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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기자
 김용진 기자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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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경력 24년의 김용진 KBS 기자.

KBS가 '친이명박 체제'로 바뀐 뒤 서울 본사에서 부산 총국으로, 그리고 바로 얼마 뒤 다시 울산국으로 유배 당한 기자. 유배가기 전 수많은 언론상을 휩쓸었던 KBS 탐사보도팀과 미디어 비판 프로그램이었던 <미디어 포커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 'G20'의 과다 편성과 홍보 일변도의 KBS 방송 내용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자, 그것이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 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인물.

그렇게 중징계를 받은 뒤 "나는 나치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 버젓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야말로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인물.

김용진 기자를 중징계 한 KBS의 자기 부정

그 김용진 기자가 지난 13일 언론학자 200여 명이 회원인 '미디어 공공성 포럼'에서 주는 제1회 언론상 개인 부문상을 받았다. 이 포럼은 미디어 공공성 유지와 미디어를 통한 사회공공성 강화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올해 처음 선정해서 상을 주었다. 개인상으로는 김용진 KBS 기자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단체상은 MBC <PD수첩> 팀과 프레시안 경제 팀이 받았다.

그에게 상을 안겨준 작품은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라는 글이었다. 'G20' 행사에 올인하다시피 한 KBS의 보도와 제작 행태를 비판한 이 글은 그에게 정직 4개월이라는 중징계와 언론상이라는 명예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중징계를 가한 집단은 '친한나라당' '친조중동' 성향의 KBS 내 수구세력이고, 언론상을 준 집단은 언론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언론 학자들이었다.

이 글을 읽어 보면, 그에게 중징계를 내린 지금의 KBS 체제가 '사실 보도'와 '권력 비판'이 핵심 기능이자 존재 이유인 언론 집단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저절로 내려진다.

1981년 여의도에서 열린 국풍81.
 1981년 여의도에서 열린 국풍81.

이 글은 지난해 가을 KBS에 'G20' 관련 보도와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듯 쏟아져 나올 즈음에 쓰여졌다. 당시 'G20' 쓰나미는 마치 전두환 군부독재 초기였던 1981년 5월 말 여의도에서 열렸던 대규모 관제 문화제 '국풍 81'을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있었다. '국풍 81'은 전두환 정권 출범 뒤의 사회적 저항, 특히 5·18 광주 항쟁 1주기의 엄중한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대형 관제 문화제였으며, 이 관제 문화제의 기획자는 청와대였고, 총 연출과 대대적 홍보는 주관방송사인 KBS의 몫이었다.

'G20' 보도와 제작 프로그램 쓰나미가 정점으로 치달았던 'G20' 개막일인 지난해 11월 11일, 김용진 기자는 언론전문 매체인 <미디어 오늘>에 '긴급투고' 형식으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 'MB 망치는 KBS - '특보체제'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글의 처음 도입 부분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 당시 KBS가 'G20 신화창조'를 위해 어떻게 뉴스와 프로그램을 쏟아 붓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G20' 개막 전후 KBS 풍경 - 'G20 신화'에 특집 3300분 투입 

특별기획 국가탐구 G 20
 특별기획 국가탐구 G 20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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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뉴스인 <뉴스 9>에서 'G20' 홍보성 기사가 몇 개씩이나 나가고... 9시 뉴스가 끝나고 나면 밤 10시부터 <G20 특별기획-코리아 기적을 나누다>, <G20 기획-세계는 지금>이 줄줄이 방송되고, (밤 11시) <뉴스라인>에서 다시 G20을 취급하더니 밤 11시 반부터 바로 <G20 특별기획-세계정상에게 듣는다>, <G20 특선다큐-음식으로 통하라>로 쉼 없이 달린다. G20 관련 특집이나 뉴스엔 '국모님' 때문인지 유달리 한식 세계화 관련 아이템이 많다. 어쨌든 시청자들의 미각까지 달랜 뒤 10분짜리 뉴스에 이어 잠 못 이루는 시청자들을 위해 <G20 기획-책 읽는 밤>을 새벽까지 방송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어찌나 빈틈없이' G20 특별기획을 편성했던지, 'G20 특집' 아닌 것들은 끼어들 틈이 없다.

당시 KBS 새 노조 분석에 따르면 KBS는 'G20 신화창조'를 위한 특집에 무려 3300분 분량의 프로그램을 투입했다. 이와 관련한 김용진 기자의 분석이다.

어제 밤(11월 10일 밤) <KBS 뉴스9>은 이전에 단신으로 처리했던 'G20 경제유발효과 수십조' 등 나온 지 한참된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아니면 그뿐'인 수치를 다시 끄집어내 리포트로 처리하고, '세계 경제 중심축으로 우뚝' 등의 리포트로 G20에 대한 환상을 극대화시키는 등 무려 15건의 G20 관련 리포트를 쏟아냈다. KBS 1TV 시청자들은 메인뉴스가 끝난 뒤 어제도 변함없이 계속되는 G20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정상에게 듣고, 한식의 우수성을 또다시 주입받아야 했다.

G20이 열리는 오늘과 내일은 편성표가 온통 G20 특집과 생방송으로 도배돼 있다. 서울 개최가 확정된 직후부터 올해 신년특집, D-100, D-90식으로 카운트다운되면서 진행돼 온 거대한 선전 캠페인이 이제 그 정점에 도달한 것이다. 언론노조 KBS 본부(새 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KBS가 편성한 G20 특집 프로그램이 TV에서만 3300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시도 때도 없이' 나가는 홍보 스팟이나 뉴스는 뺀 시간이 그렇단다. 세계 방송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다. 이른바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영채널을 통해 단일 행사를 놓고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프로파간다가 자행된 곳은 아마 대한민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KBS가 무려 3300 분을 퍼부어 시청자들에게 융단 폭격해대는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 G20 서울 개최로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라는 신화다. 이 신화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스토리는 매우 방대하지만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세계 주요 20개국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아가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와 조정자 역할을 하는, 더 나아가 세계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좌우하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나타난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영웅 신화는 '단군 이래 최대의 행사', '국가 브랜드와 국격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행사' 등 화려한 수사(rhetoric)로 치장된다.

대중조작 위한 '영속적 캠페인', 그 해악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G20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축사를 경청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G20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축사를 경청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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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화 만들기'는 지난 1980년대 미국의 언론인 시드니 블루멘탈이 지적한 '영속적 캠페인(Permanent Campaign)'의 전형적인 사례로 그는 보았다. 블루멘탈에 따르면 이 '영속적 캠페인'은 전략적 계산과 이미지 메이킹이 결합된 정치 이데올로기이며, 정치 지도자가 당선된 이후에도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고, 대중의 동의를 지속적으로 조작해 내기 위한 정치 공학이라는 것이다.

이 '영속적 캠페인'에 따른 '신화 만들기' '영웅 설화'에 공영방송 KBS가 올인했으며, 그 결과로 민간인 사찰 등 주요 이슈는 묻히고 말았다고 그는 비판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MB 정권과 KBS 등 주류 언론이 만들어 낸 G20 캠페인에 융단폭격 당해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UAE 파병문제, 4대강 문제 등 중차대한 현안들을 망각해가고 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인들은 사실 G20이 반 년마다 열리는 회의체에 불과하고, 설사 서울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수준에 머물 것이며, 이 회의로 우리가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 내일 정상회의가 폐막하면 G20은 금방 잊혀질 1회성 행사라는 것도 주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을 환상에 몰아넣은 기만의 대가를 어떻게 치를 거냐고? 장담컨대 그럴 일은 없다. 어차피 장밋빛 레토릭은 곧 망각될 것이고, 이번 주말부터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또다시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장치로 등장할 것이다...그 이후, 또 그 이후의 이후에 전개할 캠페인도 정권 내부에 포진한 전문가(propagandist)들이 지금 머리를 짜내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MB 정권의 '영속적 캠페인'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알 순 없지만 시선을 과거로 조금만 돌리면 그 행태가 어떤 것이 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시선을 과거로 조금만 돌려서 본 '영속적 캠페인'의 행태'로 ▲ 2009년 12월 27일 휴일 오후 정규방송을 끊고 UAE 원전 수주 소식을 특보로 전하면서 시작된 '원전 르네상스' 신화의 시작 ▲ "원인 공방과는 별개로, 6·2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세심하게 고안된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예로 들었다. '원전 르네상스' 신화의 경우 KBS 뉴스는 "당장 그 날부터 원전으로 도배되고, 특집이 잇따랐다. MB의 막판 담판 소식이 영웅담으로 부각됐다. KBS를 필두로 한 주류매체의 대대적인 신화창조 캠페인에서 주인공은 단연코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원전 신화가 확산되는 와중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MB 지지율은 1년 8개월 만에 50%대를 넘었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의 경우 "군부의 거짓과 무능, 청와대의 미숙한 초기 대응 등 정권에 치명적 부담이 될 약한 고리들을 한순간에 덮어버리고 성금모금 방송 등을 통해서 국면을 '천안함 영웅 신화' 스토리로 일거에 전환시킨 KBS의 기교는 예술적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고 김용진 기자는 비판했다.

MB '영웅설화'에 올인한 KBS

'영속적 캠페인'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KBS와 정권의 성공 문제,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와 관련하여 김용진 기자가 분석하는 '이명박 론'은 흥미로울 뿐더러 의미심장하다.

사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라는 유권자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이런 기대는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극단적 형태의 '영속적 캠페인'은 국민 여론을 오도할 뿐 아니라, 지도자 자신마저 파멸의 길로 이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소통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요즘 행보를 보면 단순히 소통 능력의 부재를 넘어 일종의 선지자적 자기 확신과 자기기만이 기괴하게 결합된 모습이 감지된다. KBS 9시 뉴스에 시시콜콜 보도됐듯이 G20 준비 상황을 일일이 감독하러 다니는 모습은 조선중앙TV의 이른바 '현장지도' 모습을 연상케 한다... '법과 원칙', '공정사회' 등을 내세울 때는 자신의 과거와의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법과 원칙'이나 '공정사회' 등과는 거리가 있었던 자신의 과거 삶에 대한 기억을 메모리에서 지워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청와대의 대포폰 문제가 불거져도, 자신이 직접 담판해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1년여 만에 '파병 패키지'라는 이면합의 의혹이 제기돼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런 문제는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G20 신화의 주연으로서, 세계적 지도자의 역할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공개석상에서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해 놓고도 나중에 가서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 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인식, 인지의 세계. 김용진 기자는 '이명박 론'을 펴면서 '인지 부조화론'을 불러 들였다.

'인지부조화' - 자기 기만, 자기 정당화

'인지 부조화론'의 대가인 사회심리학자 앨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에 따르면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신념이나 현재 자신에게 '편리한' 진실에 배치되는 증거가 나오면 기존 신념을 유지하거나 공고히 하기위해 새로운 증거를 비판, 왜곡, 기각할 방법을 찾게 된다고 한다. 애런슨은 이런 심적 왜곡 현상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라고 했다. 또 사람들의 기억은 종종 과거 사건의 윤곽을 흐리게 하고, 범죄성을 호도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자기고양 편향(ego-enhancing bias)에 의해 재단되고 형성된다고 한다. 이런 심리기제를 다른 말로  자기 정당화 혹은 자기기만이라고 한다.

애런슨은 자기 정당화는 공공연한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는 특히 자신의 행위를 국민들에게만 정당화하는 대통령은 그것을 바꾸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 진실이 있다고 믿고 자신의 행위를 자신에게 정당화하는 대통령은 교정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애런슨은 자신의 저서 <거짓말의 진화>에서 나치 상층부가 자기교정 장치 없이 '자기기만'이 가득 찬 '왜곡거울'의 방에 갇혀있었다는 히틀러의 심복 알베르트 슈페어의 고백을 인용하며, 권력자들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김용진 기자는 공영방송 KBS가 애런슨이 강조한 '권력자들에게 비판을 가하는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 공영방송의 길

G20 특집 KBS <일요진단>
 G20 특집 KBS <일요진단>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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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자'의 역할이야말로 공공에 봉사하는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사명이다. 지금 KBS의 김인규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특보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사장은 KBS를 MB의 '믿을 만한 반대자'로 기능하게 해서 MB가 제자리에서 벗어날 때 다시 제자리로 이끌어줘야 한다. 그것이 과거 주군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다.

하지만 지금 KBS는 MB를 신화로 가득 찬 '거울의 방'에 몰아넣어 신화의 주인공처럼 보이도록 착시현상을 유발하고, 자기 확신과 정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력자에게 자기 교정의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MB 정권을 돕는 게 오히려 망치는 길이다. 특보 출신이 KBS 사장으로 와서 특보 출신다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특보 체제 KBS의 역설이다.

김 사장을 필두로 한 KBS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KBS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공영방송의 가치, 공정성 등을 내세운다. G20 같은 정례 행사에 수천 분을 편성해 정권 홍보를 자행하면서도 공영방송 운운 하는 것은 인지부조화의 전형이다. 이들은 이런 부조화의 간극을 '국익' 또는 '주관방송' 등으로 해소한다. 하지만 이런 자기기만은 또 한 명의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고, 우리 소중한 공영방송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비극의 씨앗이다.

더 늦기 전에 이 대통령도, KBS도 자기 교정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도 불행해진다. 50%를 웃도는 KBS의 매체 영향력과 신뢰도는 그 자체를 가지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그 영향력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느냐가 진짜 중요한 것이다.

취재원이 본 '김용진 기자'

그의 글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훑어 보았다. 독자 여러분께 글의 전문을 읽어볼 것을 다시 권유드린다.

김용진 기자가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당했다고 전해지자, 그의 취재원이었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이 <오마이뉴스>에 이런 글을 썼다.

그와 알고 지낸 지 8년쯤 된 거 같다.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기자들을 만나는데, 그처럼 꼼꼼하게 취재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자를 본 적이 없다. 그는 어떤 정권 하에서도 권력을 비판했고, 그 비판도 꼼꼼한 데이터와 기록으로 무장해 상대편까지도 감탄할 만한 취재를 해왔다...

곁에서 보면 놀라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50살에 가까운 나이지만 매번 탐사보도 주제를 고민하고, 자료를 모은다. 늘 감시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한다... 그는 거의 일에 미쳐서 산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 모든 언론인들이 이렇게 일을 했다면 우리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을 것이다... 김용진 기자는 홍보성 기사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한 그의 치열한 비판의식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명예를 높이고,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사장이 교체된 다음 그는 불편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그는 2008년 9월 이병순 전 사장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탐사보도팀장에서 일반 팀원으로 발령난 뒤 한 달 새 부산총국, 울산방송국으로 전보 발령됐다. 이 인사를 놓고 경영진에 비판적인 기자에 대한 '부관참시 인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그는 지금도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생이별해 울산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KBS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KBS가 알아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들도 수신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 한미 FTA,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모두 다 수신료를 내고 있으며 방송을 보고 있다. 최근 내 주위에서 KBS 뉴스를 보고 있으면 수신료를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매우 엄중한 위기 상황인 것이다.

이어질 <증언>에서는 그가 탐사보도팀과 <미디어 포커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때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 김용진 기자 뿐 아니라 김인규 체제에 비판적인 사원들에 대한 징계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이에 대한 사내 기자, 피디들은 어떤 저항의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는지, 그리고 비판자에 대한 '징계 플루'와는 반대로 '친 김인규' 사람들은 '품위와 성실 유지'의 KBS 취업조항을 어기고 그밖에 이런 저런 잘못을 저질러도 얼마나 관대한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바로가기 ☞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

덧붙이는 글 | 연재



태그:#정연주, #김용진, #KBS, #KBS 새노조,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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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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