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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해고자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지난 6일 새벽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원안에 보이는 사람이 김진숙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지난 6일 새벽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원안에 보이는 사람이 김진숙 지도위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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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 예비 사회인입니다. 대학이라는 새로운 사회로의 진출에 설렘 반 걱정 반인 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요, 비록 글솜씨도 없고 처음 쓰는 기사라 기승전결도 없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글을 써 비판을 받는 것도 두렵지만, 우리의 사정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해서입니다.

용접공 아버지의 하소연... 그리고 철야농성

제 아버지는 한진중공업에 다니십니다. 한진중공업은 대한조선공사로 창업을 해서 수출에서 조선업이 한 축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만큼 큰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사는 부산 영도에서는 가장 큰기업이기도 하고 해서 어릴 때는 한진중공업이 정말 큰회사인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시자마자 한진중공업에 입사하셔서 올해 49세가 되시는데 거의 30년 동안 용접 일을 하셨습니다. 여름이 되면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엄청난 열을 내는 용접기를 들고 뜨거운 철판과 씨름하셨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 좀처럼 여름에도 하지 않으셨던 하소연을 저에게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하소연은 육체적인 하소연이 아니라 정신적인 하소연이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2010년부터 계속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400명을 정리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밝혔고 노조는 지금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철야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도 밤 10시쯤 집에 들어오셨던 아버지는 새벽2시쯤 긴급소집이 있다며 집을 나서셨습니다.

이 추운 겨울, 일년 내내 고생하는 우리 아버지 그리고 여러 아버님들이 가족들의 따뜻한 품과 따뜻한 밥 한 끼도 제대로 느끼시지 못하고 계십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로서는 아버지께 따뜻한 말 한 마디, 전화 통화 정도 하는 게 전부입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영도의 기업이라더니... 한진중공업이 소유주의 것입니까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7일 저녁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정리해고 철회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7일 저녁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정리해고 철회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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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 또 많은 노동자 분들의 가족분들의 마음이 아픈데, 이 추운 겨울 철야 농성을 하는 그 분들의 몸과 마음은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아버지의 월급이 우리집 수입의 대부분이라 좀 과장되게 말하면 생존권이 걸려 있는데, 세상은 우리에게 관심을 써주지 않습니다.

뉴스에 나가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고 있지만 지역뉴스에만 나오고 본 뉴스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기사도 그리 많지 않고요. 지금 홍익대, 레임덕 등 여러가지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좋습니다. 적어도 노동자 여러분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만큼의, 그 만큼의 관심만으로도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맞는지, 노조가 맞는디. 제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가 속해 계시는 노조가 맞다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말하고 싶습니다. '부산의 기업' '영도의 기업'이라고 지난 세월 칭송 받았던 한진중공업. 무리한 투자로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만들어 수빅조선소는 수주물량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영도조선소는 수주에 문제가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소유주만의 것인지 한진중공업에서 청춘을 보낸 노동자 혹은 지역주민들의 성과도 같이 헤아릴 수는 없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노사갈등에는 상생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구조조정, 갈등, 파괴 등 이런 부정적인 어구보다 상생이라는 긍정적은 말로 노사간의 갈등 그리고 우리의 걱정이 마무리 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두서없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작년 12월 30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린 "예산안 날치기 전면 무효,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살리기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작년 12월 30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열린 "예산안 날치기 전면 무효,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살리기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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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진중공업, #구조조정, #겨울, #노동조합,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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