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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져 폭발하면서 섬 곳곳에서 시커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평도를 방문한 한 시민이 제공한 화면.
 23일 오후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져 폭발하면서 섬 곳곳에서 시커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평도를 방문한 한 시민이 제공한 화면.
ⓒ 시민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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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3시. 난데없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얘 지금 전쟁났어. 뉴스 틀어봐."
"예?"
"지금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했대. 포를 쏴서 연기도 나고 난리도 아니야. 그럼 넌 어떻게 되는 거니? 예비군 때문에 전방에 불려가는 거 아니지?"
"설마요, 그럴 일 없어요."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혼자 집에 있던 참이라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TV를 켰다. TV를 보니 연평도가 불타고 있었다. 북한군이 오후 2시 40분경에 곡사포를 이용해 연평도를 포격했다는 소식이었다.

함정끼리의 교전도 아니고 영토 포격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섬 곳곳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찍은 사진은 당시 연평도의 급박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양측은 서로 교전 중이라고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인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예비군 때문에 너 불려가는 거 아니지?"

놀란 나는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아무 소식도 못 들은 모양이다.

"야, 지금 뉴스 봤어? 연평도 공격 당했대. 아니, 배가 아니라 영토를 직접 때렸다고. 민가 불타고 장난 아니야 지금."
"어? 야, 이거 뭐야. 이건 완전 전면전 아니냐? 완전 미쳤구만 이것들. 우리 이러다가 전쟁하러 가는 거 아냐?"

오후 4시에 시작된 수업시간에도 연평도 포격 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역시 예비역들이다. 서해 5도 지역에 진돗개 1호가 발령되면서 2함대 소속이었던 동기가 신경이 쓰여 먼저 말을 걸었다.

진돗개는 적의 국지적 도발이나 적 부대 침투 등의 상황이 발생할 때 발령되는 경계태세를 말한다. 1, 2, 3호가 있는데 숫자가 적을수록 위험한 상황을 의미한다. 진돗개 1호의 경우, 군과 경찰, 예비군은 기본 임무 수행에 제한을 받고 명령에 따라 지정된 지역에서 경계태세를 갖춰야 한다.

"지금 서해 5도에 진돗개 1호 발령됐다는데?, 너 2함대 소속 아니냐?"
"네, 형. (나라에서) 부르면 가야죠. 방금 사망자도 나왔다는데."

수업이 끝나기까지 학생들은 평소처럼 강의를 듣다가도 뭔가 술렁거렸다. 특히 예비역들의 경우가 그랬다. 전역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 전선에 남기고 온 후임들이 걱정됐을 수도, 혹시라도 징집대상에 올라 재입대했을 때를 상상했을 수도 있다. 지난 8월에 제대한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의 상황을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휴전선에서 북한군과 대치하며 고생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말은 안 했지,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동기들도, 후배들도, 여학생들도 모두가 '불안'

24일 오전 전날 오후 발생한 북한의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연평도 주택가의 모습.
 24일 오전 전날 오후 발생한 북한의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연평도 주택가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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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난 후에도 화제는 온통 '연평도 도발'뿐이었다. "에이, 전쟁이 무슨 그렇게 쉽게 나는 줄 알아?"라면서 늘 그렇듯 유야무야 될 거라는 친구들도 있는가 하면, "곡사포 쐈다며? 그거 살상반경이 15m인데…"라면서 군생활의 경험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풀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 학과의 경우 전공이 정치외교라 그런지, "북한의 후계구도 내에서 군부와 당이 마찰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라는 외교적 분석을 내놓는 친구들도 많았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자주 들르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다. 여기도 난리다. 사망자들의 신원이 밝혀졌다는 속보가 방송을 타면서 인터넷은 한층 더 술렁였다. "아 내 동생 지금 군인인데 ㅠㅠ", "얼마 전에 입대한 친구들 불쌍하네요ㅠㅠ"라는 글들이 눈에 밟힌다. 주로 남자친구나 동생을 군에 보낸 여성들이었다. 

하룻밤이 지난 후에도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학군단에서도 연평도 도발과 관련한 공지가 전파됐다고 한다.

"친구에게 문자가 날아왔는데 처음에 많이 놀랐어요. 학군은 따로 전투태세 같은 건 없지만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국가적으로 우울한 시기니까, 회식이나 음주를 자제하라고 위에서 당부를 많이 하더라고요."

여대생들도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아, 진짜 집에서 전화하다 들었는데요. 다들 라면 사재기해서 라면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어젠 정말 전쟁나는구나 싶어서… 하루 종일 불안했어요."

같이 수업을 듣는 후배는 격앙된 목소리로 어제 일에 대해 말해줬다. 듣는 내가 더 무서웠다.

터지면 불안... 이게 바로 '휴전국' 대한민국의 현실

지난 23일 오후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의 처참한 사진을 24일 오후 옹진군청이 공개했다. 포격을 받아 처참한 모습으로 부서진 소형승용차 뒤로 유리창이 모두 깨진 건물이 보인다.
 지난 23일 오후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의 처참한 사진을 24일 오후 옹진군청이 공개했다. 포격을 받아 처참한 모습으로 부서진 소형승용차 뒤로 유리창이 모두 깨진 건물이 보인다.
ⓒ 옹진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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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주변 사람들의 안전이 걱정됐다. 최전방에 남겨놓고 온 전우들이 생각났다. 군생활 내내 따뜻하게 보살펴 주신 군인교회 목사님도 생각났다. 그리고 현재 공군에서 군복무를 하는 동생 생각도 났다.

공군이라 별 일 없겠지 싶었는데, 연평도에 F-15K 전투기가 출격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신경이 쓰였다. "별일 없겠지"라는 혼잣말이 텔레파시로 전해져 그들에게 전부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친구, 나의 동생, 나의 전우들,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이 서로 걱정하며 마음 졸인 이틀이었다. 지금도 상황 종료가 선언되지 않았으니, 이 걱정이 얼마나 오래 가려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동생, 나의 친구, 나의 애인, 나의 오빠. 그들의 안녕이 걱정되는 이곳이 휴전국 대한민국의 현실이구나 싶었다. 야전에 있는 그들이 모두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절실히 기도하는, 씁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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