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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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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질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속 사고를 치고 있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빼고 보면,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부유세' 정동영 의원(민주당 최고위원)과 '당 대표'가 될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다. 

먼저 정 의원은 '대변신' 중이다. 그는 보편적 복지가 민주당 강령에 들어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2007년 대선 후보시절 "내가 집권하면 새로운 세금 도입은 없다"(2007년 12월 2일 기자간담회)고 말하던 그였으나, 민주노동당의 대표공약이었던 부유세도 가져왔다.

정 의원은 '3+1정책'(무상급식·의료·보육+대학생 반값 등록금)의 재원으로 '부자감세 철회와 재정구조 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손학규 대표를 "방법론적 측면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별 차이가 없다"고 압박하는 한편, 거리감이 적지 않았던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는 손을 잡았다. 연일 '왼쪽으로'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에는 관료, 전문가 그룹이 그의 지지기반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관료나 교수 출신들은 "(부자에게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로빈 후드 방식의 부유세는 안된다"고 손을 내젓고 있다.

한 당권파 의원은 정 의원의 증세드라이브를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만들 수밖에 없다"며 논의 확대를 막고 있지만, 그는 계속 진격하고 있다. 복지문제를 제대로 공부하겠다며 상임위도 환경노동위로 옮기기로 했고, 2004년에 보건복지부 장관 제안을 거부했던 것을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는 복지부장관이 아닌 통일부장관을 맡은 것을 후회한다는 말로도 읽힐 수 있다. 그는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대표적인 신기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07년 5월 <한겨레>가 실시한 대선주자 11인에 대한 '이념적 위치' 조사에서 비한나라당 인사 중 가장 오른쪽에 있던 그는 3년여가 지난 현재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가장 왼쪽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는 항상 변화의 동인과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정동영, 집권 위한 '복지국가'?... 진정성에 제기되는 의문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복지는 세금이다'를 주제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복지재원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복지는 세금이다'를 주제로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복지재원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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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황태자'였으나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갈라섰고, 그 이후에는 민주당을 탈당하면서까지도 고향인 전주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했던 그였기에 이런 의문은 더욱 강하다.

진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건 역시 행동인데, 당내 '보편적 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직' 문제를 둘러싼 마찰은 그에게 이롭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 아무 특위도 맡고 있지 않은 유일한 최고위원인 정세균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는 것이 유력시됐고, 정세균 의원도 동의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은 기존의 남북특위는 박주선 최고위원에게 넘기고 자신이 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섰다. 그는 공동위원장도 좋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정세균 의원으로서는 떨떠름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 의원의 이런 최근 행보를 두고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당시 최고실세였던 권노갑 고문의 2선 퇴진을 주장해 관철한, 강단과 돌파력을 회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오로지 자기진로만 보고 움직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내 고참 당직자는 "지금은 복지문제가 제일 큰 이슈지만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 크게 부각되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당내 중립지대에 있는 한 재선의원은 "복지논쟁이 확산된 데에 정 의원의 기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가 처한 상황도 알겠고 복지 이슈를 끌고 가고 싶은 욕심도 이해하지만 너무 서두른다. 이렇게 증세 주장을 앞세우다가는 복지논쟁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정 의원은 정치권 복지논쟁에 발빠르게 깃발을 꽂았고 이를 야권연대의 핵심 고리로 강조하고 있다. 그의 대선전략 윤곽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권을 위한 복지국가가 아니다'는 확고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복지깃발을 크게 내 걸어도 파괴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다.

유시민, "모든 복지를 국가 책무로 돌려선 안 돼"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새세상연구소-참여정책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법 토론회에서 노동정책에 관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새세상연구소-참여정책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법 토론회에서 노동정책에 관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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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이후 줄곧 엇갈려온 정동영과 유시민. 복지 문제를 두고서도 둘은 마찬가지다.

2010년 11월 보육 토론회에서 "무엇 때문에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 주느냐"고 했던 유시민 원장은 최근에도 "모든 복지를 국가 책무로 돌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적극적 복지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의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사안별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결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야권의 대표적 이론가인 유 원장이 '진보적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무상 시리즈' 민주당과는 선을 그은 셈이다.

"민주당이 더 왼쪽으로 간다고 해서 나도 따라 왼쪽으로 더 갈 수는 없다"던 유 원장은, "통합을 위해선 유시민의 좌클릭이 필요하다"는 심상정 전 의원에게도 "우리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더러 '우클릭'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 상태 그대로 하자는 거다. 그쪽이 태도를 바꾸면 더 좋겠지만"이라고 답했다. 이런 그를 두고 "기존의 강성 이미지를 벗고 중도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방향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그의 '복지국가관'은 일관돼 있다.

그는 안소니 기든스가 전통적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제3의 길'로  제안한 '사회투자국가론'에 서 있다. 2007년 7월에 낸 <대한민국 개조론>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 아젠다'로 '밖으로는 세계화시대의 선진통상국가로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안으로는 사회투자국가(단순한 소비지원을 넘어 인적자원  개발과 사회적 자본확충에 집중하는 새로운 성격의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시는 민노당만의 주장이었던 무상의료와 부유세에 대해서도 "세상물정 모르는 터무니없는 구상이다. 무지의 산물이거나 이데올로기 수준의 선동적 구호와 실현가능한 정책을 구별하지 못하는 과욕의 산물에 불과하다", "국가 전체로 보면 무상의료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의료서비스는 비용이 드는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부담하게 하느냐에 대해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본인부담금이 전혀 없는 것이 무상의료라면 환자 개인에게는 모든 것이 다 공짜로 보일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심화되고 있는 '복지국가' 논의... 정동영-유시민 논쟁 표면화될 듯

유시민 원장은 특유의 '도전적인 태도' 때문에 굉장히 과격한 급진파로 비쳐져 왔지만, 실제로 그가 참여정부 시절 내세웠던 사회·경제적인 정책들은 급진적이거나 좌익적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의 시민단체들로부터 '최악의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무상시리즈를 두고도 지난 19일 '계간 광장'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무상의료·보육·반값등록금 등을 이런 식의 정책패키지로 만들어서는 지금 야권이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에 국가운영을 맡아 놓고 또 이행을 못하면 이를 회복하는 데에는 참여정부 때보다 몇 배 더 걸릴 지도 모른다'라는 공포감이 커서 복지문제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유 원장이 '진보 대통합'의 대상, 즉 당통합의 대상으로까지 설정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유 원장이 서 있는 '사회투자국가론'을 두고 "보편적 복지가 결여돼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며 신자유주의 변종이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 후보단일화까지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기에는 내용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장관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정동영과 복지부장관 출신 유시민. '무상복지'와 '부유세'로 공세적인 복지국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동영과 복지논쟁이 지나치게 한건주의 식으로 가고 있다는 유시민. "반성문을 쓰고 있다"며 사회당 대표에게서 칭찬받은 정동영과 '지속가능한 복지'를 말한다며 <동아일보>(허승호 부국장 칼럼)에게 칭찬받은 유시민. 조직력만 놓고 보면 여전히 민주당 내 최강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동영과 야권 내 대선후보 지지도 1위인 유시민.

'복지국가 논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직접 부딪치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의 논쟁도 곧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구원장으로 2선에 있던 유 원장이 3월 12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간판으로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으로서는 '증세 배제 무상복지'를 선언한 당내 손학규 대표는 물론 참여당 대표로 나올 유 원장과도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태그:#정동영, #유시민, #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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