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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A CUP(위더컵) 캠페인은 편리와 풍요를 향해 과속 질주하는 우리를 돌아보며 삶의 속도를 한 박자 천천히 늦추기 위한 '여성환경연대 슬로 라이프 운동'의 일환으로 제안되었습니다. 자기 컵과 함께 하는 즐거운 불편을 통해 새로운 관계와 소통 그리고 느린 시간의 유쾌한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 [편집자말]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역 1번 출구 근처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역 1번 출구 근처
ⓒ 이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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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가 누구냐고? 난 50원짜리 동전이야. 1972년에 태어났고, 키(지금)는 17.2mm, 몸무게(무게)는 729g이란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내가 좀 작지? 이래봬도 나 몸에 벼이삭 문신까지 새긴 동전이야! 근데, 참 오랜만이지? 평소에 나 보기가 쉽지 않았을 거야 아마. 그런데 왜 반말이냐고? 50원 짜리 주제에? 솔직히 뭐 초면도 아니잖아. 안 지도 오래됐고.

사실 너희 인간들에게 화가 좀 나서 그래. 너희들이 1회용품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거든. 도대체가 나중에 어쩌려고 이렇게 1회용품을 좋아하는 거니? 그린이다 녹색이다 말은 번지르르한데, 도무지 환경의식은 찾아볼 수 없단 말이야. 참다 참다 하도 한심해서 내가 오늘은 작심하고 한마디 하련다.

몸집 작은 내가 우리 동전계 대표로 악역을 자처한 이유가 있어. 바로 '1회용 컵 보증금'의 추억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지. 기억이나 나니? 불과 2년 6개월 전만 해도 커피깨나 좋아하는 너희들 호주머니엔 내가 몇 개씩 들어있었지. 특히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트점에선 내가 한 인기 했지.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아침 일찍 은행에 가서 나를 왕창 바꿔다가 포스 안에 넣어두곤 했지. 유통량으로만 따지면 80년대 오락실 이후, 거의 나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었어. 이제 좀 확실하게 기억이 나니? 1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다 먹은 1회용 컵을 반납하면 점원은 포스에서 나를 꺼내 건네주곤 했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에 커피 열풍이 불었고 '식후땡'으로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는 나라가 됐으니... 이 제도가 시행된 뒤 커피 한 잔 마시고는 나를 얻었고(물론 커피값 계산할 때 이 금액이 포함됐지만), 부지런한 사람들은 동료나 친구의 1회용 컵까지 싹 수거해서 내가 아닌 500원짜리 형님이나 1000원짜리 큰형님을 모시고 가는 경우도 있었지.

2003년부터 시행된 1회용품 줄이기, 나쁘지 않았어

자, 조금 더 알아보자. 환경부는 2002년 10월 4일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패스트푸드점 및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과 자발적 협약을 맺었어. 이 협약은 200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지. 롯데리아 등 7개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업체와 스타벅스 등 24개 테이크아웃커피전문 체인업체가 이 협약식에 참여해. 이 정도면 거의 모든 곳이 참여했다고 보면 되겠지?

주요 내용은 이랬어. ▲ 일정 규모 이상 매장에서 사용되는 1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전환(패스트푸드점 100평 이상,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50평 이상) ▲ 포장용 1회용 컵에 대해 일정금액을 부과한 후 되가져오면 즉시 환불(패스트푸드점 개당 100원, 테이크아웃커피전문점 개당 50원)

자발적 협약이긴 했지만 분위기는 괜찮았어. 10월 4일 서울교육문화회관 은하수홀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스타벅스, 롯데리아 대표이사 등 31개 체인업체 대표들과 환경부 장관이 참석했었지. 현수막에는 '환경 보전 및 건전한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식'이란 문구가 내걸렸어. 멋지지 않아? 환경 보전 및 건전한 소비문화 확산이라니. 이날 밝힌 '협약 취지'도 박수 받을 만했지. 정확한 진단이었거든.

"최근 들어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이 보편화되어 패스트푸드점 및 테이크아웃커피전문점이 증가하고 있고,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판매 및 소비패턴이 확산되면서 1회용품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및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2002년도 매출규모는 전년대비 1.27배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연간 1회용 컵 사용량 역시 1.16배나 증가했어. 추정치지만, 무려 2억8600만 개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지.

당시 이 자발적 협약에 가입한 매장 수는 대형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100%,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경우 89.5%나 됐어. 패스트푸드 및 테이크아웃업계에서는 1회용 컵에 대한 환불제 실시에 따른 수지 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하고, 발생수익금은 사은품 제공 등의 방법으로 고객에게 환원하거나 환경보전 활동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울 정도의 결론에 도달한 거야.

회수율도 늘고 머그잔 이용률도 늘었는데

종로 인사동길. 5분 가량 걸으며 만난 쓰레기만 대충 이정도였다.
 종로 인사동길. 5분 가량 걸으며 만난 쓰레기만 대충 이정도였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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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03년 1월 시행된 1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효과는 어땠을까? 환경부가 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운동협의회(쓰시협) 등 13개 민간단체에 의뢰, 시행 직후 전국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한번 보자고.

해당 매장(커피전문점 50평, 패스트푸드점 100평 이상)의 67%∼73%가 이를 이행하고 있었어. 일부 업소의 경우 해당 규모 미만인 소형 매장에서도 1회용 컵을 머그잔으로 교체한 놀라운 일도 있었지. 쓰시협의 결과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매장에 환경부가 배포한 홍보포스터가 붙어 있고 협약내용에 대한 직원들의 숙지도도 높은 것으로 보이며, 외부 반출되는 컵에 대한 보증금 부과 및 영수증 기재 등도 일부 테이크아웃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소가 협약 내용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되어 있어.
        
환경부도 같은 해 8월 '03년 상반기 자발적 협약 이행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어. 이 조사에서 상반기 평균 환불률은 23.5%로 나타났고 특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경우 협약 시행초기임에도 1회용컵 환불률이 41.3%로 고객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어. 환불되지 않은 금액으로는 환경미화원 자녀 663명에게 6억 8900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고 고객들에게 환경상품(재생 수첩 같은 거 있잖아)을 제공하는 등 환경보전사업을 실시하고 있었어.

이 결과에서 매우 아쉬운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머그잔 등 다회용 컵으로 전환된 매장은 전체 매장의 9.3%밖에 안 됐다는 거야. 무슨 얘기냐. 궁극적인 목표는 '1회용컵 절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커피를 사는 사람들이나 파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줬다 받았다 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는 거야. 그래서 당시 환경부는 "1회용컵 환불률을 제고하는 한편 다회용컵으로의 전환 유도, 미환불금의 환경보전용도 사용 권장 등을 통하여 자발적 협약의 실천을 더욱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 그래 바로 이 결심대로만 했다면 '1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었을 거야.

환경부는 이후에도 꾸준히 실태조사를 했고, 그 효과가 날로 좋아진다는 발표를 해왔어. 지난 2007년 6월 21일에는 "1회용 컵 회수율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실태결과 발표를 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보증금 미환불금 중에서 롯데리아 등 5개 후원사가 기부한 금액으로 환경미화원 자녀 886명에게 환경장학금 11억 2000만 원을 지급했다고도 발표했어. 이때까지는 분위기 괜찮았어. 그.런.데.


1회용 컵 보증금 제도, 어떻게 없어진 줄 알아?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 발(發)로 '1회용컵 보증금 제도 폐지' 얘기가 솔솔 새나오기 시작했어. 규제완화정책의 일환이라고 하더라고. 이 당선자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는군. 2월 무렵에는 환경부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3월 18일 환경부가 이를 공식발표하게 되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제도의 정착을 위해 애쓰던 환경부의 표정이 싹 바뀐 발표 내용을 보자고.

"환경부는 그동안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였던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오는 3월 20일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는 3월 20일부터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이나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에서 고객이 1회용 컵을 이용할 때 부과하는 50~100원의 컵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분위기가 어째 '소비자들, 그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고생했다'는 뉘앙스야. 그리곤 업계 측에 이 정도 제안하는 것으로 그쳐.

"업계가 자율적으로 1회용 종이컵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하여 매장부근이나 공공장소 등에 컵 회수대를 설치하고, 이를 회수·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 한편, 개별 업체별로 프로모션 캠페인 운동도 전개토록 하여 고객이 1회용 컵을 가져올 경우에는 횟수에 따라 할인쿠폰 또는 사은품 등을 제공하고, 개인컵을 소지한 소비자에게는 커피가격을 할인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자발적 협약제도를 보완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덧붙여 시행과정에서의 문제점만을 나열하지. 이렇게 말이야. 문장도 아주 길어요.

"그동안 패스트푸드점 및 커피전문점은 환경부와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여 1회용 컵 한 개당 50~100원을 보증금으로 받은 뒤 이를 환불해 주거나, 환경장학금·환경보전지원자금으로 활용해 왔다. 업계에서는 미환불금을 기업의 판촉비용, 홍보비 등으로 사용함에 따라 미환불금 사용 용도의 부당성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어 왔으며, 1회용 컵 보증금에 대한 법적근거도 없이 소비자로 하여금 비용을 지불하게 하였고,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보증금을 부과하여 자체 수입으로 처리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종이컵 회수율도 감소추세에 접어들어 컵 보증금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업계나 소비자에게 불편만 가중시키는 제도로 판단되어 컵 보증금제도의 시행여부를 업체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도록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결정된 바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도에 긍정적이던 환경부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업계나 소비자에게 불편만 가중시키는 제도"라며 평가절하한 거야. 저 내용이 온전히 사실이라면 오히려 환경부가 스스로 직무유기를 그대로 시인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야. 어쨌든 이로서 '1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새 정부로 건너오지 못 해.

1회용은 늘어도 재활용만 하면 된다?

지난 2008년 송파구 지역에 설치된 1회용컵 수거함
 지난 2008년 송파구 지역에 설치된 1회용컵 수거함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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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입장 표명을 한 이튿날 자원순환사회연대는 "1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원래 취지는 사업자들이 1회용품을 줄여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정부정책에 적극 호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1회용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폐기물 처리비용이나 재활용 비용부담을 일부 지불하게 하는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며 소비자가 다회용컵을 사용할 때는 컵 보증금 비용을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1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은 소비자에겐 인센티브를, 1회용컵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겐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내. 난 이 대목이 핵심이라고 봐.

그렇다면 보증금 제도 폐지 이후, 어떻게 됐을까? 업체의 자율에 맡긴 환경부의 판단대로 됐을까. 노우(NO).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 수 있지. 물론 텀블러나 개인 컵을 지참할 경우 300원 정도 할인해 주는 제도가 서서히 정착되고 있지만, 1회용 컵의 사용은 급증했어. 환경부 자체 조사로도 보증금 폐지 이후 1회용 컵 사용이 20~50% 증가했어. 전년 대비 맥도날드는 33% 증가했고 스타벅스는 53%나 증가했다는 게 환경부 조사 결과야(2009년 5월 발표).

환경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2009년 5월 28일 환경부 회의실에서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식'을 한 번 더 개최해. 하지만 이 협약식의 의미는 지난 2002년 10월과는 크게 달라져 있더군. "환경부는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실천운동을 앞장서기 위하여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다"고 하더라고. '저탄소 녹색실천운동'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 이 협약에는 이미 1회용 컵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해 그 한계를 분명히 하지.

이 협약식에서 환경부와 업체들은 고객이 밖으로 들고 나갔던 "자사제품"의 종이컵을 되가져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타사제품"의 1회용 컵을 가져오는 경우에도 이를 적극 회수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어.

"종이컵은 천연펄프로 제작되어 재활용 시 고급화장지 생산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재활용가치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거된 종이컵에 대한 운반비용 등을 지불하여 처리하여 왔으나, 금번 협약체결을 계기로 종이컵과 재질 및 재활용방법이 유사한 종이팩(우유팩)의 수집 운반업체가 종이컵을 함께 수거하도록 하여 유상판매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발표도 뒤따랐는데, 글쎄 이런 식의 재활용이라도 얼마나 잘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야. 

성인 한 걸음 당 한 개씩 버려지는 1회용 컵

자원순환사회연대의 2009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완전 대실망이야. 1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1회용 컵만 사용하는 매장들도 수두룩하고 1회용 컵을 분리배출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함께 버리는 매장도 상당수 나왔다고 하잖아. 서울시내 명동, 신촌, 대학로, 종로, 강남역 등 5곳에 버려진 1회 용컵을 조사한 결과도 있는데 분석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아?

"성인 한 걸음 당 한 개씩 버려진다."
어우, 너희 인간들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도대체 미래를 어찌 담보하려고 이래.

자,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까. 내 생각엔 일단 1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부활시키는 게 옳다고 봐.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없앴다고 하지만 버려진 1회용 컵이 이렇게 넘쳐나는 상황이니, 이 정도 규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보증금 제도가 없어질 당시 제기됐던 문제점들도 설득력이 있어. 자원순환사회연대 역시 2008년 3월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있었어.

"패스트푸드 및 테이크아웃점에서 실시해 온 자발적협약은 구조상으로 많은 문제가 존재하고 있었다. 우선 다회용기 전환대상 매장규모를 별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편법을 사용하여 매장 내에서도 1회용컵 사용이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는 등 기존의 협약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이지.

그러면서도 "자발적 협약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1회용품을 감량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만큼 이를 폐지하기보다는 보완 후 지속적으로 실시해 나아가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나무를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수입하기 위한 비용절감 등 산업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1회용컵 사용규제는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밝히지. 하지만 '고려'는 되지 않았어.

나도 같은 이유에서 몇 가지 문제가 이 제도를 없앨 이유가 될 순 없다고 봐. 머리를 맞대 고치고, 바꿔서 제대로 정착하게끔 해야지 규제의 영역에 들어가서 하루아침에 날아갈 만한 정책은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인간 친구들아, 너희 솔직히 컵 보증금 시행할 때 '번거롭다' '귀찮다' '쓸데없는 돈 나가는 것 같다'고 생각들 했었지? 정말 너무 한다. 1회용 컵 사용하면서 폐기물 처리비용이나 재활용 비용 부담을 일부 지불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환경 보전에 역행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지.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겐 인센티브가, 1회용컵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페널티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스타벅스도 1회용 컵 줄일 고민을 하고 있다잖아

사람들은 구석진 곳이나 전봇대나 가로수 옆에 슬쩍 일회용컵을 두고 간다. 그리고 그 일회용 컵 더미 위에 또 다른 쓰레기가 계속 쌓인다.
 사람들은 구석진 곳이나 전봇대나 가로수 옆에 슬쩍 일회용컵을 두고 간다. 그리고 그 일회용 컵 더미 위에 또 다른 쓰레기가 계속 쌓인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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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있어. 너희들 내 가치를 정말 무시하더라. 보증금 포기하고 그냥 버리는 사람들 숱하게 봤어. 푼돈이라 이거지. 그래서 생각한 건데. 일단 컵 보증금은 나 정도의 가치론 안 되겠어. 동그란 형제로는 우리 최고 큰형인 500원 정도로 확 올려야겠어. 내 몸뚱이 10개 정도면 이런 생각들은 안 할 것 같아. 당연히 환불률도 쭉 올라가고 재활용 비율도 올라가겠지. 그리고 늘 얘기 나왔던 환불금 운용 문제도 확실히 못을 박아야 해. 보증금 내역이라든지 미환불금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정책의 성공을 이끌 수 있지.

지금쯤이면 환경부가 시민단체, 환경단체, 업체 관계자, 학계 등과 대책을 모색해 볼 시점이라 이거야. 보증금의 부과 금액이 너무 낮아 실효성이 없었던 건지, 회수 방법이 불편해서였는지,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찾아봐야 할 거야. 이런 평가 없이 뚝딱 폐지한 것은 내가 볼 땐 실수라고 실수. 그 후과가 지금 톡톡히 나타나고 있고.

2년 만에 주가가 4분의 1 토막 났던 스타벅스의 요즘 고민도 커피가 아니라 '컵'이란 거, 들어 봤지? 온 세상 인간들이 마신다는 이 커피회사가 어떻게 커피를 많이 팔까가 아니라 어떻게 1회용 컵을 줄일까 고민 중이라잖아.

들고 나가는 것보다 앉아 먹는 문화 덕에 미국보다는 1회용 종이컵 비율이 낮다고 하지만 대한민국도 1회용 컵이 엄청난 골칫덩이일 걸. 길거리에 넘쳐나고 있는 1회용 컵,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져 앞으론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더 골치 아픈 일이잖아.

내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지구를 무겁게 하는 일. 너희 인간은 적어도 이후 몇 세기는 더 이 지구에서 살아야 해! 이건 죄야. 그러므로, 지금 텀블러 사용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지! 여성환경연대에서 펼치고 있는 '위더컵 캠페인'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참 흐뭇한 소식이야. 이제 좀 진화되고 발전하는 인간 세상을 바라면서, 이만 인사할게. 안녕.

덧붙이는 글 | 정규리 기자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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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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