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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는 24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재벌 부당거래 실태와 규제방안' 토론회를 열어 재벌 비리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4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재벌 부당거래 실태와 규제방안' 토론회를 열어 재벌 비리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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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피자 죽이는 '이마트 피자'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지난달 말 문용식 나우콤 대표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 설전'으로 화제가 된 '이마트 피자'는 재벌 일가에서 회사에 돌아갈 사업 기회를 가족 회사에 넘겨 사적 이익을 취하는 '회사 기회 유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마트 피자를 납품하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정용진 부회장 동생이 소유한 회사로, 결국 신세계나 조선호텔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사주 가족에게 넘어간 셈이다.

총수 일가 소유 회사 '물량 몰아주기' 관행에 제동

정기국회에서 '상법 회사편'(회사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 기회 유용 금지' 등 재벌의 부당 거래를 차단하는 조항들이 쟁점이 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4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재벌 부당거래 실태와 규제방안' 토론회를 열고 재벌 비리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최근 한화, 태광, C& 등 일부 그룹들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기업 사안을 형사적으로 접근하는 데 따라 초래되는 엄청난 비용이 우려됐다"면서 "기업 사안에 형사적 접근 이전에 시장에서 이해 관계자에 의해 민사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찾고자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2008년 10월 회사법 696개 조문 가운데 274개를 바꾸는 대대적인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여야간, 이해당사자간 견해 차이로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마련된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의 주요 쟁점은 진보 진영에서 재벌 부당거래 규제 목적으로 요구한 회사 기회 유용 금지와 이중대표소송, 재계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요구한 신주인수선택권제(포이즌 필), 정부에서 제시한 집행임원제 등 4가지다.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인 채이배 회계사는 재벌 총수 일가의 문제성 주식거래 유형을 '회사 기회 유용' 외에 총수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기존 회사의 인력이나 자원을 몰아주는 '지원성 거래', 총수 일가에게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부당주식거래'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지난 10월 35개 기업 집단의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 사례는 2008년보다 30건 늘어난 107건으로 나타났고,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각각 9건으로 가장 많았다.

"회사 기회 유용, 지배권 강화보다 자녀 상속 자금 확보 목적"

채이배 회계사는 "문제성 거래 중 부당주식거래를 제외한 87개 사의 주주 구성을 분석한 결과 지배 주주가 보유한 경우(44개)보다 자녀 등 친인척이 보유한 경우(65개)가 더 많았다"면서 "문제성 거래 유인이 지배 주주의 지배권 강화보다는 자녀 상속을 위한 자금 확보임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센터에서 대표적인 '회사 기회 유용' 사례로 거론한 삼성그룹 서울통신기술의 경우 이재용 부사장이 지분 인수를 통해 얻은 이득은 860억 원으로 추정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 역시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50억 원을 출자해 3조 1000억 원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가 재벌의 불법 승계 수법을 뒤따르다 보니 이미 이익을 취한 뒤여서 규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면서 "불법 부당 승계 문제를 검찰 수사나 세금보다는 피해 당사자인 주주가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연 변호사는 총수 일가의 비리를 막을 대안으로 ▲회사 기회 유용 금지 조항 도입 ▲ 총수 일가 비리 온상인 비상장 계열사 임원을 상장 계열사 소액주주가 책임 추궁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도 도입 ▲ 현재 0.01% 지분이 필요한 주주대표소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 1주로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총수 일가가 취득한 부당이득을 원상회복하게 하는 한편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가 경영에 바로 복귀할 수 없도록 5년 정도 상장회사 이사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선진국에서 보기 어려운 재벌들의 비정상적인 대형 비리를 막고 지배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꾼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사회 전체의 민주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학계 "회사법 2년 표류... 쟁점은 빼고 가자"

반면 회사법 정부 개정안 기초를 마련한 학계와 법무부에선 이해 갈등이 첨예한 몇몇 쟁점들 때문에 회사법 국회 통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논쟁 사안은 일단 배제하자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송옥렬 서울대 법대 교수는 "회사법 개정안 쟁점들은 학계에서 봤을 때 부수적이고 깊은 논의가 없었는데 본말이 전도돼 정작 필요한 것들이 늦춰지는 느낌"이라면서 "개인적으로 2가지를 분리해 입장 차이가 선명해 양보하기 힘든 건 나중으로 미루고 논쟁 여지가 적은 부분을 중심으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상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역시 "몇몇 쟁점에서 이견 때문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좋은 제도들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늘 논의가 기업 지배 구조에 국한돼 나무만 보다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회사 기회 유용 금지 조항 등 경제개혁센터 안에 대해서도 "정부 안과 의원 안을 비교해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현행 법과 비교해 보면 정부안이 현행법을 크게 뛰어넘었고 의원안은 거기서 조금 더 나간 것일 뿐"이라며 정부안 통과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김상조 소장이 "이번에 4대 쟁점을 빼고 개정해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5~10년 내 다시 논의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바로 반박했다

김 과장 역시 "5~10년 내 다시 논의가 안 된다는 건 법무부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법무부가 기업 편드는 것도 아니고 이중 대표 소송과 회사 기회 유용은 핫이슈이기 때문에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맞섰다.


태그:#회사법, #상법, #재벌비리, #재벌부당거래,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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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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