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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다섯 번째 이야기는 교육 강국 핀란드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530만 명의 핀란드는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제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을'이라는 목표를 실현시켜 왔다. 그 결과는 2000년부터 국제학력평가시스템(PISA) 4번 연속 최상위권 기록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획일적인 시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 그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복지제도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말]
글 : 박수원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세계적인 IT 기업 노키아의 탄생은 교육과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핀란드 사회의 신뢰와 투명성이 밑바탕이 돼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IT 기업 노키아의 탄생은 교육과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핀란드 사회의 신뢰와 투명성이 밑바탕이 돼 만들어졌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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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 회식을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회식을 해도 철저하게 더치 페이고, 한 번 회식하면 1인당 100유로(약 15만 원) 이상씩 들기 때문에 자주하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 가족 중심 문화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한테 '당신도 회식 좀 하고 들어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세계적인 IT기업 노키아 전략기획실에 근무하고 있는 장원철(43)씨는 핀란드에 와서 가족중심 문화가 더 강해졌다고 말한다.

한국 기업 영국지사에 근무하다가 3년 전 노키아로 이직한 장씨는 "철저하게 관리하는 직장에 있다가, 그렇지 않은 직장에 와서 맨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보고서 때문에 밤을 세우는 동료를 보기도 하지만, 노키아에서 근무시간조차 원하는 대로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단 철저히 결과로 평가한단다.

그는 핀란드 사회 분위기를 "외국인에 대해서 차별이 없는 나라"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민 사회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인종이나 출신 국가 등으로 외국인을 차별하는 태도는 발견하기 힘들다고.

장씨는 "영국에서 일하면서는 동양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투나 태도에서 기분이 상하는 경험을 많이 했지만, 핀란드에서는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직장에서 핀란드인들끼리 자기들 언어인 핀어로 이야기를 하다가도 제가 등장하면 바로 영어를 쓰더라"면서 "그만큼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고, 사람들이 고지식할 정도로 정직하다"고 평가했다.

"돈 받으면서 핀어 배웠어요"

아내인 김성희(40)씨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지난 해 핀어(핀란드어) 공부를 했다. 김씨는 핀어를 배우기에 앞서 레벨 테스트를 한 다음, 철저하게 수준별로 교육을 받았다.

김성희씨는 남편이 직장을 핀란드로 옮기면서, 켈라의 혜택으로 핀란드어를 배우면서 실업수당을 받았다.
 김성희씨는 남편이 직장을 핀란드로 옮기면서, 켈라의 혜택으로 핀란드어를 배우면서 실업수당을 받았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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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어 수업에 앞서 켈라(KELA, 핀란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기관) 직원은 김씨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20명 정도가 한 반에 모여 수업을 받았다.

김씨는 남편이 노키아에 다니면서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이 받는 혜택과 동일하게 켈라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핀란드인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핀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누구든 공평하게 대해 주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국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해서 차별하지 않았다. 적어도 수업을 받는 학생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핀어 수업을 받으면서 하루 33유로(약 5만 원)씩 수당을 지급 받았다. 그 가운데 20%는 세금으로 냈다.

핀란드는 켈라를 통해 이주민들에게 핀어 수업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에 온 이주민에게 빨리 언어를 습득하게 해서, 직업을 구하게 한 다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만든다'는 다소 실용적인 개념이기는 하지만, 꽤 탄탄한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김성희씨는 과거 유치원에서 영어교사를 한 경험을 살려 핀어 수업과정을 마친 후에는 핀란드 유치원에서 실습을 받았다. 5주 정도의 실습을 통해 핀어 수업을 받은 이주민들은 자연스럽게 구직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핀란드에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2009년 기준으로 헬싱키, 에스포, 반타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외국인수는 6.3%에 이른다) 최근에는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방식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단다. 결석을 하게 될 경우 병원 진단서를 첨부하게 해서 그냥 실업수당을 받게 하는 일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체크를 해주는 아이 급식 만족한다"

김씨는 핀어 수업과정을 통해 핀어를 공부하고 있는 딸 지은이(9, 종합학교 3학년)와 함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성취감을 맛봤다. 지은이는 학교에서도 핀어를 배우지만 주말마다 TV 만화를 보면서 언어를 배우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김씨는 딸 지은이를 이곳에서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켈라에서 지은이 앞으로 나오는 아동수당(월 100유로, 약 15만 원)을 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병원은 소액을 내거나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약국에 가서도 켈라카드를 사용해 소액만 지불한다. 지은이 교육비 역시 무료다.

"지은이가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친구들이나 선생님과의 관계도 그렇고. 학교에서 아이들 건강을 세심하게 체크해서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해당 음식을 피해서 균형 있는 급식을 제공하다.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안전 때문에 걱정이 돼 지은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는데, 주변 또래 아이들은 열쇠를 가지고 다니면서 등하교를 한다. 지은이도 요즘은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컴퓨터도 하고, 집에 혼자 오는 경우도 있다. 방과 후에는 피아노와 수영을 배우기도 하는데 특별히 아이를 위해서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남편 장원철씨가 노키아에 3년전 취업하면서, 지은이네 가족들은 핀란드에 살고 있다. 아내 김성희씨는 핀란드의 가족중심문화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편 장원철씨가 노키아에 3년전 취업하면서, 지은이네 가족들은 핀란드에 살고 있다. 아내 김성희씨는 핀란드의 가족중심문화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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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철씨 가족은 핀란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의 경우 핀란드에서 말하는 소위 고급인력의 취업장기체류이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장씨의 지적처럼 이민사회 초기이기 때문에 핀란드가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다른 분위기일 수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 핀란드가 공교육 선진국으로 소개되면서 한인학생회를 통해 조기 유학을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미국이나 호주처럼 미성년자의 조기유학을 위한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 어학연수라는 개념도 없어서 핀란드에 유학을 오기 위해서는 대학교나 대학원의 학위 과정에 정식 입학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며, 장기 체류의 경우에도 취업, 난민 자격 획득, 핀란드 시민권자와의 결혼 등으로 그 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핀란드 사회는 어떻게 이주민 문제 풀어갈까

핀란드 헬싱키 인근의 에스포시 타흐티엔종합학교 학생들의 체육시간 모습. 최근 들어 헬싱키 시 주변 지역에 이주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인근의 에스포시 타흐티엔종합학교 학생들의 체육시간 모습. 최근 들어 헬싱키 시 주변 지역에 이주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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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핀란드 사회에 최근 5년 사이 이민자들이 급증한 게 사실이다. 에스포나 반타 등 헬싱키 주변 수도권 도시 종합학교에서 이주민 학생들을 보는 것은 이제 낯익은 풍경이 돼 버렸다. 핀란드는 난민과 세금을 내는 이민자에게 교육과 의료 등 보편적인 복지를 거의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이주민 문제는 중요한 논쟁거리다. <오마이이뉴스> 취재팀이 만난 국회 미래위원회 하리 야스카리 의원조차 "다른 유럽 나라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유러피언 드림>에서 "유러피언 드림의 성패는 유럽의 현세대가 출산율과 이민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외국인수가 2009년 기준으로 6.3%에 이르는 핀란드가 지금까지처럼 이주민들에게 동일한 복지를 탄탄하게 제공하면서, 이들과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러피언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 박수원 기자(팀장), 임정훈 시민기자, 윤정현 해외통신원.


태그:#핀란드, #유러피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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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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