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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현재 인천아시안게임이 치러지는 2014년 9월 19일까지 1355일 남았다. 4년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그동안 수면아래 있던 '아시안게임 유치권 반납' 주장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2월 27일 <티브로드 인천방송>이 주관하고 홍익경제연구소가 후원해 열린 토론회 '인천시 재정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신규철 운영위원은 "시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국비 확보가 이뤄져야하며, 아시안게임 유치권을 반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선4기 때 누적된 인천시의 부채가 10조 원 규모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의 재정위기 심각성이 세상에 드러났다. 동시에 시의 현 재정여건대로 아시안게임을 치를 경우 인천 또한 성남시처럼 '모라토리엄'을 선포하게 될지 모른다.

때문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2011년 인천정계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뇌관이 2012년 4월에 치러질 19대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는 2011년 예산을 6조 5637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2010년 예산 7조 1076억 원보다 5439억원(7.7%) 감소한 것이며, 3년 전인 2008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시의 예산 규모가 줄어든 것은 1997년 IMF 경제 불황 이후 처음으로 무려 12년만의 일이다.

지난해보다 예산규모가 줄긴 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한 이 예산도 불확실하다. 경기침체,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시는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지방세 확보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2010년 9월 말 기준, 시 지방세 징수액은 1조 8899억 원으로 당초 목표액의 75% 수준에 불과했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부동산 거래실적이 2010년 2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11년에도 지방세 수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여예산센터는 취등록세 수입이 2010년보다 약 14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지원본부가 신설 경기장 설계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부평구 십정경기장(테니스) 조감도.
▲ 인천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지원본부가 신설 경기장 설계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부평구 십정경기장(테니스) 조감도.
ⓒ 출처·인천아시아경기대회지원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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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뒤 부채비율 50%... 결국 '파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러야한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아시안게임 준비 공사'와 그와 연동돼있는 인천지하철2호선 공사를 마무리해야한다. 시가 두 현안사업을 추진하려면 지방비 총 4조 6743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시가 전망한 매년 세입 증가분은 1879억 원으로, 2014년까지 지방세 총증가예상액은 7588억 원에 불과하다. 두 현안사업에 필요한 4조 6743억 원 가운데 2조 4720억 원을 시비로 충당한다 해도 나머지 2조 2000억 원은 결국 지방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비를 대폭 추가 확보하든지, 지방채를 추가발행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다. 특히, 시의 지방채 발행 규모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이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2011년에 결산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으나 2010년 735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한 시의 2010년 말 채무는 다소 상환했다 해도 약 2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2011년에 시의 지방채 발행유형은 '1유형'에서 '2유형'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전체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30%를 초과하면 '2유형'이 된다. 시의 2010년 예산이 7조 1000억 원이라고 했을 때 2조 7000억 원 규모면 부채비율이 약 38%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2012년부터 시가 발행 가능한 지방채는 '자주재원의 10%'에서 5%(1500억원 내외)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빚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시는 2011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방채 발행액을 3499억 원(=아시안게임 2029억 원, 도시철도2호선 477억 원, 경인고속도로직선화 149억 원 등) 규모로 확정했다. 앞서 지적한 대로 이중 1500억 원만 발행이 가능하다.

정부가 국비로 아시안게임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아시안게임에 대해서 지방채 발행액의 한도 예외' 적용을 해줬기 때문에 시는 15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이 지방채로 경인고속도로직선화 사업 등에 사용하고, 아시안게임을 위한 지방채는 별도로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시의 부채비율은 40%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기존 채무 2조 7000억 원에, 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2호선 사업과 관련해 국비지원이 없다면 지방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2조 2000억 원을 더하면, 중간에 상환한다 해도 2014년 말께 시의 부채는 4조 원 대에 이를 것을 보인다.

참여예산센터 박준복 소장은 "2011년이 끝나면 시의 부채비율은 40%를 훌쩍 넘고, 2011년 6조 5000억 원 규모인 시 예산이 매년 10%씩 는다고 추정했을 때 2014년 예산이 8조 원 대라면 이대로 아시안게임을 진행하면 2014년 시의 부채비율은 50%를 넘길 전망"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2010년도 지방채 상환액이 3800억 원 규모였다. 2014년께 전체 예산의 10%인 8000억 원 정도를 부채 상환에만 집행해야 한다. 이 같은 위험상황에 대해서는 감사원도 이미 지적했다. 인천은 이대로 가면 말 그대로 파산"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주경기장 조감도. 2014년까지 인천시의 지방세 수입 총증가액은 7588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천시는 아시안게임과 인천지하철2호선 사업비로 시비와 지방채 발행을 포함해 4조 6743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한다.
▲ 인천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주경기장 조감도. 2014년까지 인천시의 지방세 수입 총증가액은 7588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천시는 아시안게임과 인천지하철2호선 사업비로 시비와 지방채 발행을 포함해 4조 6743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한다.
ⓒ 출처ㆍ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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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시안게임 국비 60%, 인천은 고작 20%

국비 확보계획 또한 차질을 빚고 있어 인천시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시가 주요 현안사업에 대해 요청한 국비지원액이 무더기로 삭감돼 신청한 국고보조금 2조 784억 원 가운데 6230억 원이 줄어든 1조 5225억 원(73%)만 확정됐다.

이중 도시철도2호선 사업을 위한 신청액이 85%를 넘겼을 뿐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한 경기장 건설비는 1245억 원을 신청했으나 1000억 원만 반영됐다.

인천이 아시안게임을 개최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약 4조 7768억 원 규모다. 이중 국비는 12.3%인 5912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조 7603억 원은, 시비의 대부분을 아시안게임에 쏟아 붓든, 민간자본사업으로 추진하든, 빚을 내든, 시가 책임져야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신규철 운영위원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비교했을 때 정부의 차별은 심각하다, 정부는 대회 4년을 앞두고 부산이 신청한 국비 중 60.4%를 지원했지만, 인천은 신청한 국비 3623억원 가운데 고작 24.5%인 888억원만 지원받았다, 또 도시철도2호선 건설은 성공적인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2014년 개통해야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철 운영위원은 상황이 이럼에도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시와 시민, 시민사회, 정치권에 합리적인 논의가 실종된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 주경기장 문제만 이슈가 되고 있을 뿐 50개 경기장(=신설 19개, 기존 10개, 민간시설 13개, 인접도시 8개) 등 대회에 필요한 총4조 7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재정 압박과 '도시철도2호선' 개통을 2014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별도 재원 6000억 원을 마련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 인천시민들은 그 부채를 떠안을 각오가 돼있는가? 시가 부도나도록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허울뿐인 '경제효과' 망상에서 벗어나야

인천시는 그동안 아시안게임을 통한 생산 유발효과가 10조 6000억 원이고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4조 4000억 원이며 고용 유발효과가 20만 1000명에 이른다고 주창했다.

시는 이 같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아시안게임 개최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아시안게임 개최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재정을 지방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해 어려움을 겪은 사실은 인천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참여예산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2년 대회를 앞두고 부산시의 1999년 말 부채는 2조 2664억 원으로 늘어났고, 이는 부산시 재정의 54.4%를 차지했다. 이중 아시안게임 준비 등 특별회계가 1조 2622억 원에 달했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나니 빚은 2조 4000억 원으로 늘었다. 결국 부산은 2조 원에 달하는 '지하철 건설과 운영 부채'를 국가에 떠넘겼다.

참여예산센터 박준복 소장은 "2010년 12월 21일 방영된 MBC PD수첩 '얼굴 없는 경제효과 뻥튀기 논란'은 대규모 경제효과의 허구를 보여줬다. 국내 대표적인 연구기관들이 G20, 김연아 금메달 효과, 한미 FTA 등을 대상으로 분석한 경제효과들이 하나같이 의미를 부여할만한 내용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한 뒤 "이러한 분석들에 대해 김광수 연구소는 '경제효과 분석은 의미가 없다'로 규정했다. 2011년은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빚더미에 앉을지, 아니면 반환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할지, 인천시민과 정치권이 신중한 판단과 대안을 모색하는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아시안게임, #지방재정, #경제효과, #인천, #모라토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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