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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판결 10번째 이야기다. 이번에 소개할 판결 3가지다.

① 항소심 최초로 부부강간 유죄 판결 (서울고법 12. 24.)
② 친어머니가 열 살 아들 추행한 사연 (의정부지법 12. 28.)
③ 만평에 대통령 욕설 새겨넣은 죄는 (대법원 12. 23.)

[판결 1] 고법도 "부부라도 강압적 성관계 요구는 안 돼"

법원까지 오는 부부간 성폭행 사례들은 대부분 별거중이거나 이혼 직전 혹은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부부간의 문제를 다룬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법원까지 오는 부부간 성폭행 사례들은 대부분 별거중이거나 이혼 직전 혹은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부부간의 문제를 다룬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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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인 고등법원에서 최초로 부부강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이 사건의 사례와 1심 판결은 부부강간을 다룬 기사 '아무리 부부라해도, 이 정도면 강간입니다'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사례 1] 20대 초반 부부 얘기다. 아내 A씨는 아기에게 젖먹일 시간이 궁금해서 남편 B씨에게 언제 우유를 먹였는지 물어봤다. 영화를 보고 있던 B씨는 영화감상 방해를 받았다는 이유로 짜증을 냈고 두 사람은 다투게 되었다. A씨는 급기야 "더이상 이렇게 살기 싫다. 나가겠다"고 소리쳤다.

화가 난 B씨는 "움직이면 아기를 다치게 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막았다. 그리고 성관계를 요구하였다. A씨가 싸움 중에는 싫다고 뿌리쳤는데도 B씨는 가위로 때리고 옷을 찢어 버렸다. 그는 우는 아내에게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면 나랑 해야 한다"며 때려서 반항을 못하게 한 후 성폭행을 하였다.

1심에 이어 서울고법도 지난 24일 B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국가의 개입에 앞서 부부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도 B씨의 행위가 강간치상죄에 해당한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법원은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의 성적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더라도 폭행을 당하면서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는 경우는 의무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이런 경우 국가형벌권의 발동을 통하여 상대방 배우자의 인권에 속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2심에서도 아내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아직까지 부부관계가 파탄상태인 경우에서만 예외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사건은 이번주 대법원 상고여부가 결정된다. 

[판결 2] 친어머니가 열 살 아들을 성추행하다니

아동 성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충격적인 사건이 또 일어났다.

[사례 2] C씨(여, 40세)는 자신의 아들(당시 10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이상한 행동을 하였다. 아들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보기엔 정도가 지나쳤다. C씨는 무릎 위에 아들을 앉힌 다음 아들의 성기를 만졌다. 그리고 아들의 하의를 벗긴 다음 애무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10여 차례 아들을 추행했다. 이 장면을 함께 살던 가족이 목격하면서 C씨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의정부지법은 28일 C씨에게 성폭력범죄처벌법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을 적용,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 성폭력프로그램 이수, 인터넷을 통한 신상정보공개를 명령했다.

법원은 "C씨는 아들인 피해자를 건전하게 양육하고 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어린 피해자를 여러 차례 자신의 성욕 충족의 도구로 삼아 비난가능성이 큰 점,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성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피해자가 이 범행으로 매우 큰 상처와 충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C씨가 초범에 반성하고 있고 강박장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실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C씨가 어떤 심리 상태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 속에서 자라야 할 아이들이 가정에서조차, 그것도 친부모에게조차 보호받지 못한다면 누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판결 3] 대통령 욕설 숨겨놓은 만평 그렸다면 무슨 죄?

[사례 3] D씨는 E시청 홍보지에 7년간 만평을 연재해왔다. 그는 한 달에 두 차례 만평을 그려주는 대가로 소정의 원고료를 받기도 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그는 추모글과 사진을 담은 만평을 보냈으나 시청으로부터 내용을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D씨는 호국보훈을 내용으로 하는 만평으로 대체하면서 만평속 비석의 제단 밑에 무늬를 새겨넣었다.

그런데 이 만평이 실린 뒤 E시청에 한 독자의 다급한 제보가 들어왔다. 비석의 제단에 있는 무늬를 뒤집어서 세워보니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이○○ 죽일 △' ' 이○○ 개△△'라는 글자가 숨어있다는 것이었다.

만평에 현직 대통령 욕설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E시청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었고, E 시장은 대국민사과문과 사과광고까지 내야 했다.

D씨는 벌금형(3백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이 판결은 지난 23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죄명은 무엇일까. 국가원수 모독? 그런 죄는 없다.

바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였다. 공무원을 속여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D씨는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홍보지의 편집업무 및 시정홍보업무가 방해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이를 방해할 의사로 만평을 기고하여 이를 시정홍보지에 게재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만평에 숨겨놓은 욕설은 일반인들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보여 D씨로서도 욕설이 구독자들에 의하여 발견되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에초에 시청에서 알았더라면 만평을 실지 않았음이 명백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D씨는 형사처벌에 이어 시청 쪽으로부터 수천만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다. 만평 한 개를 그린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그:#부부강간, #아들추행, #대통령욕설만평,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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