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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걸려 있는 동태가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었다.
 가지런히 걸려 있는 동태가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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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했던 날씨가 연이틀 급강하하더니 매서운 동장군이 급기야 한파를 몰고 와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꽁꽁 묶어 놓았다. 거센 바람까지 합세하여 그야말로 뼛속까지 파고드는 살을 에는 바람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지' 하던 친구도 고개를 저으며 움츠린 채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 모두들 춥긴 춥나보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이건만 아이들이 성장하고 어느 때부턴가 각자 시간을 갖게 된 지 오래,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획도 세울 겸 남편과 함께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로 가던 중  줄줄이 엮인 채 매달려 있는 뭔가를 보고 차를 멈췄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명태를 줄에 꿰어 동태로 만든 다음 황태로 만들기 위해 걸어둔 황태덕장이었다.

추운 날씨에 온몸을 감싸고 덕대에 동태를 걸고 있다.
 추운 날씨에 온몸을 감싸고 덕대에 동태를 걸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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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는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마을 주민들이 60년대 초부터 동태를 말려 황태로 만들어 겨울철 농한기 소득을 올려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용대리는 영하 23도까지 내려가는 낮은 온도와 골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휘돌아 지나가는 곳에 위치해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마을이기에 황태덕장으로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황태 덕장에 걸리는 동태들은 북태평양 먼 바다에서 명태라는 이름으로 잡혀 원양어선을 타고 속초항이나 거진항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3월부터 인부들의 손을 거쳐 내장과 따로 분류되어 냉동실에 저장 되었다가 겨울이 되면 용대리 황태덕장으로 실려와 12월~4월까지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건조과정을 거쳐 황태로 변신하는 것이다.

용대리에 살며 황태덕장을 운영하는 최용식(71)씨다.
 용대리에 살며 황태덕장을 운영하는 최용식(71)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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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하게 추운 겨울이라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추운 날씨 탓에 온 몸을 가리고 얼굴에는 마스크까지 덮어써 도무지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는 분이 빠른 걸음으로 인부들에게 작업을 지시하시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용대리에 살며 황태덕장을 운영하는 최용식(71)씨다.

"추운날씨에 작업을 하시네요."
"추워야 할 수 있는 일인데 뭘~ 어디서 오셨나? "

"지나가다 보니 이 마을에 황태덕장이 많던데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60년대에는 마을에서 네 집이 관리하는 2개정도의 덕장이 있었어요. 지금은 30여세대가 관리하는 6~7만평정도가 되지요. 마을 주민들 대부분 황태덕장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전국에서 나오는 황태의 60~70%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봐야죠. 기온이 뚝 떨어지자 작업을 시작했는데 오늘이 3일째인데 앞으로 보름정도는 더해야 할 거요.

요즈음은 작업하는 과정이 많이 좋아졌어요. 스물네 살부터 이일을 해 왔는데 지금 일흔 하나니까. 거의 50년 가까이 했죠. 처음에는 시설이 열악해서 고생 많이 했어요. 명태를 사다가 마을 앞 냇가에 담가두면 밤새 꽁꽁 얼어요. 다음날 아침 얼음을 깨고 덕대에 올려 말리곤 했는데 얼음을 깰 때 물이 튀어 얼굴이나 옷에 떨어지면 곧바로 얼어 고드름이 생길정도였으니까요. 얼었던 동태는 운반수단으로 물지게에 져서 옮겨 덕대에 걸었어요.

지금은 얼려있는 동태 갔다가 덕대에 걸기만 하면 되고 일하는 인부들이 있어서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죠. 황태는 용대리에 효자 상품이에요. 예전에는 가장 낙후된 마을이었는데 황태 덕분에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소득 높은 우수마을이 되었으니까요. "

동태들이 황태로 변신하기 위해 덕장에 매달려 있다.
 동태들이 황태로 변신하기 위해 덕장에 매달려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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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좋은 황태 구별법이라도 있나요?"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힘들어요. 염려가 되는 것은 중국에서도 황태를 만들어 내는데 맛이 다르죠. 우리나라기온은 예전부터 삼한사온이 있기 때문에 3일 동안 얼었다가 4일 동안 녹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질 좋은 황태가 되는데,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영하 27도 이상인 기온에서 겨우 내내 얼었다가 봄이 되면 녹아 마르기 때문에 질이 다르죠.

게다가 우리는 봄에 황사가 오기 전에 황태를 모두 거둬 창고에 보관하거나 전국에 판매가 되는데 중국은 동태가 녹을 무렵 황사가 붙어 마르기 때문에 요리를 하면 흙냄새가 난다고들 하더군요. 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 오면 털어주기도 하지요. 자칫 방치해 두면 눈이 녹으면서 물이 생겨 썩거나 맛이 변하거든요. "

"일하시는 분들이 여러분이던데 마을 주민들인가요? 하루 일당은 얼마나 주시나요?"
"마을 분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근처 인제에 사는 사람들이 와서 일을 합니다. 농한기를 이용하여 소득을 올리는 거지요. 하루에 25~30명 정도가 일을 하는데 일당은 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른데 7~10만 원 정도 줍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동태를 덕대에 걸고 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동태를 덕대에 걸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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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1조가 되어 걸던 동태가 가득차자 가지런히 한 곳으로 이동 시킨다.
 2인1조가 되어 걸던 동태가 가득차자 가지런히 한 곳으로 이동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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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트럭에서 동태박스를 내리고 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트럭에서 동태박스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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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과음으로 지친 당신, 황태해장국으로 화끈하게 풀어 주세요

덕장을 돌아보는데 2단으로 되어 있는 덕대에 인부들이 올라가 2인 1조가 되어 빠른 손놀림으로 동태를 걸고 있다. 순식간에 동태가 걸린 덕대를 차곡차곡 밀어 붙이는 모습이 달인에 가깝다. 대학생인 듯 한 어린 청년들도 아르바이트를 나왔는지 5~6명이 모여 추운 날씨인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명태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동태가 되어 덕대에 걸려 혹한기를 지낸 후 황태로 태어나 요즘 같은 연말연시 송년회를 하느라 걸핏하면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남편들의 아침 속풀이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다. 

황태는 방망이로 두들겨 패야 부드럽게 되므로 이래저래 속상한 여인네들의 쌓인 스트레스해소용으로 제격이다. 사정없이 두들겨 팬 황태는 조각조각 찢어서 파 숭숭 썰어 두부와 콩나물을 함께 넣어 끓인 후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 만든 황태해장국으로 남편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너그러운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태그:#용대리, #황태덕장, #동태, #명태,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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