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의성으로 가는 국도변 마을가게 앞에는 "빙어 낚시 재미있어요"하고 유혹하는 광고판이 곳곳에 놓여 있다.
▲ 빙어 낚시의 유혹 의성으로 가는 국도변 마을가게 앞에는 "빙어 낚시 재미있어요"하고 유혹하는 광고판이 곳곳에 놓여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겨울에는 빙어 낚시가 한껏 제철 재미라는 말을 듣고 '나도 한번' 하는 기분에서 집을 나선다. 중앙 고속도로를 달려 경북 의성군 옥산면 금봉지로 향했다. 거기가 빙어 낚시로 아주 유명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내리니 금봉지로 가는 길목인 군위군 국도변의 마을가게들 앞에는 '빙어 채비', '빙어 낚시' 등을 커다랗게 써붙인 광고판이 즐비하다. 빙어낚싯대는 하나에 3천 원씩 한다. 우리 일행은 사람 수만큼 그것들을 샀다. 가게 주인은 "옥산못에 가면 상류에서 낚시를 하쇼" 하고 안내를 해준다. 거기에 고기가 많다는 것이다.

"옥산못이요?"

우리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주인은 무심하게 되풀이한다.

"여선(여기에서는) 옥산못이라 불러요."

지도에는 금봉지라 표기되어 있지만, 주민들은 옥산못이라 부른다는 말이다. 금봉지든 옥산못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둘 다 좋다. 빙어만 많이 잡혀다오.

의성읍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지방도로를 달리니 옥산면 소재지가 나온다. 계속 직진을 하면 그 유명한 주왕산으로 가게 되지만, 우리의 오늘 목적은 빙어 낚시이니 길이 다르다. 여기서도 역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이정표에는 '금봉자연휴양림'이라 적혀 있다. 금봉지, 아니 옥산못은 휴양림 아래에 있는 모양이다.

금봉지에 도착해서 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 "와, 사람 많다!" 금봉지에 도착해서 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금세 옥산못에 당도했다. 차들이 길가에 줄을 지어 서 있다. 차들만 봐도 사람이 많이 왔다는 사실이 후끈하게 느껴진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과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우리는 도로에 주차하지 않고 좀 더 위로 올라가 노인정 현판과 '산림문화회관' 현판이 나란히 붙어 있는 2층 건물의 마당에 차를 세웠다. 거기서 못쪽을 내려다 보니 그야말로 절경이 좍 펼쳐진다. 이게 바로 주차를 바로 한 데 대한 멋진 보상인 싶다.

여기는 호수의 상류이고, 빙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사진에서 저 멀리 아스라하게 보이는 끝에 있다.
▲ 금봉지 풍경 여기는 호수의 상류이고, 빙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사진에서 저 멀리 아스라하게 보이는 끝에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못의 오른쪽 물가를 따라 두꺼운 얼음과 그 위에 쌓인 하얀 눈을 밟으며 이미 사람들이 운집을 한 곳을 향해 다가간다. 그러나 사람들 옆에까지 바짝 다가서지는 않는다. 낚시점 주인이 상류에서 고기를 잡으라고 한 말을 따르는 게 좋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서 얼음 위에서 큰소리를 내는데 놀란 고기들이 다른 데로 다 도망을 가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남아 있겠느냐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빙어를 잡으려면 낚시를 드리울 얼음 구멍부터 뚫어야 한다. 무진장 튀어오로는 얼음조각과 얼음가루들이 어느샌가 옷 사이를 뚫고 들어와 가슴을 서느렇게 해주기도 한다. 사진에 보이는 희끗한 점들이 바로 그 얼음조각들이다.
▲ 두꺼운 얼음을 뚫어라 빙어를 잡으려면 낚시를 드리울 얼음 구멍부터 뚫어야 한다. 무진장 튀어오로는 얼음조각과 얼음가루들이 어느샌가 옷 사이를 뚫고 들어와 가슴을 서느렇게 해주기도 한다. 사진에 보이는 희끗한 점들이 바로 그 얼음조각들이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얼음을 파기 시작했다. 무수히 튀어오르는 얼음조각들은 순식간에 옷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가슴을 서느렇게 하고, 숨이 가빠 헉헉거리는 틈에 입 안으로 스며들어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재미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그게 아니다. 정말 두꺼운 얼음이다. 금세 구멍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섣부른 오판이었다. 이제는 손목이 뻐근하고 어깨도 뻐근하다. 땀이 막 나려고 한다. 단단하고 두꺼운 얼음을 우리의 오만을 꾸짖는 듯, 양팔이 뻐끈해지도록 파고 나서야 물을 올려보내 주는 것이었다.

너무나 맑은 물이다. 도시에서는 이런 물을 볼 수가 없다. 손을 넣어 본다. 어? 별로 차지가 않다. 손이 싸늘하게 시릴 것이라 여겼는데 어쩌면 미지근한 느낌이다. 물은 0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 법이니 그건 사실 당연하다. 안 그러면 어찌 물 밑에 고기들이 살 수 있을까.

기다리니 빙어가 올라온다. 이 재미에 사람들은 빙어낚시를 하는가 보다.
▲ "잡았다!" 기다리니 빙어가 올라온다. 이 재미에 사람들은 빙어낚시를 하는가 보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이제 낚시를 드리웠다. 그리고 기다린다. 빙어가 올라올 때까지 시간을 낚는 것이다. 무릇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러하지 않겠나.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낚시가 바로 도를 닦는 일 아닙니까'하며 격조높은 담론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조금 있다가 빙어를 잡으면 그것을 누구부터 먼저 먹을 것인가 따위의 야만(?)스러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결국, 잡은 사람이 먼저 먹을 게 아니라 제일 연장자가 시식을 하자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과연 우리는 동양예의지국이다. 이런 곳에서까지 장유유서라니.

"빙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 중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한 사람 앞에 하나씩 얼음구멍을 파고 빙어낚시를 시작했는데, 드디어 고기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소리를 지른 사람에게 달려갔다. 손가락만한 빙어가 팔짝팔짝 뛴다. 신기하다. 물도 맑지만 고기도 정말 맑아보인다. 이런 고기를 꼭 잡아먹어야 하나? 누군가의 머릿속에는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법도 하다.

못가는 빙 둘러 녹은 기색이 완연한데 사람들은 그 안에서 유유히 빙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그곳 주민처럼 여겨지는 분에게 "무섭지 않습니까?"하고 물어보니 자주 빙어낚시를 오는 듯 보이는 그는 "개안니더(괜찮습니다)"하고 태연히 대답한다.
▲ 무섭지도 않나? 못가는 빙 둘러 녹은 기색이 완연한데 사람들은 그 안에서 유유히 빙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그곳 주민처럼 여겨지는 분에게 "무섭지 않습니까?"하고 물어보니 자주 빙어낚시를 오는 듯 보이는 그는 "개안니더(괜찮습니다)"하고 태연히 대답한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옥산지는 제법 큰 못이다. 건너편 산비탈 쪽은 그늘이 져서 아주 얼음이 꽁꽁 언 기세이고,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도로 편은 양지가 발라서 언뜻언뜻 얼음판에 금이 가 있는 형국이다. 가끔 쩡 쩡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서 도시 사람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곳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위험하다는 경고는 아니고 물이 숨을 쉬는 소리라고 한다. 그래도 겁이 나서 우리는 못 외곽으로만 뱅뱅 돌았지 저만큼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다음에 올 때는 밧줄을 가지고 옵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그럽시다. 오늘은 긴 나뭇가지라도 주워서 가지고 있읍시다."

하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얼음이 갈라지면 응급 구출 도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웃으면서 말한다.

"나뭇가지 가지고 되겠습니까? 그냥 용왕을 만납시다."

둘러보니, 양지 쪽은 제법 얼음이 녹은 듯 물이 촉촉하게 배어나와 있기도 하다. 금세 얼음이 갈라지는 것은 아닌가 무섭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그 너머에서 빙어 낚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섭지 않습니까?"

물으니, 그곳 주민인 듯한 분이 이렇게 대답한다.

"개안니더(괜찮습니다.). 만날(매일) 이렇지 안 그런 날도(그렇지 않은 날도) 있니껴(있습니까). 이거 무서브면(무서우면) 빙어 잡으론(잡으러는) 우째 왔니껴?(어떻게 왔습니까)"

그렇다. 얼음이 갈라질까 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빙어 낚시의 재미가 훨씬 더 솔깃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렇게 모여있는 것이다. 우리는 산 위로 노을 기운이 조금씩 서려들 무렵까지 빙어 낚시를 즐겼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때문인지, 아니면 얼음 위에서 지난밤을 잔 것인지 얼음판 위에는 텐트까지 설치되어 있다.
▲ 텐트까지 치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때문인지, 아니면 얼음 위에서 지난밤을 잔 것인지 얼음판 위에는 텐트까지 설치되어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태그:#빙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