혈맹관계' 등도 미국으로서는 북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전면 중단되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외교전에서 남측이 외톨이로 전락할지 우려된다.

남북은 지난 9일, 고위급군사회담을 열기 위해 실무회담을 열었으나 아무런 합의를 내오지 못하고 중단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국방부와 통일부의 고의적인 대화파탄 흉계와 관련된다"며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 간 민간교류 역시 겨울잠을 자는 상태다. 더군다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연평도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다. 통일부는 최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대북 지원을 위한 방북을 불허했으며, 남북 언론인대화를 위한 6.15남측 언론본부의 개성 방문도 '5.24조치'를 근거로 불허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교류·인도적 지원, 남북관계 발전의 지렛대...'5.24조치' 폐기하고 재개해야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남측은 6자회담에서 외톨이로 남게 될 가능성 크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일-북미-북중-북러 사이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관련국 사이 접촉이 진행되는 것과 달리, 남측만 대문을 걸어 잠그고 '흡수통일'을 기대하며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차원의 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은 극히 드문 경우로 내외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미국조차도 지난 달 한국 정부에 대북 쌀 지원을 타진한 것으로 보도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북 쌀 지원설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남북 민간교류와 대북 지원은 당국 간 대화의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당국 간 오해와 불신도 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하며 해소해 왔고, 결국 남북관계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꽁꽁 얼었던 얼음이 조금씩 풀리는 봄 초입, 태평양 건너 북-미 간 민간교류가 이뤄지는 마당에 남측 당국은 언제까지 '5.24조치'를 끌어안고 겨울잠을 잘지 궁금하다. 혹 미국 쌀이 먼저 평양에 보내질 경우 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어떻게 감당할지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북미관계, #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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