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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프랑스인들.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프랑스인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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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되기 전 프랑스가 세계의 문화·정치적 강국으로 군림한 때가 있었다. 러시아 왕족을 비롯한 유럽의 엘리트들이 공용어로 불어를 사용하는 등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는 여러 세기에 걸쳐 많은 나라에 영향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프랑스의 후광은 점점 퇴화하여 현재 프랑스는 경제력이 세계 5위에 머무르는 등 과거에 비해 그 화려함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이 아직도 여러 부문에서 프랑스인들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프랑스 민영 TV 방송인 M6이 MSN과 결합하여 만든 'M6&MSN 뉴스 인터넷 사이트'에 1월 20일 소개됐다. 프랑스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기에 전한다.

[바캉스 세계 챔피언] 프랑스하면 바캉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건 과장이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바캉스를 가는데 1년에 평균 38일을 바캉스로 보낸다. 세계 2위는 이탈리아인으로 1년에 31일, 3위는 스페인인으로 30일의 휴가를 보내며 미국인들의 평균 휴가는 1년에 13일이다.

방학이 많은 프랑스 교사들의 휴가일수는 더욱 환상적이다. 두 달의 여름방학과 2개월마다 한 번씩 있는 2주 방학 일수를 다 합하면 이들의 휴가일수는 1년에 112일이나 된다. 1년의 30%를 휴가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휴가를 가는 데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방학 때마다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집에서라도 문화·스포츠 활동이나 독서, 음악 감상 등을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방학 중에도 여러 가지 연수 등을 받아야 하기에 실제로는 방학의 전 기간을 편하게 즐기기 어려운 한국 교사들과 달리 프랑스 교사들의 방학은 100% 존중된다.

[시간당 생산성 세계 1위] 프랑스인들이 이렇게 한 달 이상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들의 생산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프랑스인들이 일을 적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성은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인들이 시간당 버는 소득은 25.1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참고로 미국인들이 시간당 버는 소득은 24.60달러이다. 이렇게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에게는 그만큼 더 많은 바캉스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느긋하게 먹고 푹 자는 프랑스인들] 세계 주요 18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먹고 자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미식을 즐기는 국가인 프랑스는 식사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데, 프랑스인들이 하루에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130분으로 멕시코인의 2배나 된다. 전식, 본식, 치즈, 후식 등이 차례로 나오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무엇보다 프랑스인들이 토론을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밥상에서 장시간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식사 시간은 길어진다. 가족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할 때 보통 2~3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다반사이다.

기자가 한 번은 남편 친구 몇 명을 토요일 점심에 초대해서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워낙 토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한 번 시작된 토론은 그칠 줄 몰랐다. 이들이 식탁을 떠난 시간은 오후 7시였다. 기자는 그 일을 겪은 이후 다시는 토요일 점심에 친구를 초대하지 않는다. 대신 저녁으로 바꾸었는데, 밤에는 지하철 운행이 종료되기에 아무리 토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새벽 1시 전에는 어쩔 수 없이 식탁을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하루에 8시간을 자는 것으로 밝혀졌다. 먹고 자는 시간을 따져본 이 조사에서 가장 성적이 나쁘게 나온 것은 한국인이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가장 잠을 적게 자고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당에서 외식을 즐기는 프랑스인들.
 식당에서 외식을 즐기는 프랑스인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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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발기 능력 세계 1위] 프랑스 남성의 발기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발기 시 성기 길이가 가장 긴 것은 프랑스인이었고 2위는 이탈리아인, 3위는 멕시코인이었다. 가장 저조한 건 프랑스인의 60% 수준으로 나온 한국인이었다.

[자본주의 반대 성향 세계 1위] 세계 27개국 2만9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상자의 3분의 2가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43%가 자유시장 경제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프랑스에서 그러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와 달리 자유시장 경제에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국가는 미국과 파키스탄이다.

[저축률 유럽 1위] 프랑스인들은 번 돈을 모두 바캉스에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었다. 2010년에 프랑스인들은 소득의 16.4%를 저축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저축률은 유럽에서 제1위이다. 프랑스인들은 앵글로색슨 계열 사람들과 달리 할부로 결제하지 않고 한꺼번에 지불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화장실 지저분하기로 유럽 1위] '세계 화장실의 날'(이런 날도 있다고 한다)을 기념해 유럽에 사는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 프랑스의 공공화장실이 유럽에서 가장 더러운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인 중 30%만이 자신들이 이용하는 사무실의 화장실이 깨끗하다고 밝혔고, 초등학생 중 32%와 사무직원 중 17%만이 학교와 사무실의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는 자신의 학교나 사무실의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휴지나 비누가 없거나 손을 말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가장 중요한 건 화장실이 불결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기자도 식당이나 카페, 극장, 기차, 고속도로 휴게실 등에 있는 공공화장실을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지저분한 화장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독일, 스위스 등 게르만 국가의 화장실은 매우 청결했다. 또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 한국 공중화장실의 청결함에 놀라기도 했다. 프랑스인이 잘 씻지 않는다는 소문(향수가 프랑스에서 생긴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과 지저분한 화장실은 엇물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교환학생으로 떠나는 대학생 수 유럽 1위] 프랑스 대학생들이 유럽 학생들 중 제일 많이 다른 유럽 국가로 교환학생으로 나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에 3만여 명의 대학생이 에라스무스(Erasmus) 기관을 통해 다른 유럽 국가로 그렇게 떠났는데, 이는 유럽에서 제1위이다(2위는 독일).

[피자 소비량 유럽 1위, 세계 2위] 프랑스인들이 1년 내내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달팽이 요리? 아니면 개구리 다리? 대답은 의외로 피자이다. 프랑스인들이 유럽에서 피자를 가장 많이 먹는 국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이에 따르면 1년에 이들이 먹는 피자의 양은 1인당 10kg이다. 피자의 원조국인 이탈리아인의 피자 소비량은 프랑스인의 50%다. 피자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미국으로 1년에 1인당 13kg를 소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프랑스인들이 이렇게 피자를 많이 먹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자가 보기에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프랑스는 물가가 비싸다. 특히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은 한국의 몇 배에 달해 괜찮은 프랑스 식당에 매일 가기란 쉽지 않다. 대신 피자집은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어 프랑스인들이 선호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굳이 고기나 생선을 먹고 싶지 않을 때(프랑스 식당에서는 대개 고기나 생선을 먹게 마련이다) 거의 유일하게 갈 수 있는 곳이 피자집이고, 직장에서 돌아온 주부가 음식 준비를 할 시간이 없을 때 집에서 손쉽게 피자를 구워 먹을 수 있어서(아니면 오븐에 덥히기만 하면 되는 피자가 슈퍼마켓에 수두룩하다) 프랑스인의 사랑을 받는 듯하다.

파리 시내의 조그만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피자들.
 파리 시내의 조그만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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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비관 세계 1위] 프랑스인들이 많은 시간을 먹고 자는 데 할애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적게 일하며 훨씬 긴 바캉스를 떠난다는 사실을 보면 이들이 행복감에 몸을 떨 것 같은데 사실은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11일에서 12월 13일까지 세계 53개국을 대상으로 행한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인들이 미래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미래를 매우 어둡게 내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인의 61%가 2011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며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참고로 가장 긍정적인 국민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라크인, 파키스탄인, 아프가니스탄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169개국을 대상으로 실시된 유엔의 '개인의 만족과 행복 지수'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국가의 15%에 해당하는 국민만이 행복하다고 밝혔는데 이 중에는 프랑스도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프랑스인들의 개인적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긍정적인 국민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인이나 일본인, 한국인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두 조사 결과에서처럼 프랑스인들은 상반된 얼굴을 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득실거리는 프랑스가 출산 강대국이 된 것도 이처럼 모순된 두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명품과 식도락 부문에서 세계 1위] 루이뷔통, 샤넬 등 프랑스 명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식도락 부문에서는 와인, 치즈, 우유, 고기, 초콜릿 등이 전 세계에 수출된다. 프랑스 제품 중 세계를 장악한 품목도 다양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빅(Bic) 볼펜, 에비앙 워터, 오피넬 칼, 마리아즈 프레르 차(The Mariage Frere), 미슐렝(미쉐린) 타이어, 조디악(Zodiac) 해군 고무보트, 안경알 부문에서 세계 선두인 에실로르(Essilor) 등의 제품 등이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는 프랑스 제품들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품들(에비앙 워터, 와인, 치즈, 초콜릿, 빅 볼펜).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품들(에비앙 워터, 와인, 치즈, 초콜릿, 빅 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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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프랑스, #바캉스, #화장실, #피자,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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