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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어낚시 송어를 낚고 좋아하는 사람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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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손 맛, 얼음 판 위에서 파닥거리는 송어, 즐거운 환호성. 해발 700m의 산바람이 매섭게 몰아쳐도 손맛을 위해서는 참을 수 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을 가로 지르는 강가에는 한 겨울의 송어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몰려들고 있다. 스키를 타다가도 동해안의 겨울바다를 즐기다가도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곳.

 

두터운 겨울 옷으로도 추위를 감싸기 부족한 듯 담요를 온몸에 두르고도 얼음판 위에서 찬바람을 맞는다. 자그마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 채비라고는 공갈낚시 바늘이 달린 견지낚시. 그나마 전문가들은 루어낚시에 가짜 미끼가 달린 릴을 준비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온 가족들은 바람막이가 쳐진 곳에 나란히 앉아 행운을 기다리고, 지나 가다 들른 이들은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동그란 얼음구멍을 응시한다. 조그만 구멍 속에 낚시를 드리우고 위 아래로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의 조바심은 10분을 못 버텨 아버지를 소리쳐 부르고, 한 마리라도 잡아야 체면치례를 하는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얼음속으로 들어갈 듯하다.

 

옆에서 팔뚝만한 송어가 올라 올 때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는 초보들. 지나가는 송어를 낚시 바늘로 걸어 당기겠다고 '훌치기 금지'를 무시하는 반칙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낚시도 터 잡기가 중요하다. 남들은 온 가족이 나서도 한 마리도 못 잡는데 어떤 이들은 16마리를 잡았다. 1인당 마릿수 제한 초과다. 회도 먹고 구워도 먹고, 너무 재미있어서 해질 때까지 더 하겠단다. 그러는 사이에 송어가 한 마리 또 낚시줄에 끌려서 올라온다.

 

가족끼리 누가 먼저 잡는지 내기도 하고, 걸음마를 갓 배운 어린아이도 낚시를 잡아본다. 낚시줄에 얼음이 얼어서 새끼줄이 될 정도로 노력은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이들이 찾는 곳은 강변의 송어횟집.

 

중간 크기의 회 한 접시가 8천원, 매운탕이 5천원이다. 야채와 양념을 버무려서 한 입에 쏙. 얼큰한 매운탕이 몸 속에서부터 냉기를 몰아낸다. 송어를 잡은 이들은 마리당 3천원을 내면 구울 수 있게 손질을 해준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해서 은박지에 잘 감싼 뒤에 구이통에 넣고 15분을 기다리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어 구이가 된다. 고추냉를 섞은 간장에 찍어 먹는 송어구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한다.

 

강바람에 언 몸이 먹거리로 조금 풀릴 때면 아이들은 눈썰매장으로 얼음판 위로 달려간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 널판지를 자르고, 굽은 못을 펴고 철사를 박아서 만들어 주시던 썰매. 그 썰매 하나면 온 마을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추억으로 어른들은 아이의 등을 밀고 손을 잡아 끈다.

 

하얀 눈 위를 미끄러져 내리는 즐거운 비명, 온 가족이 함께 타는 모노레일, 연인들이 즐기는 사륜오토바이. 눈 터널을 지나 얼음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도 타고, 얼음 소파에서 사진도 찍고, 그러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다시 낚시를 들고 얼음판 위로 달려간다.

 

"이번에는 꼭 잡을 거야."

"내 솜씨를 보여줄게."

"아빠 한 마리만 잡고 가자 응?"

 

영하 15도의 추위가 겁나시는 분들, 주말에 아이들이랑 강바람 산바람 몰아치는 해발 700m 평창에서 송어낚시 한 번 해 보세요.

 


태그:#송어축제, #평창송어축제, #송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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