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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열린 김자인 선수의 <월드랭킹 1위 축하의 밤>
 8일, 열린 김자인 선수의 <월드랭킹 1위 축하의 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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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특별한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2010 스포츠 클라이밍 세계 챔피언' 김자인(22·고려대·노스페이스) 선수의 '월드랭킹 1위 축하의 밤'에 초대된 것이지요. 12월을 맞아 조금 분주한 척을 하고 있던 저였지만, 이런 특별한 행사를 놓칠 순 없었습니다.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밤에 열린 행사는, 이채로웠던 날씨만큼이나 특별하게 진행이 됐습니다. 등산계 주요 인사들과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등이 참석한 행사는 보기에도 참으로 훈훈했지요. 그 중 백미는 원피스를 멋지게 차려 입은 김자인 선수가 자신의 2010 시즌의 이야기를 PPT를 통해 발표를 한 것입니다.

선수 자신이 한해 동안의 경기 결과를 발표하고 소감을 말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 참 특별한 감동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행사 후, 자인 선수를 잠깐 만나 "와우, 오늘 완전 멋있었어요"라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정말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제게도 특별한 자극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당신의 올해의 특종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환상적인 '지구챔피언'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입이 근질근질 합니다. "내 지인은, 판타스틱 지구 챔피언이야!"라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서 말이죠.

훌륭한 선수도 알고, 댓글 달아주는 기자도 돼고

8월에 인터뷰 했던 김자인 선수, 성실히 인터뷰에 임해줘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다.
 8월에 인터뷰 했던 김자인 선수, 성실히 인터뷰에 임해줘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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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수를 처음 인터뷰하게 된 것은 지난 8월이었지요. 당시만 해도(지금도 크게 나아진 줄은 모르겠지만) 전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해선 '크로마뇽인'급 지식을 가졌었죠. 스포츠 클라이밍 기본 용어인 홀드를, 홀더라고 쓸 정도로 무식했으니까요. 그런 초짜가 인터뷰를 하니 당시 김자인 선수도 좀 당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불편한 기색 없이 긴 인터뷰에 열심히 응해주고, 이것저것 사진 촬영도 성실히 해줘 너무 고마웠습니다. 인터뷰 작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게 되는데, 김자인 선수는 '이보다 착할 수 없다' 부류에 속했던 것이죠.

대한민국 스포츠 클라이밍계에 독보적인 3남매. 김자인, 김자하, 김자비 선수.
 대한민국 스포츠 클라이밍계에 독보적인 3남매. 김자인, 김자하, 김자비 선수.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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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착한 성격은 가족들의 공통점 같습니다. 김자인 선수의 코치를 맡고 있는 김자하(27·첫째) 선수와 대한민국 남자 스포츠 클라이밍의 대표 주자인 김자비(23·둘째) 선수도 훌륭한 클라이밍 실력만큼 착하고, 유쾌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어색인간'인 제게 먼저 인사해줄 때면 어찌나 고맙던지요.

이런 배려 덕분에, 김자인 선수의 인터뷰 기사를 잘 쓸 수 있었고, 기사는 <오마이뉴스> '오름'에 오른 것은 물론 포털사이트의 메인 기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기분 좋은 마음에 한 포털사이트에 실명으로 댓글을 남겼는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작성한 댓글이 제 기사의 베플이 돼서 미니홈피 접속자가 폭주하게 된 것이지요. 그날에만 무려 3000여 명이나 미니홈피를 찾았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덕분에 댓글까지 챙기는 '개념'을 지녔다는 칭찬도 받았습니다. 댓글 달아주는 기자라고 하여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지요. 어떤 칭찬들은 손발이 오글오글 거려서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그러니까, 처음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 누리꾼들에게 '이것도 기사냐?'라며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 썼던 기사가 나우누리 이주의 유머 게시판에 오르는 황당 사건도 있었는데, 그때에 비한다면 정말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죠.

당시 한 포털사이트에 올랐던 김자인 선수 기사
 당시 한 포털사이트에 올랐던 김자인 선수 기사
ⓒ NATE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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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수 기사에 달린 베플
 김자인 선수 기사에 달린 베플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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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그때보단 한 단계 성장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쓴 인터뷰 기사를 통해 훌륭한 선수도 알고, 댓글 달아주는 기자도 됐다는 사실이 재밌었습니다. 그렇기에 김자인 선수와의 인터뷰는 제게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사를 썼던 당시(8월) 김자인 선수는 세계랭킹 2위였기에, 월드 챔피언을 향한 도전 결과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스포츠 클라이밍 월드컵 경기가 끝날 즈음에 안부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들려온 소식이 희소식이었습니다.

"여기 중국 대회장이에요. 저 우승하고 돌아가요"

한 번은 경기 결과에 대한 이야기 없이, 대회를 잘 마쳤다는 소식만 듣고 '아! 성적이 좋지 않나 보다' 걱정을 했는데, 웬걸, 결과는 우승이었습니다. '이 선수 정말 엄청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결국 2차~6차까지 싹쓸이 우승을 한 김자인 선수는 2010 월드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박수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짝짝짝. 이 소식도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2010 스포츠 클라이밍 우승 관련 기사링크)

챔피언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

김자인 선수의 손과 발, 힘든 연습을 이겨낸 흔적이 엿보인다
 김자인 선수의 손과 발, 힘든 연습을 이겨낸 흔적이 엿보인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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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0여 년이란 시간 동안 기사 쓰는 작업을 하면서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세계 1위, 챔피언들을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 발레리노 이동훈, 발레리나 김리회씨가 바로 그들이지요. 김연아 선수 같은 경우에는 태릉 빙상장에서 작업하며, 어머니 박미희씨의 카세트를 들어주는 등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았죠.

그런 과정에서 최고의 모습을 향한 땀과 노력을 봤습니다. 어떤 분야를 떠나서, 그 분야가 인기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이들 챔피언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그 땀의 가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빛나는 훈장은 다른 이들에게 자극과 도전의 용기를 주니까 말이죠.

그런 챔피언들을 보며 나태해 있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문득 아는 지인이 세계 1위인데, 저도 좀 열심히, 빡세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올해 입원, 깁스 핑계를 대면서 귀차니즘에 빠져 있었는데,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제가 목표로 하는 분야 세계 1위, 아니 국내 1위,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동네 1위라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8일, 열린 김자인 선수의 <월드랭킹 1위 축하의 밤>
 8일, 열린 김자인 선수의 <월드랭킹 1위 축하의 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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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을 준 고마움에, 좋은 기사를 쓰게 해준 감사함에 '월드랭킹 1위 축하의 밤' 행사에서 김자인 선수에게 축하겸, 작은 초콜릿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또 실수했습니다. 세계 1위를 한 선수에게 '합격' 문구가 써진 초콜릿을 잘못 주고 만 것이죠. 졸지에 세계 챔피언을 고3 수험생 만든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고요.

그럼에도 "너무 맛있었다"고 마음씨 좋게 말해주는 세계 챔피언 김자인 선수, 그런 멋진 스포츠 선수를 알게 된 것은 '2010 나만의 특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모쪼록 '합격'이란 그 문구처럼, 2011년에는 저도 제 인생에서, 김자인 선수 역시 또 다른 시즌에서, 후회 없는 도전이 되길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0 나만의 특종'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스포츠 클라이밍, #챔피언, #김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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