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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에 많이 이용되는 비글견. 사람과 친화력이 있고 감각과 지능이 발달한 고등동물로 실험에 이용되는 경우 열악한 복지환경과 윤리성 문제 등으로 많은 논란이 된다.
 실험에 많이 이용되는 비글견. 사람과 친화력이 있고 감각과 지능이 발달한 고등동물로 실험에 이용되는 경우 열악한 복지환경과 윤리성 문제 등으로 많은 논란이 된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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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은 모 대학 실험실에서 1년간 실험을 마친 비글 5마리가 동물학대방지연합 보호소로 가는 날이었다. 이제까지 비공식적으로 어떤 실험동물들이 동물보호단체의 보호 하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비글들은 공식적으로 드러난 최초의 '실험동물구조견'들이다.

1년 전 이 대학 동물실험윤리위원은 실험에 이용된 비글들을 다른 실험에 여러 번 이용하지 않고 동물단체로 넘길 것을 요청했고 실험이 끝난 시점에 비글들이 보호소로 가게 된 것이다. 비글의 가격으로 볼 때 일반 실험용쥐와 달리 여러 번 실험에 이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개나 고양이 그리고 영장류의 이용은 그들이 풍부한 감정을 지닌 고등생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비단 고등동물뿐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연간 500만 마리 정도의 동물들이 실험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숫자로만 보면 연간 발생하는 유기견의 수보다 50배 이상 많은 큰 규모지만 동물보호 이슈 중 가장 대중에게 알려지기 어려운 것 또한 실험실 동물들이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주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실험동물을 다루는 사람들이 '과학자'라는 전문인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건강과 복지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에서 그 영역의 전문성은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권위에 절대적 힘을 부여함으로써 후유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황우석 사건이 그랬다. 황우석이 비판받았던 것은 인간의 난자를 비윤리적 방식으로 이용했던 점뿐 아니라, 과학연구를 국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비밀리에 진행함으로써 연구에 대한 모든 비판가능성을 봉쇄했기 때문이었다. 과학연구에도 투명성과 공정성, 윤리성이 요구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다.

동물실험윤리위 설치 3년, 현황을 알아봤더니

 동물 실험의 90%에는 쥐가 이용된다. 작지만 신경계통이 발달한 척추동물이다.
 동물 실험의 90%에는 쥐가 이용된다. 작지만 신경계통이 발달한 척추동물이다.
ⓒ www.rspca.or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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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제도는 동물실험을 연구실이라는 밀실에서가 아니라 각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실험의 윤리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고취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각 기관의 실험자들은 과학자와 수의사, 일반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실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거의 모든 기관의 윤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윤리위원회 설치의무화가 시작된 초기, 많은 기관과 실험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윤리위원회의 '외부위원 선정 의무화 규정'이었다. 외부위원이란 그 기관과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을 의미하며, 각 기관은 현행법상 민법에서 규정한 민간단체 중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한 단체의 추천을 받아 외부위원을 선정해야 한다.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존재인 동물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사에게 자신의 실험계획서를 보여주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실제 현황은 과연 그럴까.

그간 많은 외부위원들이 실험기관에 들어가 활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기관에서 보내주는 서류에 사인만 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의 입장으로 이 현황을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던 중 2009년 봄 한 시민의 제보로 대학 학부생들의 동물실습 중 불필요하게 이루어지는 실험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의 범위를 대학 학부생들의 교육용 동물실습으로 제한했다.

실습 대신 대체실험법 수강하게 하는 호주 머독대

 미국 10개 주에선 학생들에게 동물해부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전에 동물해부실습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 10개 주에선 학생들에게 동물해부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전에 동물해부실습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www.HSU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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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실험은 생명을 이용한다는 의미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연구논문이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없고 신약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을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동물실험은 악이다'라는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교육적 목적의 동물실습은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자격과 나이에 대한 제한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정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 학생들의 실습으로는 새로운 과학적 지식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 학부실습은 동물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 실습이 대부분이나, 이런 기술을 익히기 위한 대체실험법이 많이 발전하고 있으며 향후 모든 학생들이 동물을 다루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 ▲ 비숙련자인 학생들은 동물들에게 많은 고통을 줄 수 있고 학생들에게도 심리적 부담감을 줄 수 있는 점 등 때문이다.

호주 머독대 수의과대학은 학생들이 동물실습이 들어간 45개의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 대체실험법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것은 교수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고 심리적 부담감을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학생들의 권리를 인정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학생들의 동물실습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실습의 윤리성 등에 대한 논쟁은 단 한 번도 제기된 바 없다. 학생실습의 정당성을 논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윤리위원회의 승인 여부부터 확인해야 했다. 윤리위원회의 승인여부 확인은 제도의 운영 실태를 파악함과 동시에 대학의 동물실습현황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실습에 관한 승인서류를 본 적이 없다"

 윤리위원회의 위원들이 실험계획서를 보고 평가서를 작성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평가서 중
 윤리위원회의 위원들이 실험계획서를 보고 평가서를 작성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평가서 중
ⓒ 국립수의과학검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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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8월, 동물실험이 가장 많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의대와 수의대가 있는 44개 대학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단체 명의로 설문지를 보냈다. '귀 대학 학부생들의 교육용동물실습과목은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실시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3개의 대학을 제외하고 "승인받고 있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 답변이 솔직하지 않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기보다 동물단체의 질문에 그렇게밖에 답할 수 없었던 위원회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진실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게다가 조사과정에서 의대와 수의대뿐 아니라 생명공학 생물학, 치대, 약학과 등에서도 많은 학부실험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원회 답변의 진정성을 알아야 했고 조사범위도 확대해야 했다.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통해 파악한 71명의 외부위원들과 인터뷰를 했다.

'귀하가 속한 대학의 학부실습과목을 승인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외부위원들 중 18명은 "학부실습에 관한 승인서류를 본 적이 없다", 10명은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즉, 서류를 본 적 없다는 18명이 속한 대학은 아예 학부실습이 없거나 학부실습을 하면서도 승인계획서를 외부위원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잘 모른다는 10명은 자신이 본 서류가 전체적인 실험규모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각 기관은 자신의 실험기관에서 어떤 실험을 하는지 정보를 주지 않았고 외부위원 역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습과목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고 인터뷰내용과 비교·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조사대상에 속한 대학의 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실습을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목을 파악한 후 조교와 졸업생, 교수들의 연구실로 직접 전화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4개월간 진행한 외부위원과의 인터뷰, 커리큘럼 조사내용을 가지고 내린 결론은 조사대상 76개 대학 중 총 22개의 대학에서 학부실습 중 상당수를 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학부실습은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일까? 대표적인 대학의 윤리위원회장과 위원들에게 질문했다. 여러 답변이 있었으나 공통적으로 "학부생들의 실습은 무언가 중요하지 않은 것" 혹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굳이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실험"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무엇보다 위원장은 각 실험자에게 서류를 내라고 권고할 수 있을 뿐이지, 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실험에 대해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위원회를 안 만들면 과태료를 물 수 있으니, 형식이라도 갖춰놓자고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위 생긴 뒤 무분별한 동물 실험 줄어들어

 영장류의 동물실험은 감각력있는 동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도덕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영장류의 동물실험은 감각력있는 동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도덕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 www.pet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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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개최하는 동물실험위원회위원을 위한 워크숍에 참여했다. 4개의 실험계획서를 놓고 모의위원회를 열어 보았는데 그 중 학부생들의 실험동물학실습계획서가 있었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나는 "100명의 학생들이 2명의 조교와 함께 실험용 쥐, 기니피그,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보정하고 마취하고 해부하는 실습은 너무 과도하다. 동물실험기법을 배우기 위해 되도록 많은 수와 종류의 동물을 죽여 봐야 한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그들이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 되도록 여러 동물들을 다 직접 다루어 보도록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그 주장에 이렇게 반론했다.

"그 학생들이 추후 모두 동물실험에 참여하는 연구자가 될 것인가를 놓고 볼 때 많은 생명을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죽이는 그 실험이 과연 타당한가를 따져야 한다. 과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동물실험을 하는 직종에서 일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학부생들은 아직 그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다.

100명의 비숙련자인 학생들을 단 2명의 조교가 통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실험용 쥐를 제대로 잡지 못해 떨어뜨리거나 한 번에 안락사하지 못해 동물을 끔찍한 고통에 처하게 하는 사건사고들은 비숙련자인 학생들의 실험시간에 종종 발생한다. 되도록 많은 수와 종류의 동물을 죽여보아야 한다는 결정은 과학적 목표에 맞는 정확한 데이터 결정에 의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매우 주관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다." 

나의 반론에 직접 실험을 담당하는 교수님들은 "불편하다"와 "신선하다"는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윤리위원회 초기 일부 실험자들은 외부위원들이 과학적 지식이 전무하다는 점을 들어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실험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공감한 것은 외부위원이 과학적 평가 때문에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외부위원이 필요한 이유는 실험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시각으로 실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동물실험 종사자와 동물실험반대세력은 위원회를 통해 만나 처음으로 논쟁의 접점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윤리위원회 제도를 통해 무분별한 동물실험이 줄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증명됐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제도의 올바른 운영을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간 다른 시각이 충돌하고 합의하면서 동물실험의 윤리성과 과학발전이라는 새로운 논쟁이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동물자유연대는 11월 19일 금요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 세미나실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올바른 운영과 발전방향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한국에서 동물실험의 윤리성과 진정한 과학발전을 위한 논쟁의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자세한 포럼개요를 보고 싶으신 분은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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