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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금)

 

동해시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바닷가 철길'이다. 바닷가를 지나가는 도로 위에 서면, 발 아래로 두 줄기 철로가 지나가고 그 철로 너머로는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철길 너머로 건너다보는 바다가 또 다른 멋으로 다가온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철길은 정동진역을 지나 강릉역까지 이어진다. 오늘의 바닷가 여행은 부득이 이 철길과 함께 한다.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 길을 상당 구간 철길과 나란히 달린다. 때로 서로 헤어졌다 다시 함께 달리기를 반복하다가, 망상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길 앞에서 극적인 상봉을 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정동진

 

망상을 지난 철길은 이후 강릉시 옥계에서 잠시 떨어져 달리다가 나중에는 자전거와 함께 나란히 정동진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는 안인항 근처에서 완전히 이별을 고하게 되는데, 그때는 '말없이 안녕'이다. 나중에 한 번 더 상봉을 할 기회가 찾아오기는 하지만, 그때는 서로 제 갈 길을 찾아 가기 바쁘다.

 

망상에서 강릉시 옥계까지 가는 길이 조금 위험하다. 갓길이 없고 차량이 많은 편이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옥계를 지나 모래시계공원의 바닷가 쪽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정동진해수욕장이다. 파도가 머리 위에 하얀 포말을 이고 달려온다. 날이 추운데도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많다. 역시 정동진이다.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변 산책로 끝에서 계단을 걸어 오르면, 그곳이 드라마 <모래시계>로 십수 년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동진역이다. 이제는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기억이 백사장에 찍힌 발자국만큼이나 희미해지고 있는데도, 드라마로 인해 정동진역이 얻은 명성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젊은 연인들이 미래를 약속하는 장소로, 그리고 매년 새해가 되면 전 국민이 찾아가고 싶어 하는 해맞이 장소로 변하면서 더 많은 명성을 얻고 있다. 드라마 촬영지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나는데 정동진만큼 성공적이었던 곳이 또 있을까? 이후로 수없이 많은 드라마 촬영지들이 관광지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결국 정동진의 뒤를 잇지는 못했다.

 

금진항에서 정동진으로 향해 가는 길의 해안도로가 예술이다. 바위 절벽 아래를 유연하게 휘어져 돌아가는 도로의 곡선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해안도로 끝에서 정동진으로 넘어가는 언덕이 길고 가파르다. 그래도 이 길이 동해안에서 만나는 마지막 난코스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강원도는 사실상 해안선 전역이 백사장

 

안인항에서 강릉항을 찾아가는 길이 몹시 복잡하다. 강릉공항을 에돌아가는 길이라 길을 잃고 헤매기 딱 좋다. 이럴 때는 가능한 한 이정표가 분명한 도로를 이용하는 게 좋다. 공연히 마을 안길과 농로를 헤매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공항을 지나 남대천을 넘어가면, 천변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는 자전거도로가 나온다. 그 끝에 강릉항이 있다.

 

강릉항은 최근 관광어항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주변에 여러 가지 시설이 들어섰다. 관광지로 단장을 끝낸 지 얼마 안 돼 산뜻한 느낌이다. 그 중 남대천을 가로질러 항구와 남항진해변을 잇는 솔바람다리가 인기다. 다리 위에 서서 맞는 바람이 상쾌하다. 그 바람이 절반은 강바람이고, 절반은 바닷바람이다.

 

 

강릉항에서부터 경포대해수욕장까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2차선 도로를 달린다. 길이 좁고 갓길이 없어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오가는 차량이 적어 크게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 길을 가는 사이에 송정과 강문해수욕장을 지난다.

 

그리고 경포대 위로 사근진이나 순포 같은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이 해수욕장들을 모두 하나로 이으면 앞서 지나온 '고래불'만큼이나 길다. 가는 곳마다 줄줄이 해수욕장이다. 사실 강원도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해안선 전역이 '백사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늘은 경포대에서 일찌감치 여행을 마무리한다. 서울에서 회사 후배들이 응원 차 내려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자전거여행을 하면서 먹을 거 제대로 못 먹고 돌아다닌다고 징징댔더니, 영양 보충을 시켜주겠단다. 그런데 이들이 경포대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11시쯤이다. 이 밤에 무슨 영양 보충을 시켜주려는지 몹시 기대가 된다. 오늘 하루 달린 거리는 61km, 총누적거리는 4602km다.

 


태그:#강릉항, #정동진, #경포대, #정동진역,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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