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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며칠 앞둔 7일 오후. 취재팀이 찾아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는 G20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었고, 중무장한 경찰특공대가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회의장소인 무역센터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금속 탐지기를 비롯한 각종 검문검색 절차를 통과해야만 했다.

 

코엑스 내 지하 쇼핑몰인 코엑스몰에서도 심심찮게 경찰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엑스몰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쇼핑몰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코엑스몰 내 일반인 출입은 전면 통제된다.

 

 

"코엑스몰 입점 업체들 영업 손실 불가피"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코엑스몰 입점 업체들의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코엑스 측이 반강제로 G20 기간 동안 입점 업체들의 영업을 금지 시켰다는 소문이 돌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엑스 관계자는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자율적으로 영업을 하도록 조치했다"며 "실제 여러 매장이 정상영업을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점 업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코엑스 측이 합리적인 보상을 해주지 않으려고 편법을 쓴다는 것이다.

 

코엑스에서 이발소를 경영하는 송요섭(55)씨는 "당초 공식적으로 가게 문을 닫는 대신에 최소한의 보상금을 기대했는데 코엑스 측이 자율적으로 영업을 하라고 말하는 건 보상금을 지급하기 싫어서 술수를 쓰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행사 기간 이틀도 문제지만 코엑스 내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이미 손님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책은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엑스 식당가 구석에서 30여 평 남짓한 한식집을 경영하는 한옥규(47)씨는 "우리 식당은 주변 회사원들의 매출이 절대적인데 G20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인지 며칠 전부터 손님이 대폭 줄었다"며 "정상회의 기간 동안은 회사원들이 아예 휴무를 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영업을 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일본 라면 전문점을 경영하는 김아무개(35)씨도 "이번 G20으로 인해 나 같은 영세 상인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높으신 분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생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형서점인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 측도 "이번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틀 동안 휴무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점 23년 이래 처음 있는 일.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 측에 따르면 이 매장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2만 명에 달한다. 매출은 하루 평균 1억 가까이 된다. 이번 G20 기간 동안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고객의 안전을 위해 휴무를 한다는 게 이 업체의 주장이다.

 

유통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코엑스몰 내 400여개의 입점 업체와 코엑스 바로 옆에 위치한 현대백화점의 영업 손실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실질적인 통제 기간은 이틀뿐이지만 그 전후 기간에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영업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재팀이 코엑스몰 내에서 만난 이성렬(26·대학생)씨는 "쇼핑몰 안에 유동인구도 엄청 많고 근처에 회사들이 밀집한 코엑스가 G20 정상회의 장소로 선택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더 나은 장소는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노자 교수 "민주주의 가치가 더 중요"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힌 이번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21조 원 이상. 일부 정치단체에서는 '국격'이 올라가는 가치는 수십 조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 한국학과 박노자 교수는 취재팀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진정한 의미의 '국격'이란 그 나라의 민주성과 인권 존중, 개인 권리 존중으로 인해서 생기는 존경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 행사로 인해서 발생되는 '국익'이 있다 해도, 민주와 인권의 유린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경희대학교 취재보도실습 강의를 수강하는 한종철, 이진주, 황제민, 임현석씨와 공동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태그:#G20,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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