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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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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끄러웠던 미네르바가 다시 등장하였다.

인터넷 아고라방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급기야는 구속까지 당하여 재판을 받는 희극적인 사태에 이르렀던 미네르바다. 당시 검찰이 미네르바를 기소한 죄명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반(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었다.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미네르바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이유로 미네르바가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게재한 것이 아니고,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없었으며,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게재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하다가 이번 헌법재판소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헌법재판소 2010. 12. 28. 선고 2008헌바157 결정)을 함으로써 미네르바를 부활시킨 것이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결정 내용을 밝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의 통신을 금지하는 바, 여기서의 '공익'은 형벌조항의 구성요건으로서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일부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래 '허위의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이나, 장시간 사문화된 상태로 있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갑작스레 내용상 허위의 통신에 대해 적용되게 되었는데, 이는 '허위' 개념의 구체적 부연 내지 체계적 배치가 부재한 결과인 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허위의 통신' 부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보충의견에서 "허위사실의 표현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고, 다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허위의 통신에 의하여 언제나 법익침해의 실질적 위험 내지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전기통신기봅법 제47조 제1항, '표현의 자유' 제한...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오른쪽)씨와 박찬종(오른쪽 두번째) 변호사가 박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경신(왼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오른쪽)씨와 박찬종(오른쪽 두번째) 변호사가 박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경신(왼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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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헌법상의 기본권도 법률로 일정한 제한을 할 수 있는 바, 어떠한 범위에서 그러한 제한이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21조에서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를 총칭하여 "표현의 자유"라 한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을 실현하는 불가결한 요소이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형성하는 불가결 요소이기 때문에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중요성을 갖는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에 비해 우월적 지위(preferred posirion)를 갖는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은 사전적 제한과 사후적 제한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전적 제한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국가가 미리 결정하는 규제방법이다. 사후적 제한은 일단 표현을 허용하되 후에 형사처벌 등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사전적 제한의 대표적인 것이 허가제, 검열제 등으로 우리 헌법에서는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헌법 제21조 제2항). 우리 헌법재판소도 허가, 검열과 관련하여 행정권에 의한 심사이고, 표현의 내용에 대한 심사로 사전심사를 뜻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2004헌가8 등).

표현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법률유보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강력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표현의 자유는 그 제한에 대한 합헌성 심사기준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그 기준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명확성의 원칙, 과도한 광범성 금지의 원칙, 이익형량의 원칙이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이 명확하지 않으면 위헌이라는 원칙으로 특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불명확한 법률은 예측가능성을 주지 못하고 무엇이 허용되는 것이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의 개념과 관련하여 불명확성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99헌마480).

과도한 광범성 금지의 원칙이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이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 뿐만아니라 헌법에서 허용하는 표현까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위헌이라는 원칙으로 그 내용이 명확하지만 과도하게 제한이 되는 경우에 특히 의미를 갖는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법률상 "저속한 간행물"이라는 표현과 관련하여 과도한 광범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한 경우(95헌가16)가 있다. 이익형량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가 사회적인 다른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 그 상호 간에 비교형량이 행해지는 바, 이 경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과 이를 규제해야 하는 것 사이에 그 사회적 이익과 가치를 비교하여 규제의 정도를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정신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가 충돌하였을 경우 정신적 자유의 우월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이중기준의 원칙도 논의된다.          

건전한 비판 수용하는 것이 건강한 정부 만든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견지해 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엄격하게 해석해 온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의 기준으로 들고 있는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위헌 결정을 내린 근거이기도 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판단을 했다.

①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을 해할 목적에서 '공익'의 개념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아서 수범자인 국민들에게 어떠한 판단기준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위의 통신'이 명의자에 대한 허위의 것인지, 아니면 내용이 허위의 것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이 없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②뿐만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익'의 개념은 그 내용이 모호하며, 추상적인 내용의 것이고, 그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도 다함께 규제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또한 허위사실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된다거나 국가질서의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③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 주체로 하여금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표현행위를 억제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은 바,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표현이 억제된다면, 표현의 자유의 기능은 훼손될 수밖에 없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네르바 사건을 진행하면서 다시 어둠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다시 어둠이 내리려 하는 우리 사회에 등불을 밝혀준 것으로 그동안 정부정책에 대하여 비판하는 내용의 글에 재갈을 물리려 했던 시도들에 대하여 경고를 보낸 셈이다.

지금이라도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건강한 정부를 만든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양한 경로를 통한 비판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정부 정책은 인위적으로 비판을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이 아니며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도덕성을 갖추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정범 변호사는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소송에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습니다.



태그:#미네르바 , #전기통신기본법 , #박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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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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