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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라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겉그림
 <쉽게 따라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겉그림
ⓒ 북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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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생리대가 시중에 선을 보이기 시작한 몇 년 전, 머지않아 생리를 시작할 딸과 나를 위해 대안 생리대에 관심을 가졌었다. 당시 친정 언니들이 "아이들이 쓰던 천기저귀를 잘라 생리대로 쓰면서부터 일회용 생리대를 쓸 때마다 겪어야만 했던 가려움증과 생리통이 사라졌다"며 좀 번거롭더라도 천으로 된 생리대를 써 볼 것을 적극 권했기 때문이다.

화재로 아이들이 쓰던 천기저귀를 모두 잃어버렸던 터라 면으로 만드는 대안 생리대에 관심을 뒀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개수를 갖추려면 대략 7~10만 원 선, 생각보다 비싸 선뜻 구입하지 못했다. 직접 만들어 쓰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만들려니 어떤 모양으로, 어떤 크기로, 어떤 천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쉽게 가늠되지 않았다.

게다가 장사를 한다고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는지라 번거롭고 귀찮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회용 생리대보다 흡수력이 못할 텐데 하루에 몇 개나 필요할까? 집으로 가져 오는 동안 냄새가 나지 않을까? 자칫 새거나 흘릴 수도 있지 않을까? 등의 생각과 함께. 집에서 편안하게 살림만 하는 여자들이나 쓰면 딱 좋은 생리대일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의 선입견과 함께.

그리고 한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다. <쉽게 따라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 (북센스 펴냄)란, 그동안 친환경 혹은 대안생활문화 캠페인을 펼쳐 온 '여성환경연대'와 리넨과 코튼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주로 만드는 공방 '네모의 꿈'이 공동 집필한 면생리대 만들기 지침서인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좋은 건 알지만, 귀찮아서 까맣게 잊었던 면 생리대

항균성을 높이고자 세제 등에 흔히 쓰이는 합성계면활성제로 생리대 표면을 처리하고 표백제와 인공향료를 첨가한다는 일회용 생리대.
 항균성을 높이고자 세제 등에 흔히 쓰이는 합성계면활성제로 생리대 표면을 처리하고 표백제와 인공향료를 첨가한다는 일회용 생리대.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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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일어났던 환경호르몬 파동을 기억하나요? 아이스크림 용기, 종이컵 코팅제 등 생활용품에 널리 쓰이는 폴리에틸렌은 높은 온도에서 환경호르몬을 방출합니다. 환경호르몬은 몸 안에 들어오면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면서 내분비 교란 작용을 일으키고, 치매나 당뇨의 원인이 됩니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폴리에틸렌은 일회용 생리대의 주요 원료입니다. 피부와 맞닿는 흡수 커버와 겉면의 방수층이 폴리에틸렌 소재입니다. 생리대 안의 흡수 솜에는 자잘한 알갱이 형태의 고분자 흡수체가 들어있습니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치는지, 그리고 여성의 몸에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 <쉽게 따라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 중에서

덧붙여 설명하면, 일회용 생리대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①부직포 ②고분자 흡수시트 ③방수층 등이 쓰이는데, 이중 부직포는 레이온식물섬유 및 인조섬유를 화학접착제로 혼합해서 만든다. 그런데 항균성을 높이고자 세제 등에 흔히 쓰이는 합성계면활성제로 생리대 표면을 처리하고 표백제와 인공향료를 첨가한다.

생리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얼마만큼 흡수하는가?는 모든 일회용 생리대에 쓰이는 고분자 흡수시트 덕분(?)인데 이 흡수시트는 폴리아크릴산나트륨, 비이온음이온계 계면활성제, 산화제, 합성폴리머, 텍스트린, 지방산에스테르 등과 같은 화학물질들이 주원료이다. 이중 폴리아크릴산나트륨은 자신의 부피보다 몇 백 배에서 몇 천 배의 물을 흡수하는 화학물질로 액체를 젤리 형태의 고분자 물질로 변형시켜 저장한다.

생리혈이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은 폴리에틸렌필름, 폴리에릴렌라미네이트레이온지, 폴리프로필렌필름 등과 같은 플라스틱 소재의 얇은 막들이 겹쳐진 방수층 덕분인데 이와 같은 플라스틱 재료들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려면 100년, 혹은 몇 백 년까지 걸린다.

환경호르몬의 해악이 알려지면서 최근 한방성분의 생리대가 나오기도 하나 극히 일부이고 효과에 비해 값도 비싼 편이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생리통과 가려움을 훨씬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런 한방성분의 일회용 생리대들도 이런 물질들을 빼고는 만들 수 없다는 것. 고로 결국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이다.

비릿한 생리혈 냄새는 사실...

면생리대 만들기 지침 보는 법인 '이랗게 보세요' 페이지 일부
 면생리대 만들기 지침 보는 법인 '이랗게 보세요' 페이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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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성들의 생리에 관한 다양한 상식과 면생리대를 써야 하는 이유와 함께 일회용 생리대의 역사 및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들의 건강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생리대를 만드는 재료 등 생리대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 종류의 생리대 만드는 방법 사이사이에 들려주고 있어서 만드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다.

Q 생리혈이 새진 않나요?
일회용 생리대처럼 샘방지선이나 이중 날개는 없지만, 똑딱단추로 고정된 날개가 있어서 옆으로 새는 걸 막아줘요. 게다가 융의 흡수력은 생각보다 뛰어난 편이에요. 생리혈 양이 가장 많은 둘째 날과 셋째 날엔 안감을 넉넉히 넣고 방수천을 덧댄 생리대를 사용하고, 평소보다 자주 교체하면 좋아요.

Q 냄새가 심하게 나진 않나요?
쓰고 난 일회용 생리대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순수한 생리혈 냄새가 아니랍니다. 일회용 생리대에 남아 있는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생리혈이 합쳐져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예요. 순면으로 만든 면생리대는 통기성이 좋아 생리혈을 빨리 증발시켜서 냄새가 훨씬 덜나지요.

Q 얼마나 자주 교체해야 하나요?
사람마다 생리혈이나 민감한 정도가 다르므로, 사용하면서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세요. 처음 사용하다면 적응이 필요하므로 일회용 생리대보다 자주 교체하는 게 좋아요. 생리혈 양이 많은 날엔 2~3시간마다, 그 다음날은 3~4시간 간격으로 교체하면 적당해요. 양이 적은 날은 4~5시간 간격으로 교체해도 충분하답니다.

이런 내용들에 앞서 이처럼 'Q&A' 12항목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대안 생리대, 즉 면 생리대에 흔히 가질 수 있는 궁금한 것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그간 막연히 궁금해 했던 것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런 책이 진즉에 나왔다면, 몇 년 전 대안 생리대에 관심을 보였을 때 만날 수 있었다면 지금쯤 나도 얼마 전 생리를 시작한 내 딸도 지금은 면생리대를 쓰고 있지 않을까.

이런지라 특히 이 부분을 읽는 동안 몇 년 전의 나처럼 전혀 써보지도 않고 지레짐작만으로 면생리대가 번거롭고 불편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몸에도 좋고 환경도 살리는 면생리대가 일회용 생리대처럼 보편적으로 활발하게 쓰이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내 가장 소중한 곳이 환경호르몬엔 무방비상태였다니

  우리는 생리대를 얼마나 쓸까?
-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20억 개 이상의 일회용 생리대가 버려집니다. 이것을 늘어놓으면 지구를 반 바퀴 돌 수 있습니다(생리대 길이 25cm 기준, 지구 둘레 약 40,000km)

-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붕대용으로 지급된 셀루코튼을 간호사들이 임시 생리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게 바로 일회용 생리대의 시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킴벌리 클라크사의 합작회사인 유한킴벌리사가 1971년부터 일회용 생리대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1975년에는 접착식 생리대 '뉴 후리덤'을 출시했습니다.

- 우리는 일생 동안 약 500번의 생리를 합니다. 그리고 한번 생리 때마다 20~25개의 생리대를 사용합니다. 한사람이 평생 동안 약 12000개의 생리대를 쓰는 셈입니다.
면생리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던 몇 년, 그동안 딸은 생리를 시작했다. 딸은 자주 생리통을 호소한다. 생리통을 호소할 때마다 질경이 말린 것을 달여 먹이거나 미역국을 끓여 먹이는 등과 같은 민간요법으로 생리통을 달래보나 다음 달 생리 때면 어김없이 다시 생리통을 호소한다. 한약을 먹여봤지만 몇 달뿐,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

생리통은 나와 내 딸만의 고통이 아닐 것이다. 이 책에 실린 <SBS 스페셜-환경호르몬의 습격>을 집필한 작가에 의하면 여고생의 반 이상이 매달 진통제와 피임약까지 동원해가며 생리통을 참고 견뎌낸단다. 많은 여학생들이 생리일이 다가오면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생리통으로 인한 우울증은 자살까지 부른다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일회용 생리대가 달마다 몸서리치도록 견뎌내야만 하는 생리통의 고통 그 주범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런지라 환경호르몬의 해악으로부터 최대한 벗어나고자 플라스틱용기 대신 도자기나 유리그릇을 쓴다던지 인스턴트식품을 집에서 사라지게 하는 등과 같은 노력을 했지만, 정작 내 몸의 가장 민감하고 소중한 곳은 환경호르몬에 무방비였던 것이다. 일회용 생리대의 편안함에 이끌려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말이다.

책에는 편안함에 이끌려 일회용 생리대를 쓰던 여성들이 면생리대를 선택한 후 가려움증과 생리통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한결같은 목소리들이 실려 있다. 극심한 생리통으로 고생하다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이들처럼 면생리대를 써 보면 어떨까.

나는 꿈꾼다, 딸과 마주앉아 생리대 만들 그날을

느림 생리대 만드는 법 일부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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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라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에는 산책 생리대, 땅콩 생리대, 날개활짝 생리대, 좋은 꿈 생리대, 모자쓴 생리대, 느림 생리대 등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혹은 활동 범위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생리대의 실제 크기 도안 12가지와 함께 만드는 법과 재료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외에도 생리대 파우치, 최근 일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확산되고 있는 내 컵 가지고 다니기 캠페인에 부응한 컵감싸개와 텀블러 파우치, 친환경을 위한 에코백과 백인백 만드는 법 등이 실제 크기 도안과 함께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 비즈를 이용한 월경주기팔찌를 만드는 법도 소개되고 있어서 여간 요긴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딸에게 '여성들을 위한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장점이 많은 면생리대에 대해 들려줬다. 알록달록 예쁜천과 똑딱이 단추를 사서 겨울방학 때 만들어 써보자는 제안과 함께. 하지만 딸은 "흐를지도 모르고 냄새가 날지도 모르는데 학교에서 어떻게 쓰냐?"며 엄마나 쓰란다. 무엇보다 불편하고 번거로워하는 눈치다. 이런 내 딸의 눈 닿는 곳 가까이 이 책을 두고 자연스럽게 끌려 읽게 하리라. 딸과 마주앉아 알록달록 귀엽고 앙증스러운 여러 가지 생리대를 만들 그런 날을 꿈꾸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쉽게 따라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여성환경연대|네모의 꿈|북센스| 2010-11-10 | 값:15,000원



쉽게 따라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 - 소중한 나를 위한 면생리대 이야기

여성환경연대.네모의 꿈 지음, 북센스(2010)


태그:#대안 생리대, #면생리대(천생리대), #여성환경연대, #네모의 꿈, #한나패드, #환경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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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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