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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훈민정음 국어 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찌꺼기를 찾아 알려주는 책
▲ 사쿠라 훈민정음 국어 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찌꺼기를 찾아 알려주는 책
ⓒ 인물과 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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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 나와바리니까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
"사실 나 요즘 노가다 신세거든. 어디 괜찮은 시다 자리라도 좀 없을까?"

나도 거리낌 없이 노가다, 시다, 나와바리라는 말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한다. 그 말이 일본말 찌꺼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사용한 것이다.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 소장의 <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사 펴냄)을 읽으면서 일본말 찌꺼기인 줄 알면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만, 모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 중에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 혹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하면서 슬쩍 묻어들어 온 말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사쿠라 훈민정음>은 한일문화어울림 소장 이윤옥이 쓴 책이다. 우리말 속에 남아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걸러내는 일을 통해 우리말 글살이를 널리 알리고 있는 이씨는 우리말을 지키고 살려내야 할 국립국어원에서조차 순화해야할 단어가 일본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글 작업을 했다고 한다.

책은 크게 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역사와 유래가 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2장은 일상생활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다룬다.

1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말은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수우미양가'의 유래와 '서정쇄신'이었다.

서정쇄신, 신토불이, 모포, 복창, 전지훈련, 참배, 정상, 혜존이라는 말이 모두 일본말의 찌꺼기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특히 서정쇄신이라는 밀이 일본이 조선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사실과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수우미양가'가 사무라이들이 베어낸 수금의 개수를 평가하는 말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김문길의 <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다>에는 '수우미양가'에 대해 상당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이름도 그가 전쟁에서 적을 많이 죽이고 귀, 코를 많이 베어냈다 하여 오다 노부나가가 내려 준 이름이다. 당시 오다 노부나가는 신하들이 잘라온 적의 머릿수로 등급을 매겨서 '수우미양가'로 판정했는데 풍신수길(豊臣秀吉)은 목을 많이 베어오는 신하라는 뜻이므로 그의 이름을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불렀다. 도요토미(豊臣)는 성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성은 여러 번 바뀌는데 처음에는 기노시다(木下)였다가 나중에는 하시바로 바뀌었고 그리고 마지막에 도요토미로 바뀐 것으로 여겨진다.
-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다 중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히데요시의 수(秀), 우(優), 양(良), 가(可)라는 용어는 센코쿠 시대 무사들의 용어로 무사기 문서에 자주 나온다. '수우미양가'는 칼로 상대를 무참하게 죽여 목을 베고 무공을 자랑하던 사무라이들의 '목베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저런 끔찍한 용어로 우리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루 빨리 한국 고유의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은 타당해 보인다.

또 서정쇄신라는 말 역시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인들을 길들이기 위해 사용한 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결코 사용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저자는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방명록에 평생 한글을 목숨처럼 지켜 온 외솔 최현배 선생의 '한글이 목숨'이라는 글씨가 발견되었다는 귀중한 사실도 알려준다. 외솔 선생은 한글말살 정책이 극에 달했던 1932년에 한글로 이름 석 자만 아니라 "한글이 목숨'이라는 글을 당당하게 한글 붓글씨로 썼던 것이다. 그 글씨는 1932년부터 1936년까지 5년 동안 한 음식점 주인이 받은 80쪽짜리 방명록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방명록이라는 단어조차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방명은 상대방을 존경하여 그 이름을 일컫는 말이며 '이미 성함을 들었습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글쓴이는 국어대사전에조차 '방명록'의 출처가 기록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방명록'이라는 말을 '아름다운 분이 다녀가시다' 정도로 바꿔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일상생활 속에 깊이 배어 있는 일본말 찌꺼기들에 대해 짚어 준다. 흔히 사용하는 가봉이나 나와바리, 땡땡이, 가라만이 아니라 세꼬시, 재테크, 지병, 추신 등이 모두 일본말 찌꺼기이고 대하, 기라성, 고발, 고객, 시말서, 결석계, 사물함, 호우, 식상, 심심한, 진면목이라는 말조차 일본말 찌꺼기라는 것을 알고 나니 우리말이 얼마나 일본말 찌꺼기에 깊이 물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본말 찌꺼기 속에는 은연 중 조선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의미가  배어있음을 생각한다면 일상생활 속 일본말 찌꺼기를 하루 빨리 없애야 할 것이다.

말과 글에는 정신이 담겼다 하여 '얼'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일제 식민지 치하에 일본은 조선의 한글 말살정책에 열을 올렸고 윤동주 시인은 한글로 시를 썼다고 하여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우리말로 말하면 체벌을 받아야 했고 감시를 당해야 했다. 그런데 자유롭게 우리말과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혹은 고상해 보이거나 식자층처럼 보이려고 혜존이니, 식상이니 그런 일본말 찌꺼기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얼을 멍들게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얼인 말과 글을 지켜내고 정신을 지켜 낸 민족은 살아남았지만 자기들의 얼인 글과 말을 지켜내지 못한 민족의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못함을 돌이켜 본다면 우리는 우리말 글살이 살리기에 마음을 쏟아야 할 것이다.

괄호 안은 순화한 우리말.
1. 역사와 유래가 있는 일본말 찌꺼기
고도리(고스톱) 노가다(막일), 다찌집, 단스(서랍장), 달인, 도정(방아찧기). 땡깡(막무가내), 모포(담요), 방명록, 복창(제창), 부락(마을), 빤스(속곳), 시바사바(숙덕공론), 서정쇄신, 수우미양가. 시다바리(도무미), 신토불이(우리땅 우리것), 전지훈련(현지훈련), 정로환, 정상(마루), 정종(청주), 참배, 하꼬방(달동네), 함바집(밥집), 혜존.

2. 일상 생활 속의 일본말 지꺼기
가봉(시침바느질), 감식, 결석계(결석 사유서), 계주(이어달리기), 고객(단골손님), 고바위(언덕배기), 고발(고변), 고소(공고), 기라성(쟁쟁한), 기증(베품), 나와바리(독무대), 담합(짬짜미), 대하(큰새우), 대합실,(맞이방) 데코보코(울퉁불퉁), 독농가, 돌풍(광풍), 땡땡이(물방울무늬), 마사토(굵은 모래), 몸뻬(고쟁이), 물의(말썽), 바지선(거룻배 딸림배), 보루, 복지리(복국), 삐라(전단), 사물함(개인물건 보관함), 선착장(나루터), 세꼬시, 수타(손국수), 시말서(경위서), 식상(싫증남. 물림), 심심한(깊은), 쓰끼다시(밑반참), 애매모호(어정쩡함), 야리꾸리, 야매(뒷거래), 이서(뒷보증), 재테크(종잣돈 굴리기), 지병(오랫동안 앓고 있는 병) , 진면목(참모습), 체결(협정), 추신(덧붙임), 호우(큰비), 후견인, 히로뽕(필로폰)


사쿠라 훈민정음 -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

이윤옥 지음, 인물과사상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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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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