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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30만 원이 넘는 병실 요금

서울의 대형병원 입원실에 입원해 본 적이 있는가? 병원 입원실은 한 방에 들어가는 인원에 따라 특실부터 1인실, 2인실, 4인실, 5-6인실 등으로 구분이 있다. 5-6인실(일반실)은 보험이 적용되어 본인 부담이 거의 미미하지만, 그 이상의 고급 병실은 다 본인 부담이다. 15㎡(4~5평) 남짓한 1인실 방값은 하룻밤에 30만 원 넘는다. 2인실은 두 사람이 나누게 되니까 한 사람당 15만 원이 넘는다. 이게 도대체 정상일까?

서울의 신라호텔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하기 위해 선택을 한번 해보자. 싼 방은 21만 원도 있고, 그랜드디럭스, 비즈니스 전용층, 킹으로 가장 좋은 방을 선택하면 32만 원으로 나온다. 물론 봉사료나 세금이 추가되기는 하겠지만 그점을 감안하더라도 병원의 병실은 신라호텔 디럭스급(24만 원) 방보다는 비싸다는 얘기이다. 

또 응접세트도 다 갖춰지고 안락한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는 호텔방보다 병원의 병실이 전혀 더 넓을 수도 없고, 더 안락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사용료는 훨씬 비싸다. 병원이니까 호텔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는 계산도 별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값 외에는 어떤 사소한 진료 행위나 식사비 등에 대해서 다 별도로 비용이 청구된다.

당초에 고급 병실이 만들어진 이유는, 특별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여럿이 함께 지내기 어려운 특별한 환자들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만일 오늘날 대형병원들이 구름 같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빌미로 누구나 고급 병실을 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면 폭리는 아닐까?

결코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 하면서도 사실상 고급 병실을 선택하지 않고는 입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병원이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응급실에서 생긴 일

이제 평상을 회복했으므로 한 달 전의 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지난 연말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응급실에서 내가 겪은 고통은 병 때문에도 힘들었지만, 병원의 처사 때문에 마음고생 한 것도 참으로 힘겨웠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연이어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고,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느라 밤이 없는 곳이다. 한밤중에도 불이 훤히 켜진 채 검사가 행해지고, 심지어는 청소부도 낮처럼 수시로 바닥을 닦고 화장실을 청소한다. 그런 응급실에서 환자복도 없이 바지와 점퍼를 입은 채 누워 지내며 제대로 잠을 자거나 쉴 수도 없으니 하룻밤을 지내는 것은 악몽 같은 일이다.

그래서 응급실 환자들은 빨리 입원실로 올라가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몸 어딘가 불편한 환자들이 하루가 아니라 3일이나 5일, 그 이상을 있어야 한다면 어떨까? 건강할 때보다도 더 편안히 쉬어야 할 환자들이 어쩌면 응급실에서 도리어 병이 악화될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닷새를 있어본 나는 정말 지옥 같았다.

고급 병실 필수선택, 넘쳐나는 환자들 때문에?

나는 왜 닷새를 응급실에서 지내야 했을까? 어떤 환자는 하루나 이틀만에도 병실로 올라간다. 나는, 1인실이 너무 비싸니 최소한 2인실이라도 낮춰서 가겠다고 한 때문에 자꾸 늦어졌다. 1인실은 못 가겠다고 하자 응급실 간호사는, 그러면 닷새가 아니라 언제 병실로 갈지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12월 24일 많은 환자들이 퇴원한 덕분에, 하루 15만 4천 원이나 하는 2인실에라도 겨우 입원할 수 있었다. 

물론 근본 이유는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 측도 변명할 거리는 된다. 응급실은 24시간 사람이 넘쳐난다. 응급실의 간이침대도 모자라 그냥 바깥 의자에 앉아서 혹은 바깥 복도 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워서 하룻밤을 기다릴 정도이니까. 응급실 안의 간이침대를 겨우 얻어서 들어가더라도 이번엔 입원실로 올라갈 때를 기다려야 한다. 입원실이 비어야 하나씩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또 입원을 해야 하는 사람은 응급실 환자뿐만 아니라, 외래로 입원할 환자도 있다. 그래서 입원 대기자는 넘치는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몸이 아픈 사람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아 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못 된다. 다만 가벼운 증상에도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고 입원하는 현상은 적절한 방식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복지부도 동네병원 진료 권장 등 그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말 고급 병실 아니면 안 되는 것일까

문제는 병원이 입원실 운영을 왜곡하여 궁박한 환자들을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는 데 있다. 병원 측은 입원하려는 환자가 특실이나 1인실로 가지 않으면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꼭 그래야 할까?

여유 있는 사람들이야 스스로 원해서도 갈 수 있지만, 시골에서 무거운 병을 안고 소 팔고 땅 팔아 치료비를 대고 있는 환자들은 하루 방값으로 30만 원을 낸다면 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된다. 더구나 치료비는 대개 보험이 적용되므로 본인 부담이 대부분 경감되지만, 방값은 고스란히 본인의 부담이다.

병원은 이 점을 이용해서, 응급실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입원 환자들에게 일단은 특실이나 1인실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시급한 환자라면 우선 고급 병실이라도 당장 입원할 수밖에 없겠지만, 다소 기다릴 수 있는 환자라도 반드시 고급 병실을 거치도록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처음에 일반 병실로 가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게 해 놓았다. 일반 병실이 비면 상급 병실 환자들을 우선해서 하급병실로 순차적으로 내려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1년을 기다린들 일반 병실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

내 옆의 응급실 환자들은 다 아픈 사람들이었기에 1인실이 비었다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그거라도 반갑다는 듯이 병실로 올라갔다. 병원 측은 환자가 많음을 핑계로 그런 식의 운영을 당연시한다. 사실 병원은 그 덕분에 모든 고급 병실을 하루도 비워두지 않고 운영하여 막대한 방값을 거두고 있다.

우선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 해도 침대 하나 놓인 병실 한 칸을 30만 원 넘게 받는 것이 적절한 가격인가부터 의문이다. 또 설사 백보를 양보하여 고급 병실 요금이 적정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입원실 운영 행태는 정당한가?

만일 고급 병실을 설치한 당초의 목적대로 원하는 환자에게만 선택하게 하고, 일반 병실을 원하는 환자는 일반 병실이 비는 대로 입원할 수 있게 한다면 환자들이 터무니없는 방값을 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일 고급 병실 환자가 일반 병실로 옮기고 싶은 경우에는 일반 병실로 신청하여 그때부터 차례를 기다리면 된다. 이렇게 되면, 고급 병실이 비는 만큼은 일반 병실 가는 차례가 좀 늦어지겠지만 위급하지 않은 환자라면 좀 더 기다려서 싼 병실로 갈 수 있는 길은 열리는 것이다.

병원의 영리행위 방치하여 서민 울리지 말아야

병원 입원은 물건 사는 일과 다르다.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은 아무리 비싼 방값이라도 거부할 수 없다. 병원이 이 점을 이용해서, 그리고 고급 병실을 비워두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폭리를 취한다면 당연히 불공정 거래가 아닐까? 또 환자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는 아닐까?

요즘 서울의 대학병원급 대형병원은 상황이 다 같다고 한다. 이런데도 관련 부처가 모르고 있는지,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치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혹시 이렇게 하여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환자 수를 통제하려는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하루 속히 바로잡아지도록 관련 부처는 감독권을 행사하여 시정 권고든, 처벌이든 개선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대형병원 입원을 위해 마지못해 특실이나 1인실부터 가야 하는 환자들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빈부의 차별은 자본주의의 맹점이지만, 그 속성상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는 잔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차별이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을 빌미로 함으로써 인권 문제의 소지까지 있다면, 그리고 제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음에도 방치되고 있다면 이는 민주 복지국가로서 후진성을 면할 수 없다. 결국은 서민들을 울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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