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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포옹을 하며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결국 쇠고기였다. 그동안 '밀실 퍼주기' 논란을 빚어왔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11일 한미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FTA 협상 완전 타결을 위해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양국정상은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미국 워싱턴에서 회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연 기자회견에서 "한미FTA에 대해 양국 통상장관이 논의했지만, 세부적 사안을 논의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양국 통상장관들에게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만나 최대한 빨리 합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미 양국이 FTA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FTA가) 양국 국민들에게 윈윈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며칠이 됐든, 몆 주동안 쉬지 않고 양국이 FTA 협상을 할 것이며, 한국도 워싱턴에 협상팀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 7월 이후 4개월여 끌어왔던 한미FTA 재협상은 미국 워싱턴에서 논의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특히 이날 양국 정상이 몇 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빠르면 올해 안 타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양국 간의 협상 내용을 보면, 기존 협정문을 고쳐가면서까지 미국의 국내 자동차시장 개방을 큰 폭으로 양보한 반면 우리 정부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거의 없는 일방적인 퍼주기 협상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기존 협정문의 점 하나도 못 고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이번 서울협상의 딜 브레이커(협상을 깰 수 있는 민감한 사안)로 떠오른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도,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별도 의제'로 양국이 논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한미FTA 재협상에 대해 '거짓말 협상'이라며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FTA 재협상 역시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통상관료의 철저한 비밀주의... 아주 나쁜 협상의 전형"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1일 청와대에서 환담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현안 타결을 위해 막판절충에 나섰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완전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한미FTA 재협상은 철저한 통상관료의 '비밀주의'에 입각한 채 진행됐다. 지난 7월부터 양국 간 사전 물밑협상이 진행됐지만,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지난 4일부터 일주일여 동안 서울에서 양국 통상 실무급과 장관 회담이 계속됐지만, 공개적인 설명회는 두 번에 걸쳐 단 10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이번 협상과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다른 부처 등을 통해 협상 내용이 알려졌지만, 통상당국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보다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협상에서 타결에 이르지 못한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협상은 계속되는 것이고, 합의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만 "(합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국간 협상이 거의 막바지에 와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비밀주의 속에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이번 협상에 대한 타당성 검토나 관련 업계 등으로부터 국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의 무시했다. 미국이 철저하게 자국내 이익단체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협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반해, 우리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미국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한 셈이 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번 서울 재협상만 놓고 보면 철저하게 미국에 완패한 협상"이라며 "미국쪽 요구를 그대로 받아쓰기한 꼴 밖에 되지 않은 아주 나쁜 협상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은 우리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쇠고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리 정부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자국의 자동차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협정문을 통해, 이미 국내 자동차 시장의 관세철폐 이익뿐 아니라 자동차 세금 제도까지 미국에 유리하게 바뀐 상태였다. 이번엔 자동차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 등 환경과 안전기준까지 미국쪽 입맛대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게다가 우리에게 유리한 평가를 받았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의 관세철폐 일정도 더 늦춰지고, 자동차 부품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세환급 제한 제도까지 더해졌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이같은 정책을 스스로 후퇴시켜버린 결과늘 낳았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다 내주고 쇠고기'?... 딜 브레이커로 다시 떠오른 '쇠고기'

 

게다가 정부는 이같은 일방적인 자동차 협상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협상 막바지에는 '자동차는 양보했지만, 쇠고기는 지켰다'며 쇠고기 문제를 부각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8일 브리핑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이 쇠고기와 관련해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쇠고기 문제를 불쑥 꺼냈다. 그러면서 "(정부는) 쇠고기 문제가 국민의 큰 관심사라는 점을 깊이 유념하면서, 협의에 임하고자 하는 기본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밝힌 바와 같이 쇠고기 문제는 FTA와 무관하다"면서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 쪽 인사들에게서 "미국 쪽에서 쇠고기 문제를 강하게 푸시하고(밀고) 있다"면서 "FTA를 안 하면 안 했지, 쇠고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자동차는 FTA 협상 타결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일부 조정이 필요하지만, 쇠고기는 절대 안된다는 말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이 마치 쇠고기 문제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성과인양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는 정부 말대로 애초부터 FTA의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 자동차 시장 등 다 내주고 마치 쇠고기라도 지켰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회의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미국 쪽이 쇠고기 문제를 일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자 타결 국면을 보였던 서울 재협상이 막판에 꼬이게 됐다. 특히 통상 당국의 설명과 달리, 쇠고기 추가 개방문제가 통상장관 회의에서 '별도 의제'로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당장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거짓말 협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한미 정상회담까지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

 

결국 이번 한미FTA 재협상은 워싱턴에서 다시 열리게 됐다. 이미 기존 협정문을 수정할 만큼 '큰 폭'의 협상이 돼 버린 만큼, 일부에선 아예 전면적인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FTA 기존 협정문에서 그동안 불공정, 불평등한 조약으로 지적받아왔던 각종 독소조항 등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면밀하게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어차피 워싱턴에서 또 협상을 할 바에, 전면적인 재협상을 하는 것이 낫다"면서 "무역구제를 비롯해 농업과 의약품 분야에서 허가 특허 연계부문 등 여러 부문을 놓고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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